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게임> 독후감
나는 그동안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 장르로 분류되는 책들을 의식적으로 읽지 않으며 살았다. 내심 그런 이야기들을 잔소리라고 여겼으며, 내가 사장 직급에 있는 자본가나 정치인도 아닌데 경영 전략 같은 것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마 이번에 읽은 <인피니트 게임>도 지인들과 하고 있는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그 존재조차 몰랐을 책이다. 하지만 정말 커리어와 밀접한 고민을 해야 하고 또 그러기에도 적합한 시기를 만난 지라, 겸사겸사 책을 읽어보기로 했고 나는 그것에 자발적으로 별점 5점을 주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리더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물론 무한 게임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타인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건 리더, CEO, 회장 같은 사람들이지만 끝이 정해져 있는 유한한 승부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고쳐먹는 것은 노동자에게도 유리한 듯하다. 영원히 이직을 할 수는 없다. 내가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했던 연봉, 복지, 회사 규모 등은 회사의 창립 이념이나 추구하는 메시지보다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노동자도 노동자로서의 자신의 삶, 더 나아가서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삶이 무한 게임이라는 걸 알아야 좋다는 거다.
이런 새롭고 이로운 생각들이 책을 읽을 때 종종 내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나는 내 커리어에 관한 거시적인 계시를 받은 기분을 느꼈고, 이전 회사가 나에게 어떤 종류의 경솔함을 발휘했는지에 관한 정확한 표현을 읽으며 지금 나의 상황을 마냥 비관적으로 바라볼 이유도 없음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요건 하나를 새로 만들게 되었다. 적당히 여유롭게 일하고, 나의 자유로운 시간을 확보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스스로 떠올리지는 못했을 명제다.
이 책은 '오로지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로 측정되는 경제적 번영이 자본주의의 전부가 아니며, 삶의 질이나 기술 발전, 사람들이 평화롭게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능력으로 측정되는 진보도 자본주의의 일부다'라는 걸 유한 게임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리더들에게 직접 알려준다. 나는 이 대목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 회사를 들어가는 순간부터 몇 년 뒤의 이직을 이미 고려하던 나, 연봉 수준을 최우선으로 지원할 회사들을 정하던 나도 자본주의의 사소한 일각만 보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각 회사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비전이나 선언문 같은 것이 모두 구현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사실 그런 걸 찾아보려 한 적도 많지 않았다.
사실 나라고 사내 복지에 처음부터 열을 올리던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타인의 삶이나 시간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 인생이 책이나 영화를 통해 극적으로 변한 경험이 있었기에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순간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 그래서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니 내가 전에 가지고 있던 무한 게임 방식의 비전을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나는 리더가 아니라 아직은 낮은 계급의 노동자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러한 각성이 나로 하여금 어렵고 가난한 길을 가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한한 인생에 어울리는 측정되지 않는 무한한 사명을 찾아 획득하는 게 결코 잘못된 일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우리는 인생에서 다수의 무한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커리어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모든 무한 게임과 같이 인생이라는 게임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게임의 지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