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먹은 인형

선물

by 민여름

대충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온 여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현관문에 꽂아둔 편지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집 앞에 도착하니, 현관문에 분명히 꽂아 둔 봉투가 없어져 있었다. 대신, 신발상자 크기만 한 갈색 상자가 문 앞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여름은 최근에 집에 도착할 만한 택배를 시킨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이라도 증명하듯, 당연하게도 상자에는 송장 같은 것은 붙어있지 않았다.


'그 선물인가 보다.'


자신이 직접 시킨 택배가 와도 행복한데, 누군가에게서 택배로 선물을 받으니, 그 행복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비록 그 누군가의 정체를 모를지라도 말이다. 여름은 솔직히 손톱이 든 편지를 현관문에 꽂아둘 때 조금 부끄러웠는데, 그 기분을 견딘 보람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은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집에 들어서자마자 현관에 선 채로 상자를 손으로 뜯었다. 상자 옆구리에 테이프가 붙어있는 모서리 쪽을 누르니 테이프가 쉽게 뜯어졌다. 안에는 반짝이는 은색 꾸러미와, 앞서 받았던 것과 같은 겉모양의 양피지 편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여름은 편지고 나발이고 은색 꾸러미부터 먼저 열었다. 솜인형 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어두운 살구색이었고, 짧뚱한 팔과 다리를 앞으로 뻗어 앉아있는, 흔히 볼 수 있는 곰인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평범한 곰인형과 다른 점이 있다면, 눈코입이 없고, 귀가 양옆으로 달려있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영락없는 사람의 형태라는 생각이 들자 여름은 살짝 소름이 끼쳤다.


여름은 인형과 편지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편지를 펼쳐 들었다.




민여름님께.

답신 잘 받았습니다. 여름님 덕분에 복제인형이 완성되습니다. 벌써 뜯어보셨을지 모르겠네요. 복제인형은 하루동안 민여름님의 하루일과를 대신해 줄 것입니다.

사용방법은 간단합니다. 인형의 왼쪽 손안에 버튼이 내장되어 있는데, 그것을 10초간 꾹 누르시면 됩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일을 찾아 해 드릴 것입니다.

인형을 작동시키면 눈코입이 서서히 생겨날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재빨리 다른 장소에 가 계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도플갱어를 마주치면 죽는다.'라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인형이 움직이는 동안에는 절대 복제인형과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저희의 선물이 민여름님께 모쪼록 유용하게 사용되길 간절히 바라며.


생명복제공방 주인장 드림



내용물도 편지도 어딘지 마법세계에서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여름은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여름은 침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사를 오고서 며칠이 지났어도 여전히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아마 인형을 작동시키면 정리부터 할 것이었다.


여름은 자신이 없는 동안 정리되어 있을 방을 생각하며 인형의 왼쪽 손을 만졌다. 과연 인형 안에 플라스틱 고무로 만든 버튼 같은 것이 만져졌다. 그것을 꾹 오래 누르고 있자, 몇 초 뒤 인형의 얼굴에서 입이 서서히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영락없는 사람의 입술이었다. 여름은 인형의 얼굴을 처음 마주했을 때 보다 더 무서움을 느꼈다. 여름은 재빨리 인형을 뒤로 돌려놓고는 얼른 집을 빠져나왔다. 분명 좋은 일이 맞을 텐데, 여름의 마음은 집과 멀어질수록 자꾸 불안해져만 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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