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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Dec 22. 2021

[두 아이의 추억] 생일 축하, 저녁. 두 아이의 이벤

[두 아이의 추억] 생일 축하, 저녁. 두 아이의 이벤트를 기억하며...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00이 생일 축하합니다.’

지난주 목요일은 둘째 아이 생일이었다. 우리 아이는 미역국을 전혀 먹지 않는다. 생일 아침이라 해도 특별히 해 줄 것이 없었다. 요즘 애들은 인스턴트식품을 즐겨 먹지만, 어머니의 정성 어린 음식의 맛도 중요하다. 음식에 사랑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 음식 맛을 모르고 자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런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아이는 자랐다. 아이 생일날이 되니 가슴 아픈 마음이 종일 가슴에 사무쳤다.

퇴근길 집 근처 파리바게뜨에 생일 케익을 사기 위해 들렸다. 평소 밀가루 음식과 빵을 전혀 먹지 않은 나로서 빵집에 가는 일은 잘 없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잘 가지 않는다. 오픈 기념으로 23일까지 20% 할인을 한다. 때마침 3만 원 쿠폰이 있었다.

“쿠폰은 할인되지 않아요. 카드로 하면 20% 할인되어 2만 천 원대가 되네요.” 2만 7천 원 되는 케익이

쿠폰과 카드 가격 차이가 5천 원이 넘게 났다. 순간 무엇으로 결재할까 망설이다가, 이내 쿠폰으로 결재했다. 나머지 3천 원도 다 써 버렸다. 쿠폰을 빌미로 다시 오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때 결정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일파티를 위해 치킨 2마리를 주문했다. 밤 9시, 케익에 촛불을 켜고 축하 송을 불렀다. 큰아이는 수험서 한 권을 선물했다. 생일 선물을 뭐해 줄까 망설이다가 스마트폰을 해 주기로 생각했다. 둘째 아이는 아직 스마트폰 기능이 없는 휴대폰을 쓰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 준다고 하면 엄청,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생일 선물로 스마트폰을 사주려고 하는데 어때?’라고 물었다. ‘스마트폰 필요 없어요.’라며 뜻밖의 얘기를 한다. 아이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곰곰 생각해 봤더니, 아이는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톡과 스마트폰 기능을 마음껏 이용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어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아이가 스마트폰에 욕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의아했다. 생일 축하 송을 부르고 두 아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평소에 얘기가 잘 없는 사이다. 큰아이가 포용력을 가진 결과라 생각했다. 가끔 둘째 아이로 인해 마찰이 있을 수 있는데, 장남으로서 잘 견뎌 내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아이 생일 덕분에 모처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생일이 며칠 지난날, 또 하나의 이벤트가 있었다.

“아빠 장어 먹으러 가요. 네가 산다는 거지. 네”

지난주 일요일 아이 둘이랑 장어를 먹으러 갔다. 큰아이가 장어를 사기로 한 날이다. 큰아이는 지인이 운영하는 영어학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영어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영어는 잘하는 편이다. 미국에서 중학교를 1년 동안 다니며 현지 문화를 경험했다. 토익점수도 900점을 넘기고, 토익위원회에서 주관, 말하기 성적도 아주 양호한 편이다. 큰아이는 영어 공부를 즐기는 편이다.

아이에게 밥을 얻어먹은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아이가 벌어서 나온 수익금으로 밥을 산다고 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큰아이는 집에 나이로 25살이다. 적은 나이도 아니다. 내년이면 4학년이다.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 한다. 전자 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학부를 살려 갈 것인지 영어로 갈 것인지 또 다른 길로 갈 것인지 궁금하다.

둘째 아이도 2년 뒷면 대학교를 입학한다. 두 아이와 함께 있을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두 아이 없는, 홀로 지내는 시간을 미리 생각한다. 두 아이가 좋은 직장을 잡고 잘 풀려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직장을 잡기 전이라도 한 집에서 살 계획은 하지 않는다. 사회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큰아이는 대학교를 졸업하면, 독립하라고 얘기했다. 둘째 아이에게는 20살이 되면 독립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갈 수 있게 미리 준비한다. 지금 조금 힘이 들더라도, 인생 2막 준비를 위한 것이다. 10년 뒤 두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고, 내 모습, 자아상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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