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변수] 순리에 따르는 인생의 법칙

by 포사 이목원

[돌발변수] 순리에 따르는 인생의 법칙


지난주 오후 3시 내가 모시는 상사분과 함께 현장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현장을 보고 난 후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가까이 되었다. “00님 상갓집에 오늘 가보시겠습니까, 내일 가보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오늘 가보시죠.’ 이렇게 해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장례식장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동료 직원의 부친께서 질환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상사 분에게 얘기한 이유는 부서장이 출장지에서 오늘 갈지 내일 갈지 물어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마음 한편으로 내심 내일 문상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퇴근 무렵이 다 되어 가자고 하니 퇴근 후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상갓집에 가는 것과 조문을 가는 것 모두 오늘 계획에 없던 일정이 갑자기 생기게 된 것이다.

문상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려 차를 가지고 집에 가면 아무리 빨라도 밤 8시 이후는 되어야 도착할 것 같았다. 아! ‘오늘 원래 하고자 했던 일정들이 다 틀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럴 때는 마음을 비워내야 한다. 장례식장에 가면서 시간을 아까워하거나, 변경된 시간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표출해 봐야 의미 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해 봐야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이미 부서장님께서 도착해서 내가 모시고 온 상사 분을 기다리고 계셨다. 시간이 오후 5시 30가까이 되었다. 헬라어에서 얘기한 크로노스 시간이다. 어쩔 수 없이 보내야만 하는 시간이다. 문뜩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상갓집에 오면 이곳에만 신경 쓰는 것이 맞다.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원래 생각하고 하려 했던 것들을 마음 한편에서 편안한 상태로 내려놓기 시작했다.

직장 상사, 부서장님 그리고 직원들이 모두 함께 조문을 했다. 상사 분께서 향불을 피우는 사이 돌아가신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 생명이 이렇게 흔적 없이 사라지는구나. 흔히 사람이 죽게 되면 하나의 우주가 사라졌다고 얘기한다. 가족에게는 우주만큼 큰 존재였다. 수술 날짜를 잡아 놓고 수술대기 중 폐렴이 악화되어 돌아가셨다고 했다.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료 직원과는 가끔씩 차 한잔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를 들어오던 터였다. 영정사진 앞에서 큰 절 두 번을 올리고 상주들과 절을 나누었다. 합병증으로 인해 튜브 삽관 등 인위적 생명 연장을 거부하였다는 얘기도 들었다. 안타까운 마음은 들지만, 유족들에게도 돌아가신 분에게도 모두 이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례식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조문이 아주 제한적이라 문상객들은 거의 없었다. “5월 초에 아버지와 하는 마지막 여행으로 계획하고 제주도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여행도 못하시고 돌아가신 거죠.” 제주도 여행이 임박해서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는 바람에 입원하게 되었고 돌아가시게 된 것이다. 유족 입장에서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아주 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처럼 세상일은 내가 계획된 되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모시던 상사분이 퇴근 무렵에 장례식장을 가자고 해서 부득이 내 스케줄을 변경한 것도 당초에 없던 계획이었다. 불가항력적 일정이다. 그날 장례식장에 있다가 사무실에 가서 차를 끌고 집에 오니 거의 밤 9시가 다 되었다.

funeral-ceremony-background_23-2148009967.jpg

예정에 없는 일들이 터지려고 하면 연속해서 터진다. 문상을 하고 난 그 다음날에도 계획했던 일정에서 벗어난 돌발 스케줄이 잡혔다. 사무실에 긴급 현안 업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보고서도 만들고 상사에게 보고 하면서 하고자 했던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직장 일을 해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일이 없을 때는 상대적으로 적다가 일이 생길 때는 한꺼번에 여러 일들이 동시다발로 생긴다. 처리해야 할 일 가지 수가 더 생긴다는 것이다. 이럴 때도 마찬가지다. 순리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왜 내게 자꾸 일이 생기는 거지.’라고 불평해 봐야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마음만 상한다.

이러한 예정에 없던 일정이 생기는 가운데 점심 식사를 3일 연속 삼계탕을 먹게 된 아이러니한 일도 발생했다. 삼계탕 마니아도 아니다. 오랜만에 수요일 점심을 아는 지인이랑 함께 먹게 되었다. 그 지인분이 카톡으로 메뉴 선정을 해달라고 계속 요청하는 바람에, 초밥과 삼계탕 두 메뉴를 두고 고심한 끝에 삼계탕을 선택했다.

옻닭 못 먹는 분 업죠? 점심은 옻닭 먹으러 갑시다. 목요일 부서장이 옻닭을 먹자고 해서 옻닭을 먹었다. 어제는 삼계탕, 오늘은 옻닭, 연속 2일까지는 점심 메뉴를 생각하며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금요일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다. 구내식당에 들러 식판을 받고 배식구를 보니 삼계탕을 배식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와 이게 뭐지? 오늘도 삼계탕을 먹는구나. 머피의 법칙일까. 3일 연속 삼계탕을 먹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다.

때론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살다가 돌발변수도 생기고 계획에 없는 것들이 생기게 된다. 뜻하지 않는 계획이 생기게 되면 더 여유로운 마음자세가 필요함을 느꼈다. 한 스텝 쉬어간다는 생각이 오히려 맘을 더 편하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지난 한 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여유로운 생각과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자화자찬해본다.


[쫓기지않는50대를사는법 오픈채팅방에 초대합니다.]

https://open.kakao.com/o/g8BvgpYc


#인생2막

keyword
작가의 이전글[휴가] 아이와 함께 PC방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