삶은 직선이 아니다.
그는 종종 삶을 계단처럼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배우며 자랐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졸업장 하나를 받고 나면 다음 증표를 향해 또 달린다. 안정된 직장, 결혼, 아이, 내 집 마련. 누군가가 정해놓은 이정표를 향해 끊임없이 오르고 다다라야만 안심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런데 문득 이 모든 ‘단계’들이 정말 내 삶의 본질일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든다.
지인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어느 저녁 그는 이상할 정도로 흔들렸다. 축하의 말 너머로 마음 어딘가가 움찔거렸다.
‘나는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이 문장은 마치 가시처럼 내면을 긁고 지나갔다. 뒤처진 것만 같은 조바심, 부러움과 불안, 그리고 그것마저 느끼는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 그는 그렇게 또 그를 잰다. 도대체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이 삶의 경주는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 걸까.
그러다 어느 날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다가 나뭇가지를 보았다. 가지는 자라면서 직선을 그리지 않는다. 한 방향으로만 뻗지도 않고, 때로는 휘고, 멈추고, 되돌아가는 듯한 선을 그린다. 그러면서도 결국엔 나무라는 생명을 완성해 낸다.
강물도 그렇다. 돌아 흐르고, 돌을 만나면 잠시 멈췄다가 다시 흘러간다. 멈춤도 흐름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은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라면 왜 삶을 직선으로 그으려 애쓰는 걸까.
왜 모두 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고 믿는 걸까.
‘단계’라는 말은 편리하지만 너무 자주 사람의 마음을 죄곤 한다.
그에 미치지 못한 사람은 실패자처럼 느끼고 이미 지나온 사람은 새로운 불안을 품게 된다. 그 단계들이 진짜 삶의 증표가 아니라면? 중요한 건 그 단계에 도달했느냐가 아니라 그 순간순간의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들여다보았느냐일지도 모른다.
그는 아직도 넘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넘어진다는 건 여전히 배운다는 증거 아닐까.
성공이란 결국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후에도 다시 일어나는 의지를 잃지 않는 것.
그렇게 자기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것.
인생을 흐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는 늦지도 빠르지도 않을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내가 살아가는 가장 생생한 흐름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