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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Nov 20. 2021

[둘째 아이의 자발적 책 주문]타이탄의 도구들

[둘째 아이의 자발적 책 주문]타이탄의 도구들, 1박 2일 호캉스

     

“아빠 책 하나 사야 해. ‘어’ ‘그래’. ‘그리고 옷도 사야 되’”

수능을 끝낸 둘째 아이가 수능을 마치자마자 집에 와서 하는 말이었다.     

아이를 위해 옷을 사는 것, 책 주문하는 것은 늘 해왔던 일이라 별생각 없이 ‘어’ ‘그래’ 말하고 수능 당일은 지나가 버렸다. 둘째 아이는 옷을 사는데 메이커 옷이나 유명 브랜드 옷 등을 전혀 따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많이 했다. 무신사라는 옷 전문 쇼핑몰도 처음 알게 되었다. 옷을 선택할 때도 복잡하게 고민하는 것은 없다.      

수능 날에 이어 어제도 연차를 냈다. 아이와 1박 2일 호캉스를 예약해 뒀기 때문이다.

‘아빠. 책 주문하고 옷 사러 가자.’ 수능을 마친 다음 날인 어제 오전, 아이가 또다시 책 얘기를 했다. 책은 학습서를 주문하는 것으로 속으로 생각했다.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아이가 주문하려 한 책은 ‘타이탄의 도구들’이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책은 많이 듣던 제목이었다. 평소 내가 아는 많은 분 들이 읽고 있는 책이라 책 이름은 익숙했다. 아직 읽지는 못했다. 아이가 이런 책을 주문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했다. 자기계발서 책이었다. 아이가 솔선수범해서 책을 사겠다고 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 책을 어떻게 알고 주문했어’ 하고 물었더니, ‘그냥 알았다고’ 짧게 대답했다. 아이가 서서히 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옷 사는데 넌 망설임이 없어. 옷을 보고 결정하는데, 1분도 체 안 걸리니 말이야. 너의 큰 장점이다.”

호텔 투숙 전 아이와 함께 이마트에 옷을 사러 왔다, 니트 종류 옷, 후드 티를 샀다 아이는 옷을 고르고 선택하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이의 장점이라고 칭찬을 해줬다.     

“아빠. 나는 저녁 먹고 친구 만났다 저녁에 갈게. 지금 호텔에 가면 뭘 해?” 집 근처 호텔에 숙박하니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 줬다. 아이 친구는 경신고등학교 다닌다 했다. 아이를 예전 사는 아파트 근처에 내려다 줬다. 호텔 체크인 후, 오후 시간 객실에서 혼자 머물렀다.     

대구 최초 5성급 호텔. 호텔 인터불고, 호텔과 집은 자동차로 20분 거리다. 지난 10월 말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보고 아침 조식과 페기지로 예약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바르미 붸페는 대구에서는 최고 유명한 뷔페식당이다. 

저녁은 큰아이와 함께 외식 후 큰 아이는 집으로 가고 작은아이와 둘이만 호텔로 왔다. 거주지역에서 호캉스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객실은 더블 침대로 금호강 뷰가 시원하게 보였다. 멀리 아양교도 눈에 들어왔다.     

머리 깍고 가자. 호텔 출발 전 집에서 아이 머리를 깍아줬다. 아이는 빡빡 머리를 선호한다. 아이 머리는 집에서 직접 깍는다. 이를 위해 이발 기계를 손수 구입했다. 

아빠? 빡빡이 머리 잘 어울려? 오늘따라 나에게 묻는다. 사실 빡빡머리는 아이 두상에 잘 어울린다.     

저녁을 먹고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호텔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모처럼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아이가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자기계발서 책을 주문한 것은 생애 처음이다. 이런 책을 주문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질 않았다.

“아빠는 책만 읽으면 학교 공부 안 해도 된다 이렇게 생각해.” 아이에게 가끔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책이 사람을 변하게 하고 성장시키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에게 책을 읽어라’ 강요하는 일은 없다. 나도 처음부터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이탄의 도구들 책은 아이 스스로 선택했다. 모든 것은 스스로 깨달아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늘 네 편이다’. ‘화이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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