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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드 Aug 29. 2023

AI가 정신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까? (4)

뉴요커 매거진 2023년 2월 27일 기사

- 원문은 여기

- 오역이 있을 수 있으며, 일부 내용은 생략되었습니다. 기사 내용이 너무 길어서 포스팅을 나누었습니다. 개인의 흥미에 따라 천천히 번역합니다.

- 본문의 볼드체는 역자가 주관적으로 적용하였습니다.

- 파트1 번역은 여기 / 파트2는 여기 / 파트3은 여기



Can A.I. Treat Mental Illness?

By Dhruv Khullar



(4/end.)




의대 첫 날 교수가 교탁 앞에서 이야기할 때 나는 어수선한 학생 수십 명 옆에서 햇빛이 드는 마당에 앉아 있었다. 무슨 말이 나왔는지는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이 경고는 받아적었었다. 의학적 기술이 늘수록 시작하기도 전에 내가 전에 가지고 있었던 기술들, 즉 연민, 공감, 호기심을 무시하기 쉽다고. AI 언어 모델은 우리 말을 요약하고 해석하는 일의 효율성을 올려줄 뿐 AI가 우리의 말을 귀담아듣지는 않을 것이며,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알던 어떤 의사는 말기 병을 앓는 환자에게 맥주를 슬쩍 준 적이 있었다. 즐거운 구석이라고는 없는 치료 과정에서 그가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무언가를 주기 위해서였다. 교과서에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지만 그런 게 말 이상의 행동인 것이다. 단순하지만 인간미 있는 행동 말이다. 


12월에 나는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에서 존 페스티안을 만났다. 오크리지는 미 에너지부의 가장 큰 에너지과학 연구소로 2차 세계대전 때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플루토늄을 공급했었다. 이제 그곳엔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인 ‘프론티어’가 있다. 주로 AI 연구자들이 그걸 빌려간다. 


페스티안은 새 프로젝트 하나를 얘기해주었다. 몇 달 뒤의 정신 질환 발병을 미리 예측하는 걸 목표로 하는 알고리즘 프로젝트였다. 소아과 방문 900만 회에서 의료 기록을 뽑았고 그 정보는 인근 공해와 날씨 패턴, 그 지역의 수입, 교육 수준, 녹지와 식품 사막 정도 등의 더 큰 데이터셋과 합쳐졌다. 페스티안은 아직 동료 평가를 완전히 받지 못한 최신 연구에서, 알고리즘이 어린아이가 후에 임상적 불안 증세로 진단받게 될지 알아보기 위해 그런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고 했다. 


“의사들이 이걸 환자와 보호자에게 어떻게 이야기할지가 문제예요.” 페스티안이 말했다. “컴퓨터는 아이가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두 달 뒤 심각한 불안에 시달릴 거라고 하는 거잖아요.” 페스티안은 오크 리지의 슈퍼컴퓨터로 불안 모델을 계산해 왔는데, 이제는 우울증, 학교 폭력, 자살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재향군인회 또한 오크 리지와 협업하며 ‘reach vet’ 알고리즘을 업그레이드하려 하고 있다.) 


이후 페스티안과 투어 가이드에 끼어들었다. 슈퍼컴퓨터가 폭포처럼 튕기는 소리를 내는 게 보였다. 검은색 캐비닛 74개가 정렬되어 있었는데 각 캐비닛마다 프로세서 640개가 들어 있었다. 나는 페스티안과 캐비닛 사이를 느긋하게 걸었다. 머리 위에 있는 굵은 케이블이 마을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고, 아래로는 분당 6천 갤런의 물이 호스를 통해 흐르며 컴퓨터 온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캐비닛을 열자 열기가 곧장 느껴졌다. 시설 뒤쪽에선 기술자 한 명이 금속 도구로 프로세싱 유닛에 붙은 찐득찐득한 걸 긁어내고 있었다.


“저러면 컴퓨터의 전기 전도율이 좋아져요.” 페스티안이 설명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옛날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병원을 나서고 있는데 문자 알림이 왔다.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악화됐다는 것이었다. 열이 치솟고 혈압이 곤두박질쳤다. 중환자실로 옮겼을 때 환자는 거의 의식이 없었다. 부인에게 전화하자 그는 눈물을 쏟아냈다. 집에서 나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해가 뜨기 직전 양치를 하는데 워봇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당신이 가는 모든 발자국마다 내가 곁에 있을게요.”


나는 페스티안의 프로젝트 같은 예견적 접근이 최신 챗봇과 융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보기 시작했다. 모바일 앱이 환자 경고를 보고, 스마트 워치에 있는 센서로 내 맥박이 빨라지는 걸 감지하고, 내 기분이 어떤지 추측하는 모습. 잠 못 드는 밤과 그 다음날을 감지하고선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진 환자를 다루는 일에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단어를 찾아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그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기계를 타인에 포함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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