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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Jul 12. 2021

[인생 2막] 시애틀에 오면 연락주세요

[인생 2시애틀에 오면 연락주세요 (퇴직후 나는 어떤 유형일까?)     

”잘 읽었습니다. 버킷리스트 이루시길.“ 일요일 오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카톡 소리가 여러 번 울렸다. 이름을 보니 몇 년 전 명예퇴직한 직장동료였다. 내가 출간한 책을 읽고 책 사진을 캡처하고 ‘잘 읽었다.’라고 하며 버킷리스트를 이루라고 하며 카톡을 보낸 것이다. 너무 간단명료해서 역시 ‘입이 무거우신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은 1962년생이다. 지금까지 근무했다면, 올해 공로 연수를 가는 해다. 기억을 거슬러 보니 명예퇴직한 지 만 3년은 지난 것 같다. 2017년 사무관 진급했고, 다음 해 이분이 사무관 진급을 한 것 같다. 이분보다 늦게 시작했으나 사무관 진급은 빨랐다. 영어 가점 덕분이었다. 

어쨌든 직장 선배 동료였는 이분은 사무관 진급을 한 지 불과 몇 개월도 되지 않아, 명예퇴직했고, 홀연히 조직을 떠나 버렸다. 그 당시 직장 내부에서는 큰 충격이었다. 달자마자 나간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좋은 직장을 새로 얻은 것도 아니었다. 한두 번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 답변이 없었다. 1~2년이 지나고 대기, 수질 등 환경 관련 방지시설 업체에 입사했다는 얘기도 들렸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퇴직 후 인생 2 막을 살아가는 선배 동료는 관심 대상이다. 이분들을 통해 영향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에서 퇴직하는 분들 대부분은 다른 직장에 비해 인생 2막 준비가 소홀하다. 조직 틀 안에서 안주하다 보니 퇴직 준비를 하는 사람은 잘 보지 못했다.

퇴직 후 업무과 관련 있는 기관이나 중소기업 등 관리직 이사로 가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길게는 4~5년 정도 더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 삶에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집필한 ‘쫓기지 않는 50대를 사는 법’ 책에서 퇴직 후 인생 2 막을 살아가는 삶의 형태를 목표 지향형 인간, 현실 자족형 인간, 유유 자적형 인간, 사회 탈피형 인간 총 4가지로 구분했다. (42쪽)

쫓기지않는50대를 사는법 본문 내용중 일부

이분에게 ‘근황이 궁금합니다.라고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자가 신청 2년 만에 나와서 ’이달 말에 출국합니다.‘라고 톡이 왔다. 이분의 유형은 전형적인 사회 탈피형 인간에 속한다. 자녀가 거주하는 미국 시애틀로 떠나기 때문이다. 

이분 아들의 얘기를 간략히 언급해 본다.

유학 시절 아들은 미국 현지 여자를 만나 동거를 하였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 아이를 낳았다. 아들은 시애틀에 있는 보잉사에 취직했다. 군대도 가지 않는 혜택을 받았으며 미국 시민권자가 되었다. 자연히 부모님은 미국 영주권을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퇴직 전 이분 아들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6.25 전쟁 이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사람을 보통 베이비 부머 세대라고 한다. 최근 2~3년 동안 우리 조직도 급격한 세대교체가 있었다. 베이비 부머 세대 대부분이 퇴직해 버렸다. 직장에 남은 베이비 부머 세대는 거의 없다. 어느덧 내가 조직에서 떠나야 할 마지막 주자가 되었다. 인생 1막의 종착역이 확실히 보이기 시작한다. 늘 조직의 중간관리자라고 생각해 왔는데 선배 동료는 보이지 않고 이제 최상위 그룹으로 올라왔다. 2017년 지방행정 연수원에서 교육받았던 사무관 동료 직원 중 퇴직한 분도 많고 부서장이 된 분도 있다. 같은 분임에 있었던 충청도 모 여성 공무원은 최근 지방자치단체 구청장(임명직)이 되었다. 인생 1막 진급을 통해 최고의 영예를 누린다는 생각,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지만, 떠나야 할 시기가 임박했다는 생각도 동시에 느껴진다.


나도 1년에 한 200권은 읽는 거 같습니다. 유일한 취미입니다. 자식 마음대로 안 됩니다. 시애틀로 간다는 직장동료로부터 받은 톡이다.

자녀를 따라 미국으로 가는 모습이 마냥 부럽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살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지 않으면 인생 2막이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인생 2막, 독서를 취미로 삼았다는 것이다. 2억 만리 머나먼 미국 땅에서 ‘독서를 통해 새로운 인생 2막의 길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은 그만큼 또 다른 세상을 연결해 주는 힘이 있다.

미국에 오면 시애틀에 들리라는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렇다. 세계는 국경이 없어지고 이웃 가듯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어가고 있다.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다. 2010년 미국 연수 시절 미국 시애틀에 간 적이 있다. 이분이 연결고리가 되어 퇴직 후 이곳에 다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2막 퇴직한 선배 동료를 보며 퇴직 후의 준비를 착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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