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됐는데 상당한 상상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우리끼리 책상머리에서는 도저히 아이디어가 나오지를 않았다.
상급자가 강우현대표를 연결해 주어 급조된 TF팀 네 명이서 제주 탐나라공화국에 2박 3일 워크숍을 가게 되었다. 급조되었지만 나름 전문가들(디자인, 건축, 행정)이 뭉쳤다.
대부분 제주로 워크숍을 가면 반은 놀고 반은 일을 한다. 그게 아주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번 워크숍은 3일 내내 9시 출근 퇴근은 밤에 하는 식으로 진짜 일만 하다 왔다. 진짜 일만 했는데 놀라운 것은 노는 것보다 더 재밌고 신났다는 것이다. 심지어 3일이 너무 짧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는 탐나라공화국이라는 공간을 만든 강우현 대표의 매력 속으로 3일 동안 푹 빠졌었다.
거기다가 탐나라공화국이라는 매력적인 공간과 직원들을 위해 식사 봉사를 하시는 제주의 모 단체 회장님의 맛깔난 점심식사까지 더 바랄 것이 없는 워크숍이었다.
워크숍을 하는 동안 강우현대표는 우리를 톡톡 건드려 무엇인가 일깨워 주고 직접 만든 ppt로 상상력에 불을 지펴주었다. 첫날은 힘들었다. 굳은 머리가 도저히 말랑해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둘째 날은 조금 나아졌고 셋째 날은 우리도 놀랄 정도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날 탐나라공화국 전체를 구석구석 데리고 다니며 설명을 해주었다.
잊지 못할 워크숍이었다.
숙소에서 탐나라공화국에 출근하는 중간지점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카페 오드리'
처음에는 지나가다 그냥 들렸는데 공간이 편안하고 커피도 맛있었다.
오드리 헵번을 좋아해서 카페 이름이 오드리라고 한다. 카페 내부에는 온통 오드리 헵번에 관한 사진과 기록들이다.
나와 일행들도 오드리 헵번을 좋아해서 이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보는 것이 즐거웠다. 아침 출근할 때마다 들려서 함께 먹을 커피를 사가지고 갔다.
'사과는 빠르게
키스는 천천히
사랑은 진실하게
웃음은 조절할 수 없을 만큼'
-오드리 헵번
탐나라공화국 입구
입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날의 워크숍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혼자 웃는다.
라운지홀
강우현대표가 만들고 그린 다양한 작품과 기념품들을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하고 있다.
천정의 에어컨조차 탐나라공화국답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버리는 나무를 파내서 식물을 심었다.
무심히 툭 놓은듯한 모습에 더 눈길이 간다.
'책 속에서 길을 묻고 책 밖에서 길을 낸다'
10만 평의 땅 안에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가득가득 차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신기한 곳이다.
'없으면 생겨나고 있으면 사라진다'
이것이 탐나라공화국을 만든 강우현대표의 철학이 아닐까 생각했다.
라바홀 들어가는 입구
강우현대표는 직접 용접을 해서 탐나라공화국 곳곳에 철판을 뚫은 작품을 만든다.
악어이빨처럼 생긴 작품은 보는 방향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우리는 이곳 라바홀에서 3일 동안 워크숍을 했다.
책이 무지막지하게 많지만 한 권 한 권의 책이 아니라 거대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저 묵직한 탁자, 특이한 모양의 전등, 의자 모두 사연이 있다. 새것은 없다. 다 어딘가에서 쓰지 않는 것을 가져다 이 공간에 맞게 재활용했다.
다 쓴 유리병을 녹여 이곳에서 직접 작품을 만든다.
헌책도서관 '잘 정리된 책장고'
폐기용 도서만으로 꾸민 곳으로 그 자리에 있던 돌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도서관을 만들었다.
돌을 자세히 보면 인디언의 옆모습이 보인다.
이곳에서 깨닫는다. 책은 읽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냥 책으로서만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폐교 교실에서 가져온 물건들과 문 닫은 수련원에서 가져온 이층 침대는 강우현의 상상나라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요걸 어찌 활용할지 생각 중이야...' 강우현의 상상망치가 작동해서 지금쯤은 뭔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점심을 먹던 공간
이곳에도 반짝이는 언어들과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강우현 대표의 꺼꿀체로 쓴 커다란 글이 우리가 점심을 먹을 때마다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우현 꺼꿀체는 강우현 대표가 고안한 독특한 글씨체이다.
이 글씨체는 일반적인 글씨와 반대로 쓰는 방식이라 '거꾸로 쓴 꺼꿀체'라고 불린다.
그는 모든 글씨를 이 꺼꿀체로 쓴다.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하다.
그의 꺼꿀체는 단순한 글씨체를 넘어 예술적 표현의 수단이 되었고 책 디자인에 활용되어 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또한 공간 디자인과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에도 적용하여 강우현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내 주고 있다.
<강우현 대표 꺼꿀체 쓰는 모습 - 출처 : 강우현 페이스북>
'오늘이 좋으면 내일은 더 좋다'
* '다시 찾은 탐나라공화국' 2로 이어집니다(6.1. 토요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