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안 Jun 01. 2024

다시 찾은 탐나라공화국 2

꿈을 꾸어야 꿈이 이루어진다.

탐나라 공화국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은 돌뿐인 땅을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일구어 만든 곳이다.

자연이지만 사람이 만든 자연이다. 그 안에는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낸 이야기가 가득하다.


돌아보면서 이 넓은 공간이 어떻게 이렇게 상상력으로 가득 찰 수 있는지 놀라웠다.



나무도 물도 없는 돌땅을 파서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고 빗물을 받아 연못으로 만들었다.


황량했던 이곳의 돌땅을 다 뒤집어엎으니 처음에는 공사장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묘목이 성장해 숲이 되고 숲에 새들이 날아들었다. 돌산을 파서 빗물을 모아두니 언제부터인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고 물고기나 양서류 같은 생명체가 탄생하고 있다.


땅을 파다 큰 바위를 만나면 비켜나서 다시 땅을 파다 보니 바위와 바위사이 길이 생겼다. 파낸 흙으로 산을 쌓았고, 산 아래에 연못을 팠고 연못을 건너는 다리를 놨다.


"제주도에 내려와서 뭐 했느냐고? 땅 팠지. 땅인 줄 알고 팠는데, 돌밭이네? 파도 파도 돌이 나오네? 그래도 팠지. 파다 파다 연못도 팠지. 물이 없잖아. 빗물 받아서 만든 연못이 80개가 넘어. 나무도 심었지. 풀밖에 없었거든. 몰라, 5만 그루는 훨씬 넘어. 그러다 보니 8년이 지났네. 이젠 제법 원래 있었던 것처럼 보여."


강우현대표는 힘도 안 들이고 이렇게 말한다.


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듣다 보면 빠져들어 당장 포클레인을 몰고 돌 파러 달려 나가고 싶어 진다.



탐나라 공화국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얻은 것이다.


나무가 필요하다고 소문을 내자 지역 주민이 “우리 밭의 나무도 캐 달라”며 찾아왔고, 경남 하동군은 차나무 1만 5000주, 한화그룹은 소나무 2400주, 공무원연금공단은 100주를 기부했다.


2014년 제주로 내려온 강우현대표는 처음 몇 년 꽃씨를 갖고 오면 현장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꽃씨를 들고 공사장 구경을 왔다. 그 꽃씨들이 지금 탐나라공화국을 환히 밝히고 있다.


“난 내가 제주도에 또 하나의 관광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순 살에 제주도에 내려와 칠순을 바라보는데, 이제 겨우 풍경이 편안해졌어요. 오늘보다 내일이, 올해보다 10년 뒤가 더 좋을 겁니다. 이렇게 들쑤셔놨으니 원상 복구는 힘들 테고. 내가 없어도 여기는 남겠지요. 제주도에 미래유산 하나 남기겠다는 마음입니다.”(강우현대표 인터뷰 내용)



세심한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다.



그래 바로 이거다. 쉬자!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진짜 쉬는 거다.


이런 숨구멍 같은, 손장난 같은 작품들이 보물찾기 하듯 곳곳에 숨겨져 있기도 하고 무심히 툭 던져져 있기도 하다. 찾아서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다.



강우현 대표가 미리 만들어 놓은 자신의 묘비석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상상과 땀방울로 버무린 손끝 자연 탐나라 공화국 오늘과 영원을 잇는 유산이다.

 상상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이 백 년 이백 년 손길을 더해가는 땅

 희망의 나라로 가꾸고 보전해 가길 소원한다.   2016년 12월 31일"


그의 언어는 직관적이면서 핵심을 향해 간다. 쉽게 말하지만 은유가 충만하다.



두 개의 문이 있다.

'오늘에 머물다'

'내일을 보다'


당신은 어느 문으로 들어갈 것인가.



노자예술관  


노자예술관은 중국 낙양사범대학 노자연구원 원장의 주선으로 중국 허난 성 문화청이 노자 도서 500권을 기증하여 2015년 7월에 문을 열었다. 이후 한중 국제 노자학술대회를 세 차례 개최하였다.


노자예술관 라오체홀에는 중국 노자의 고향인 허난 성 문화청에서 얻어온 노자 관련 자료가 많다. 또 허난 성 출신 진흙 조각가 위칭청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와룡  

용을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린다는 화룡점정, 가장 요긴한 부분을 마지막에 처리한다는 뜻이다.


돌산에 길을 내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바위산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호미로 흙을 걷어내고 빗자루로 쓸어가면서 마무리하다가 문득, 눈을 그려 넣었더니 용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앞의 바위에 비늘을 새겨 2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와룡이 되었다.



마그마 캐년  

오랜 세월 동안 바위에 생긴 균열을 따라 돌을 들어내면서 길을 만들고 여기서 나온 돌로 담을 쌓았다. 안쪽에는 빗물을 모아 만든 연못인 억년 지를 끌어올려 폭포를 만들다. 이름은 '나이야 가라 폭포'


강우현대표의 말이 기억난다.

'처음에 돌땅을 보며 이 밑에 뭐가 있을까?라고 누군가 궁금해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럼 한번 파보자. 해서 몇 년을 파서 만든 것이 마그마 캐년'이라고



화재로 불에 탄 수원화성 서장대 일부가 이곳에 와있다. 어떻게 옮겨 왔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어떤 이유로 쓰지 않게 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땅에 눕히고 사이사이 튤립을 심었다.

봄이 되면 독특한 튤립 정원이 될 것이다.



엘리시안 나인틴 스테이지  


야외무대 조성에 도움을 준 '엘리시안 제주'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엘리시안 스테이지'라고 명명했다. 이후 19개국 외교관들이 내방하여 '19'를 추가, '엘리시안 나인틴 스테이지'라 부르고, 공연이나 연회 등 다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철문을 열려고 하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영산봉  


공사 중에 나온 돌과 흙으로 만든 탑이다.

산 꼭대기에 있는 거대한 삼각의 꼭짓점이 영험하고 웅장한 모습이다. 중앙의 구멍은 뚫린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곡면 거울이다. 거울에 하늘이 반사되어 마치 구멍처럼 보이는 것이다.


'반대편을 내편으로 만들기, 하늘에서 배운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서서히 석양빛에 물드는 영산봉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를 나도 모르게 내려놓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가벼워진 낯선 내가 서있는 모습을 내가 보고 있는 기묘한 상상...



류홍쥔 음악정원  

중국 음악가 류홍쥔(劉宏軍) 선생의 소리 체험 공간.


중국 문화혁명 이후 일본으로 귀화한 그는 탐나라공화국 문화부장관으로 탐나라 공화국 애국가를 작곡했다.

<탐나라공화국 애국가> https://youtu.be/fPiQ7Jy1t4c?si=1NTsIFD_-3hsrfNF


'직원들의 용암 같은 땀방울로 제주 신화를 만듭니다'라고 끝나는 애국가 영상에는 탐나라공화국 형성과정이 담겨있다.

 


탐나라 공화국 화장실에 밤이 오면 이런 모습이 된다.



워크숍에서 돌아온 우리는 얼마간 강우현 앓이를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탐나라 공화국에 가서 돌 캐는 일이라도 시켜만 준다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강력한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꿈을 꾸어야 꿈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나는 지금도 그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워크숍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왔지만 그것이 실현되지는 못했다.

함께 갔던 TF팀 직원 중 누군가는 이직을 했고 누군가는 승진해서 부서를 옮겼다. 게다가 나중에 들으니 조직 내 상황이 급변하면서 그 공간을 활용하지 않기로 결정이 되었다.


아쉬움은 없었다.


글을 쓰는 것이 꼭 책을 내기 위함이 아니듯 우리가 탐나라 공화국에서 보낸 3일은 내 인생에 어떤 버튼을 누른 것처럼 새로운 꿈을 꾸게 했다. 그 꿈에서 나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그것으로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