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by 청개구리


나는 한 가지 길만 걸어온 사람이 아니다.


공무원이었다가, 강단에 서기도 했고, 다시 조직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일본으로 향하는 꿈을 준비했던 시절도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안정적인 경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누군가에게는 방황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모두 이유 있는 선택이었다.


공무원으로 일하던 시절, 매일 반복되는 보고서와 결재 속에서 하루가 흘러갔다. 어느 날은, 민원인이 이름을 확인하더니 “정말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내게는 사소한 설명이었지만, 그분에게는 위로가 되었던 것일까. 그 짧은 순간은 굳어 있던 내 마음에 새 가지가 돋는 듯했다. 잠시였지만, 내 하루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사직서를 내던 날, 평소와 같았지만 어쩐지 부모님의 무표정은 태풍처럼 매서웠다. 마지막으로 청사를 나서는 순간, 여름이 시작할 무렵이었음에도 손끝이 얼얼할 만큼 차가웠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심은 발걸음을 오래 붙잡았다.


강단에 섰을 때, 비로소 내가 숨을 쉬고 있음을 느꼈다. 말 한마디 못하던 청년은 마지막날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했고, 오랫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중년은 “처음으로 내가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람과 마주한다는 것의 힘을 모든 순간 배웠다.

물론 모든 날이 빛났던 것은 아니다. 수업 평가가 기대보다 낮게 나왔던 날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계약이 끝나고 한동안 강의가 끊겼을 때는, 불 꺼진 강의실에서 오랜 시간 칠판만 바라보기도 했다. 성취의 여운은 짧았고, 불안은 언제나 빨랐다. 또다시 나는 매섭게 흔들렸다.


다시 조직으로 돌아왔을 때, 동료들은 “결국 돌아왔네”라며 웃었다. 겉으로는 함께 웃어넘겼지만, 퇴근길 지하철 창문 속에 비친 내 표정은 한동안 굳어 있었다. 한 번 떠났던 길로 돌아오는 발걸음에는 후회와 자책이 겹쳐졌다.


그럴 때마다 붙잡은 건 작은 기록이었다. 흔들린 마음을 짧게라도 적어둔 덕분에, 그것은 후회의 증거가 아니라 다시 걸음을 떼게 하는 숨 고르기가 되었다.


내 길은 곧잘 흔들렸고 자주 멈칫거렸다. “괜히 멀리 돌아가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적어둔 기록 덕분에 그 흔들림과 망설임조차 내 발자국으로 또렷하게 남겼다. 같은 길을 오래 걷는 대신 여러 길을 거쳐온 덕분에 더 유연해졌고, 이전보다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멀리 돌아가는 길 같았지만, 그 길 위에서 만난 장면과 감정들이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했다. 흔들렸기에 더 많이 배우고, 돌아섰기에 더 넓은 길을 볼 수 있었다.


흩어진 조각 같았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라는 퍼즐을 완성해 주었다. 내가 걸어온 길은 나를 찾는 과정이었다.


앞으로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든 길은 헛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선택 앞에 서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흔들리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갈 것이다. 흔들린 발자국 하나하나가 결국 또 다른 기록이 되어, 내일의 나를 지탱해 줄 테니까.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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