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부터 19세기초까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루브르 박물관은 파리의 가장 중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평소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지만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저녁 10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니 여행 일정이 짧을 경우 활용해 볼 만하다.
225개 전시실에 작품 40만 점이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로서 함무라비 법전, 길가메시 서사시, 밀로의 비너스, 니케상(얼굴 없는), 모나리자 등의 유명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나풀레옹 집권 이후 수많은 원정 전쟁을 통해 약탈, 매입, 선물 받은 예술품이 모이면서 대규모 박물관이 되었다. 전시 작품은 크게 나누어 인류의 4대 문명의 시원을 나타내는 고고학 유물과 그리스도교 전례 이후의 서양 문명, 중세 예술, 르네상스 예술, 근대 미술 및 극동 지역 미술품이 있다.
무엇보다 루브르 박물관을 유명하게 한 것은 출입구로 사용하고 있는 유리 피라미드이다.
1989년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하여 박물관 앞 나폴레옹 광장에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I.M. 페이(Ieoh Ming Pei)의 설계로 유리 피라미드를 세우면서 대변신을 하게 되었다. 가운데 커다란 유리 피라미드 주위로 3개의 작은 피라미드가 배치되어 있다. 유리 피라미드 역시 에펠탑처럼 처음에는 모두의 비난과 멸시를 받았다. 그러나 건축가 I.M. 페이는 이렇게 말했다.
"피라미드는 영원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이 피라미드가 있는 루브르는 영원할 것입니다."
이제 유리 피라미드는 루브르 박물관의 건물과 함께 고대유산과 현대건축이 조화를 이룬 파리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루브르 박물관 입구와 출구 모두 유리 피라미드를 통하도록 되어 있다. 유리 피라미드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 넓은 홀이 나오고 그곳에서 에스컬레이트를 타고1층으로 올라가서관람을 시작하는 구조이다.
유리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가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유리와 철재로 구성된 피라미드가 빛을 안으로 들이고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천천히 움직이면 그때 잠시 잊게 된다. 우리가 오래전 아주 오래전 유물을 보러 간다는 사실을. 이 부조화는 우리에게 어떤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용히 외치고 있는 것 같다.
루브르 박물관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3일 정도는 필요하다.
아래 배치도는 단순해 보여도 전시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계획적인 관람이 필요하다. 반지하층에서 시작하거나 1층부터 시작하는 등 선호하는 방식으로 관람할 수 있지만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하루에 1 개층씩 보거나, 가이드 투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루브르 박물관에 산책 나갔다 생각하면 조금 편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언가를 많이 보겠다는 생각은 피로감을 불러올 수 있으니 쉬엄쉬엄 걸으면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집중해서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커다란 스핑크스"(반지하층) "밀로의 비너스"(1층)
"모나리자"(2층)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니케상(얼굴 없는)"(2층)
박물관을 관람하다 보면 저절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참 알뜰하게도 챙겨 왔다... 약탈한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작은 소품부터 어마어마한 크기의 유물, 심지어 벽까지 뜯어다 가져다 놓은 것에 놀라면서도 씁쓸했다.
루브르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뛸르히 정원이다. 정원은 콩코르드 광장과 연결되어 있고 콩코르드 광장 길건너로 샹젤리제 거리가 시작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작은 공원에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조각상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12월인데 볼테르 조각상이 있는 공원만 봄처럼 꽃이 피어 있고 초록초록했다. 평생 "종교의 광신과 배타성"을 없애기 위해 싸우고 종교적 관용을 뜻하는 "똘레랑스"를 프랑스 정신의 일부분으로 만든 그에게 바치는 헌사처럼.
숙소가 있는 골목에 오니 내 집에 가는 것처럼 정겹다. 도시에 어둠이 내리고 동시에 빛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