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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 Apr 26. 2024

역사와 도서관, 옥스퍼드

보들리안 도서관-하나의 이름 백개의 도서관

영국에서의 셋째 날, 옥스퍼드와 셰익스피어가 태어나고 생활했던 지역과 코츠월드를 여행했다.


교통편도 어렵고 가이드 설명도 듣기 위해 둘째 날과 마찬가지로 유로 자전거나라 가이드 투어를 예약해서 이용했다. 가이드는 달랐지만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저녁에 야간열차를 타고 런던에서 콘월로 갈 계획이라서 숙소는 체크아웃을 했다. 그래서 짐을 맡겨야 했는데 해머스미스 역 짐 보관함은 크기가 작아 캐리어가 들어가지 않았다. 몹시 당황스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유로 자전거나라 가이드에게 문의하니 흔쾌히 투어버스에 짐을 실어 주어서 너무도 고마웠다.


경험을 통해 안 사실 중 하나는 자유여행은 짐 보관소(left luggage)를 찾아 캐리어를 맡기는 일이 중요하다. 


숙소 체크인 시간 전에 도착하면 캐리어를 어딘가 맡기고 다녀야 하는데 숙소가 호텔이라면 체크인 전에 캐리어 맡기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개인 집이 대부분인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한 우리는 캐리어를 맡기는 것이 어려웠고 숙소에 짐을 맡기고 다시 역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역에서 가까운 짐 보관소를 미리 검색해서 가는 것이 필요하다.



옥스퍼드 거리

옥스퍼드는 도시 전체가 대학이자 중세 건축 박물관이다.


옥스퍼드(ox 소 + ford 개울)는 원래 목축업을 하던 도시였으나 헨리 2세가 12세기 때 해외유학을 금지시키고 자국 교육에 힘을 쓰면서 처음에는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임으로 시작해서 몇 개의 Colledge가 생겨나고 나중에 이 Colledge를 묶어서 옥스퍼드 University라고 칭하게 되었다.


옥스퍼드는 런던 근교 템즈강 상류에 위치해 있고, 고딕 양식의 첨탑들이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솟아있는 뾰족탑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탑 대부분은 옥스퍼드 대학교의 건물들이며 소설 해리포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순교자들이 화형을 당한 장소.


옥스퍼드 브로드 스트리트에 있는 벨리 올 칼리지 앞 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길 한가운데 조금 파인 곳에 십자가 표시가 있다... 순교자들이 화형을 당한 장소이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불에 타 죽다니... 참으로 먹먹해지는 장소였다.


휴 라티머(우스터 주교), 니콜라스 리들리(런던 주교), 토마스 크랜머(캔터베리 대주교).

그들은 로마 가톨릭에 반대하는 그들의 믿음을 지켰다는 이유로 메리여왕의 통치하에 있던 시기에 이곳에서 화형을 당했다.


순교자들이 화형을 당한 장소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역사를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초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가톨릭 국가였으나 헨리 8세로 인해 국교가 바뀌게 되었다.


헨리 8세의 형이 사망하면서 왕비 캐서린이 졸지에 동생인 헨리 8세와 결혼하게 되었다. 사랑 없는 결혼을 한 헨리 8세는 캐서린의 시중을 들던 앤불린을 보고 반하게 되고 왕은 캐서린과의 이혼을 원했다. 하지만 가톨릭 국가에서 이혼은 로마 교황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당연히 교황은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때마침 가톨릭의 힘이 약해지는 틈을 타서 헨리 8세는 국교를 성공회로 바꾸고 이혼을 했다.  


세월이 흘러 캐서린의 딸 메리가 왕위를 이어받았을 때 메리는 그때의 기억으로 성공회 사람들을 처형한다. 이 사건으로 얻은 별명이 블러드 메리(Bloody Mary)이며 이때 300여 명이 처형당했다. 그 이후에는 앤불린의 딸 엘리자베스 1세가 여왕이 되고 현재까지 영국의 국교는 성공회로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를 잘 알 수 있는 영화가  "천일의 앤"이다.



브로드 스트리트에 있는 웨스턴 도서관(Weston Library, 신 보들리안 도서관) 입구


보들리언 도서관의 분관으로 사용되다가 2014년에 웨스턴 도서관(Weston Library)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한 곳이다. '웨스턴 도서관' 명칭은 당시 가장 큰 기부를 한 가필드 웨스턴 재단의 이름을 딴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 영국법인도 기부금과 기술 지원을 하였고 웨스턴 도서관의 주요 전자기기가 삼성전자 제품이다. 1층에는 삼성 룸(Samsung Room)이라는 라운지가 있다고 한다. 


늘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는 공간으로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이다.



옥스팜 1호점


옥스팜은 1942년 영국 옥스퍼드 학술위원회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국제구호개발기구로서, 우리나라 아름다운 가게와 비슷하다.



대학에 후원한 사람들 명단이 벽면에 새겨져 있다


후원자는 엘리자베스 여왕부터 유명인사, 작가, 교수 등 다양하다. 이곳에서는 후원을 하기 위해 몇 년씩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빽빽한 명단을 보니 기부문화가 발달한 곳이라는 실감이 났다. 



도서관의 내부모습(오른쪽, 출처:구글)

보들리안 도서관(Bodlian Library).


1602년 옥스퍼드 출신 토마스 보들리안 경이 기증한 건물로 만들었다.

 

보들리안 도서관은 도서관 하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옥스퍼드에 산재해 있는 도서관 건물들을 모두 통칭하는 것으로 옥스퍼드 대학 내 에만 107개의 보들리안 도서관이 있다.


영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도서 1부씩을 기증받을 권리가 있는 판권도서관으로 영국에서 발간되는 모든 책의 초판본과 가치를 헤아리기 어려운 귀중한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구텐베르크가 1455년에 펴낸 성경 전문, 셰익스피어의 최초 희곡집, '나니아 연대기'를 쓴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의 친필원고와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 고서(古書)도 소장하고 있는데 개항 초 조선에 왔던 영국 국교회 주교들에 의해 수집된 자료들이다. 도서를 대여하지는 않지만 열람은 가능하다. 찰스 1세도 도서 대여를 거절당했었다는 일화가 있는 곳이다. 도서관 내 열람실에서만 책을 열람할 수 있는데 이것도 회원만 가능하다. 


보들리안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장서와 필사본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들은 가치가 높고 도서관 건물 또한 중세시대부터 이용하고 있는 건물로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세계의 지식을 보존하고 전파하는 중대한 책무를 수행하며 전 세계 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최고의 연구 도서관 역할을 해오고 있는 곳이다. 



탄식의 다리


옥스퍼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다른 지역 출신이 많아서 방학이 되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가난한 집 학생들은 혼자 알아서 집에 돌아갔지만 귀족이나 부유층 학생들은 시종을 보내거나 가족이 직접 데리러 왔다. 


사진에서 왼쪽의 건물이 마중 나온 가족들이 대기하는 곳이었고, 오른쪽의 건물이 성적표를 수령하는 곳이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표를 받아 마중하러 나온 사람들을 향해 천근만근 발을 내딛으며 탄식했던 다리라고 해서 '탄식의 다리'라고 한다.



오른쪽 도서관 내부 모습(출처:다음 백과사전)

래드클리프 카메라(Radcliffe Camera)


내과 의사였던 래드클리프를 기념하기 위해 개관하였으며 1861년부터 현재까지 보들리안 도서관의 열람실로 사용하고 있다. "카메라"는 라틴어로 "방"이라는 뜻이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서 내부를 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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