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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Jul 26. 2021

[호스피스환자를 보며] 내 생애 마지막 모습은?

[호스피스환자를 보며] 내 생애 마지막 모습은?


‘지금00가 이곳에서 퇴원하게 되면(다음주중) 대구로 데려가고 싶어요.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라고, 여기 성모병원에서 치료 해주는게 대구에도 몇 군데 있어요. 전 집에서 가까이 있는 병원으로 가고 싶거든요. 여기서 통증 치료를 잘 받고 있는데, 대구 가도 계속 치료해야 해서요. 제가 전화하면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요. 아제가 알아보고 입원할 수 있게 해주시면 해서요.“

지난주 지인으로부터 장문의 카톡이 왔는데 따님이 말기암 환자가 되어 대구 호스피스 입원병동을 찾는다는 슬픈 소식이었다. 지인이기보다 같은 공주이씨로 본이 같은 친척이다. 위로 공주이씨 조상을 짚어 보니 내가 학렬이 높아서 형님과 형수님은 나를 아제라고 부른다. 두 분 나이가 올해로 70대 80대가 되었다.

2009년 미국 샌디에이고 연수 시절 형님과 형수님을 2억 만리 미국 땅에서 만났다. 그 당시 두 분께서는 미국이민 10년 차로 이곳에서 주류상회(LIQUOR SHOP)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이곳에 맥주를 사러 갔다가 공주이씨로 본이 갔다는 것을 알고 인연이 되었다. 두 분은 2013년 미국 이민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였다. 귀국 후 대구에서 지금까지 살고 계신다. 

미국에서 같이 있을 당시 가끔 따님 자랑을 했다. 국내 최고 항공사 스튜어디스로 오랫동안 근무를 하고 있었다. 주로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오랫동안 타고 있다고 했다. 1년에 가족 무료 항공권이 나온다는 얘기도 했다. 하지만 따님은 결혼 후 자식이 없었다. 형님께서는 따님이 임신이 안 된다고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러던 중 이혼을 했다는 얘기도 했다.

4~5년 전쯤으로 생각된다. 따님은 유방암이 발생하여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때 회사에서 병가를 냈는데, 요양차 1년을 연장하여 2년을 병가를 냈다. 병가를 내었을 때 대구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만났고 식사도 함께했다. 이것이 따님과 인연이 되어 둘째 아이와도 아는 사이가 되었다. 몇 년 전 둘째 아이랑 서울 경북궁과 남산타워 관광을 갔을 때, 서울역 근처에서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그때는 이미 항공사를 퇴직하고 요양하기 위해 쉬고 있었다.

말기 암은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올해 50대 초반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말기 암까지 왔는지 의아했다. 자식을 먼저 보내야 하는 부모의 애절한 심정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말년 운에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만 하는 부모의 애절한 심정이 느껴졌다. 그동안 형님, 형수님은 겉으로 보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인생 여정을 보면, 큰 위기와 기회를 온몸으로 견뎌 내었겠지만, 자식으로 인해 받는 고통은 세상 어느 고통보다도 아주 큰 고통일 것 같았다. 

형수님은 따님을 간호한다고 서울에 있다. 형님은 홀로 밥을 해 먹으며 생활한다. 

따님은 잘 먹지를 못해서 몸은 더 축이 났고, 힘이 없어 휠체어로 타고 다닌다. 통증이 심해서 통증 치료를 해야 한다. 형수님으로부터 따님 얘기를 들을 때는 현재 상황이 아주 안 좋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따님이 받는 정신적 충격을 생각해 보았다.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정신은 말짱한데, 통증으로 인해 잠도 잘 못 잔다. 물론 진통제와 마약 성분이 함유된 약물치료를 받겠지만, 호전되는 것이 아닌 생명 연장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죽음의 시계가 째깍째깍 다가온다. 그 공포감을 대신 느껴 보았다. 과연 어떤 심정일까? 죽는 것도 편하게 아름답게 죽어야 하는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가 보다.

형님과 형수님께서 너무 건강해서 따님의 건강을 빼앗아 간 게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형님과 형수님은 잔병 없이 지금까지 건강하다. 특히 형님 같은 경우 식사마다. 술을 1병씩 마신다. 그래도 건강검진 결과 이상이 없다. 가수 송해처럼 타고난 건강 체질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자식에게는 주지 않았나 보다. 가끔 자식 중 요절하거나, 건강이 안 좋아 단명하는 집안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책을 읽어도 이러한 스토리를 가끔 접한다.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3년 전쯤 이 따님에게 말기 암 운명을 예측했겠는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도 내일 또는 몇 년 안에 죽지 않는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시한부 삶을 사는 따님을 보고 죽음에 대해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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