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렐 블루
제마 알프마 광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바로 앞 작은 광장에서 공연을 했다. 우리는 낯선 곳에서의 분위기를 한껏 즐기며 공연을 봤다.
오후에는 마조렐 정원에 갈 계획이다. 사전예약을 해두었다. 날씨는 덥고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어 택시를 탔다. 택시 흥정에 대한 유의사항이 많았는데 우리가 금액을 부르자 택시기사는 별다른 흥정 없이 흔쾌히 타라고 했다.
마조렐 정원 들어가는 입구에는 사람들이 30분 단위 예약 시간대별로 줄을 서 있었다. 우리는 시간이 많이 남아 근처 가게를 구경했다. 한 가게에 들어갔다 주황색 조그만 가죽 가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가격도 적정했다. 안 사고 돌아가면 눈에 아른거릴 것 같아서 샀다. 무엇보다도 모로코 천연염색 방식만이 낼 수 있는 깊이 있는 주황색이 마음에 쏙 들었다. 지금도 그 가방을 보면 모로코 여행의 추억이 떠올라서 기분 좋다. 가방도 실용적이라 잘 사용하고 있다.
마조렐 정원은 프랑스 화가 자크 마조렐이 40년에 걸쳐 조성한 식물원이다. 그는 정원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딴 선명한 코발트블루 색상인 '마조렐 블루'를 칠해 독특한 풍경을 만들었다. 마조렐 사후 방치되어 호텔 부지로 매각될 뻔한 이 정원을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가 인수하여 복원했다. 현재 이곳에는 이브 생 로랑의 유해가 뿌려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강렬한 파란색 벽과 노란색 화분이 대조를 이루는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로, 정원의 상징적인 포토존인 마조렐 블루 빌라, 마조렐의 옛 작업실로 모로코 원주민인 베르베르족의 화려한 장신구와 의복을 전시하는 피에르 베르제 베르베르 미술관, 5개 대륙에서 수집한 300여 종 이상의 식물과 특히 거대한 선인장 군락과 대나무 숲, 연꽃 연못이 장관인 정원이 있다. 또한 정원 바로 옆에 위치하며 그의 패션 철학과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이브 생 로랑 박물관이 있다.
정원에 들어서자 인디언 핑크 색의 바닥과 울창한 숲과 같은 키 큰 나무들이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하다. 사람들은 초록색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잘 가꾸어진 식물이 마조렐 블루색 화분에 심겨 곳곳에 놓여 있다. 인위적인 색과 자연이 매력적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이곳에서의 자연은 색이 지배하는 공간에서의 중요한 배경처럼 느껴졌다. 정원 자체가 거대한 예술작품이었고 패션쇼장이었다.
모든 것들이 빛과 그림자조차 철저히 계산되어 배치되어 있었다. 사진기를 어디에 대도 예술이 되었다. 인디언 핑크색 건물과 바닥, 노란 화분, 마조렐 블루 화분, 황토 화분, 민트색 의자, 햇살을 환하게 받는 울창한 숲과 나무. 곳곳에 배치된 물의 흐름들. 야자나무숲, 대나무숲, 물고기가 살고 있는 작은 호수, 마조렐 블루색 바탕에 흰 글씨로 영어와 아랍어가 쓰여 있는 안내판과 그 뒤 줄기 식물 위로 맑게 쏟아지는 햇살. 마조렐 블루와 초록이 교차된 타일로 만든 계단. 마조렐 블루와 노란색이 조화를 이룬 빌라. 나가는 문까지도 이 모든 통일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떤 분야든 영감을 얻고자 하는 자 이곳을 방문하라고 권한다. 이곳이 마라케시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관람을 마치고 제마 알프마 시장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식량을 모두 꺼내 파티를 했다. 파티를 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음식이 마련되었다. 누룽지와 햇반, 미역국, 카레, 볶은 김치 등등. 이 음식들이 있어 여행하는 동안 든든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각자의 꿈을 꾸며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