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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Jan 24. 2022

[느긋하게 걸어라]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기로


[느긋하게 걸어라]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기로 했다.


“예순의 나이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은 후 <느긋하게 걸어라>라는 순례기를 펴낸 조이스 럽 수녀는 홀로 있으려고 노력하는 시기를 ‘인생의 자궁기’라고 했다. 우리 생명이 밀폐된 자궁 속에서 홀로 형성된 것처럼, 우리의 영혼 또한 진정 홀로 있는 시간을 통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책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 마디> ‘사람은 때때로 홀로 있을 줄 알아야 한다.’를 낭독했다. 지난번 낭독할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인생의 자궁기’라는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느긋하게 걸어라> 책을 샀다. 주문한 책을 받고 나니 마음이 더욱 설렜다. 


“미로 같은 삶이 권태로울 때, 그대 기대어 버릴 수 있는 길이 하나 있다. 천년의 시간 무수한 발자국이 지난 길”

산티아고 순례길 유튜브 영상 하나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상을 보면서 이미 내 마음은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는 순례자가 된 기분이었다. 여행은 이미 가기 전부터 가슴을 떨리게 해준다. 

산티아고 순례 길은 프랑스 생장 피드 포르에서 시작해 성 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걸어가는 800㎞의 도보 길을 말한다. 내 안에 나에게로 향하는 머나먼 여행길. 수많은 수도자들이 걸었고, 나폴레옹이 군대를 이끌고 걸었던 곳이라 했다. 한해 150개국에서 6만 명이 넘는 도보여행자가 온다. 현대에는 영적인 이유로도 이곳에 오지만,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개인적 여정으로 온다고 했다.

KBS 영상 앨범 ‘산’에서 이상은 산악사진가는 로렌조라는 전용 가이드와 동행하며 800km 순례 길을 걸어가며 찍은 영상이다. 성지의 첫 출발지는 해발 200m 도시인 생장 피드 포르에서 시작했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차량으로 7시간이 걸린다. 

“끝도 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걷다 보면, 복잡했던 인생도 조금 단순해지는 듯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비워내야 하는지 같은,,, 떠나기 전 질문들마저 하나 둘 흩어져 버린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아가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머무른다. 그 무엇도 간섭받지 않는 오롯이 나망의 시간에 머무른다.”

잔잔한 음악과 아름다운 풍경, 내레이션 말들이 성지 순례 길로 빨려 들게 만든다. 순례 길을 직접 가지 않더라도 이미 내 마음은 순례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산티아고 순례 길은 함께 걷는 길이다. 그러나 홀로 걷는 길이다. 육체의 고통은 오롯이 혼자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순례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얘기도 나누며 걷지만, 육체의 고통을 견뎌내는 것은 자신만의 몫이라는 것이 가슴에 전해져 왔다.

순례 길은 종교적인 이유로만 걷지 않는다는 사실도 깊게 다가왔다. 종교와 이념을 떠나 다양한 문화를 접한다. 산티아고 순례 길은 다양한 세상으로 통하는 길이 된다고 했다.

“멈추어야 보이는 것들,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한 산티아고 순례길”

https://youtu.be/pLEOCOEiwOE

퇴직하면 제일 먼저 순례 길을 걸어 보고 싶었다. 하루 20Km, 40일간 산티아고 순례 길을 홀로 걸어보고 싶었다. 평소 홀로 있는 시간에 익숙해 있다. 이 순례 길은 나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지 기대됐다.

여행은 미지에 대한 설렘이다. 순례 길은 여행이라는 의미보다, 고행을 통한 내면의 나를 만나는 시간으로 생각해 봤다. 한 번뿐인 인생 이곳을 가지 않고 인생을 마무리 한다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 참고 인내하는 것은 잘 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런 삶에 단련이 되어 그런지 두려운 생각은 없다. 단지, 800Km 순례길이 고행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간절하게 가고 싶은 이유다.

<느긋하게 걸어라> 이 책은 나를 산티아고 순례 길로 더욱 깊게 안내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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