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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Aug 09. 2021

[주말농부] 다음 달 추석 전․후 고구마 수확합니다.

[주말농부다음 달 추석 전후 고구마 수확합니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콘서트 3번이 차 안에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간밤에 내린 비로 인해 멀리 팔공산 안개가 살짝 드리운 것이 보인다.” 

아침 6시 30분경 집을 나와 모차르트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주말농장으로 향하며 펼쳐진 풍경이다. 기온도 조금 내려가 조금은 시원한 기분이 드는 아침이다. 일요일 아침이라 세상이 평온하게 느껴진다. 

주말농장은 팔공산 뒷자락에 있다. 집에서 자동차로 40여 분 거리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콘서트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를 하고 가노라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바이올린 콘서트는 모두 다섯 곡으로 구성되었다.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부터 서유럽 전역을 두루 여행했던 그의 풍부한 경험이 깃들여 있다 음악평론가들은 얘기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 이 음악을 들으면 선율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동안 가장 많이 들어오고 있는 클래식 음악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NGXtGW6w2Y

클래식에 흠뻑 젖어 주말농장에 도착한 시간이 7시 30분이다. 밭 바로 옆 주택가 마당에 주차했다. 혼자 살고 계신 할머니 집이다. 할머니 집 한구석 작은 공간에 호미, 낫, 장화, 분무기, 밀짚모자 등 농사용 자재를 보관한다. 할머니가 최근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지셨다. 마당에 차를 주차한 후 할머니께 인사를 하러 갔다. 방문은 열려 있으나, 아무 인기척이 없다.

2018년 봄 무렵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당시 밭에 같이 온 적이 있는데, 그때 어머니와 할머니가 뵙기도 했다. 그땐 정정했던 할머니가 이제 기력이 점점 더 없어지는 것이 보였다.

농사용 자재 보관 장소에서 낮과 숫돌을 찾았다. 낫을 갈기 위해서다. 밭 어귀에 자란 풀도 베고 잡초를 제거할 때 필요하기 때문이다. 낫을 갈고 있으니 학창 시절 풀 베던 생각이 났다. 시골집에는 소를 키웠다. 특히 여름이면 소 먹잇감을 위해 여물을 준비해야 한다. 풀은 소가 가장 잘 먹는 신선한 음식이다. 풀과 더불어 사료를 배합해 준다. 

과거 풀 베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구마밭 입구에 무성한 풀을 베러 갔다. 풀 벨 때 풀 냄새가 온몸을 적신다. 너무 좋은 향기다. 

드디어 고구마밭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구마 넝쿨이 밭 골을 완전히 덮고 있었다. 말없이 자란 고구마들이 고맙기 그지없었다. 고구마밭 옆으로 참깨도 무성히 영글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농사를 함께 지으시는 지인의 참깨다. 고구마가 지금까지 온전하게 잘 자란 것도 지인의 돌봄이 컸다. 

통상적으로 고구마를 심고 고구마가 활착되어 밭 골을 덮기 전까지는 밭골에 풀이 자란다. 예전 같으면 제초제를 한두 번 쳤다. 올해는 제초제를 한 번도 안쳤다. 밭골에 풀이 자라지 않는 매트를 깔았기 때문이다. 지인이 이 작업을 다 주었다. 정말 무농약이다.

고구마 심어놓고 밭에 처음으로 왔다. 매트 덕을 엄청나게 많이 봤다. 

오늘 하여야 할 일은 고구마 넝쿨 사이로 보이는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넝쿨이 뿌리를 내리지 않도록 고구마 넝쿨을 땅바닥에서 덜어 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고구마밭 골을 따라 넝쿨을 덜었다 놓는 작업을 해 나갔다. 잡초 제거 매트를 깔았음에도 불구하고 고구마 넝쿨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 밀착된 곳도 있었다. 고구마밭 한 골을 끝내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고구마는 지금 시기가 중요하다. 넝쿨이 뿌리를 내리면 그곳에 쓸모없는 작은 고구마 덩어리가 생긴다. 이곳을 통해 영양분이 빠져나가 고구마가 굵어지질 않는다. 반드시 고구마 넝쿨이 뿌리를 나지 않도록 넝쿨을 관리해 줘야 한다. 매트를 설치한 덕분에 크게 할 작업은 없었다. 단지 밭둑이나 밭골 시작 지점 주변으로 무성히 자란 풀을 제거했다.

지인은 참깨 외에 여러 가지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었다. 고추, 대파, 들깨, 일반 토마토, 방울토마토, 오이, 가지가 보였다. 방울토마토를 심은 곳으로 가서 방울토마토를 땄다. 맛도 봤다. 싱싱하고 정말 맛이 있었다. 고추와 토마토, 가지, 방울토마토를 따서 봉투에 담았다. 팔공산에서 내려오면서 지인에게 좀 따 간다고 전화했더니 참기름도 한 병 준다고 했다. 농작물과 참기름까지 받으니 참 고마운 분이다.

고구마는 줄기를 심은 후 140일 정도 후 수확이 가능하다. 지난 4월 말에서 5월 초에 심었으니 다음 달 추석 무렵 수확이 가능하다. 2018년부터 고구마 농사를 시작하여 4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첫해는 100박스를 팔기도 했다. 올해는 지인 덕분에 밭 전체를 다 경작하는 부담은 줄어들었다. 고구마 농사는 노동력이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아 주말 농사 작목으로 최고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7020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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