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아이와 함께 PC방 갑니다.

by 포사 이목원

[휴가] 아이와 함께 PC방 갑니다.

“휴가 안 가세요. 네 조금 있다 갈려고요. 사무실에서 직원들끼리 서로 휴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요즘은 직장에서 개인별로 주어진 연가는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사용하는 편이다.

신록의 계절 5월은 가정의 달 이자 징검다리 공휴일이 끼어 있다. 노동절,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 등 많은 기념일들이 즐비한 달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른 달에 비해 휴가를 많이 가는 달이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만큼 즐겁고 신나는 일도 없다. 일상 속에 잠시의 휴식은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이번 5월에 둘째 아이가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을 생각했다. 둘째 아이가 학교를 중단한 후 어떻게든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들? 이달 말 2박 3일 아빠하고 부산 해운대 갔다 올래? 지난번 머물렀던 그 호텔 말이야.” 어제 오후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가격이 아주 싸게 나왔네! 아이가 한참 생각하더니 “어! 알았어. 갈게.”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속으로 야호!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좀처럼 동행하지 안 하는 아이였는데, 함께 가기로 했던 것이다. 그동안 아이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마음이 통한 것 같았다.

‘이번에는 아이랑 PC방도 함께 가볼까.’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버리고 아이의 입장, 아이가 하고 싶은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말은 쉽지 정말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내가 PC방에 가면 뭘 하지? 게임이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아마 내가 PC방을 간다라고 하면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불현듯 이런 생각도 떠올랐다.

1인 기업의 대가이신 김형환 교수님과 작년에 아이 문제로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교수님은 아이와 좋아하는 것을 강력하게 권유하셨다. 휴가 때 일체 아버지가 좋아하는 책을 가져 가지 말라고 했다. 오로지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하라고 조언을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행동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작년 하반기 교수님과 통화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무르익은 것 같다. 행동으로까지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생겼으니까 말이다.

‘좋아 이번에는 잠시라도 아이와 PC방에 가기로 해보자.’ 이렇게 맘속으로 결정했다. 휴가지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아이가 좋아하는 일에 함께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어른 위주로 계획했고 진행했던 휴가가 아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신부는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평생 사랑하며 살겠습니까.’ 1996년 5월 12일 주례자와 하객, 양가 어르신을 모시고 결혼식을 올렸던 날이다. 그 이듬해인 1997. 5월 22일에 큰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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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15년째 되던 2010년 아내는 아이 둘과 남편을 남겨두고 저세상으로 떠나갔다. 그 후 장인어른도 돌아가셨다. 아내가 떠난 후, 올해 11년째가 된다. 5월은 나에게 참 의미 있는 날이다. 기억 저편의 한 공간에 살아 숨 쉬는 나의 뼈아픈 고통과 슬픔의 흔적이 아련 거리기 때문이다.

그때 중학생이었던 큰 아이는 25살 청년이 되었고 유치원생이던 둘째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어느 듯 내 나이도 50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세월 속에서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셨고, 형님, 큰 누님도 돌아가시고 이제 세상에 남은 가족이라고 해 봐야 작은 누님과 아이 둘밖에 없다. 5월은 아픔과 슬픔, 기쁨이 공존한다.

공무원 생활한지도 햇수로 30년째가 된다. 이제 정년 까기 근무할 햇수가 5년밖에 남지 않았다. 함께 했던 선배 공무원들은 퇴직 후 대부분 야인이 되어 노후 생활을 하고 있다. 조직에서는 M · Z세대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이른바 물갈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 선배 공무원처럼 호시절은 지나갔다. 갈수록 시대가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시간의 축으로 과거를 돌이켜 보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은 아주 의미가 있다. 5년 후 내 모습을 상상해보고 퇴직 후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5년 뒤, 10년 뒤, 아이의 운명, 나의 운명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래서 순간을 살라고 하라는 얘기했는가 보다. 미래를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을 간다는 생각과 함께 지난 시절, 현재 미래의 모습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둘째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한다고 하니 설렌다. 꼰대가 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보고 맛있는 것 먹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하다 오고 싶은 생각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여행 갈 때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헬스장을 이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호텔을 선택할 때도 수영장이 선정 조건 1순위다. 수영 후 느끼는 산뜻하고 최고의 기분을 알기 때문이다. 수영 후 간단하게 맥주도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책과 함께 홀로 여행하는 것은 정말 최고의 기쁨이다.

여행은 가기 전 생각하고 설계하는 것이 이미 50%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가지 전까지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설렌다. 이달은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생각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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