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수밖에 없는 루틴 만들기
‘선생님 비가 오려나 봐요. 무릎이 쑤셔서 못 가겠어요.’ ‘미세먼지 때문에 운동을 못 가겠어요.’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레슨을 취소하는 회원이 있었다. 처음엔 그녀도 그러지 않았다. 주 3회 이상 레슨을 빠지지 않았고, 다른 회원과 레슨을 하다가도 개인 운동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출산 후 도무지 빠지지 않는 마지막 6kg을 빼겠다는 야무진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그 6kg 중에서도 마지막 2kg이 남았을 때 조금씩 지쳐갔다. 항상 비슷한 시간에 매일 보이던 사람이 눈에 띄게 보이지 않길래 기록을 찾아봤더니 레슨 날짜를 빼고는 나오지 않았다. 레슨도 주 3회에서 2회로 줄이더니 급기야 비가 와서, 추워서, 더워서, 급기야 기분이 아니어서 레슨을 취소했다.
회원들이 레슨을 취소하는 이유야 각양각색이지만, 한결같이 일기예보에 따른 이유와 기분이 아니어서 레슨을 취소한다는 것은 정말 신선했다. 당일, 그것도 레슨 직전 취소에 욱할 때가 가끔 있었지만, 운동을 난생처음 해 봤다는 그녀를 충분히 이해했다. 내가 공유나 정해인처럼 잘생긴 남자 선생님도 아니고, 헬스가 신나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닌데, 오고 싶다는 사람을 오히려 의심해봐야 한다며 그럴 수 있다 했다.
나 역시 운동을 즐기지 않는다. 어쨌거나 ‘하고 나면’ 개운하고 나에게 행한 수많은 인체실험(?)을 통해, 하는 쪽이 이롭다는 것을 몸소 느껴봤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뿐, 정말 하기 싫다. 레슨이 없는 날은 ‘이런 날 쉬어야지’ 하고, 레슨이 많은 날은 ‘피곤하니까 패스’ 한다. 비가 오면 일어나기도 힘든데 무슨 운동이야 하고, 날이 좋으면 놀러 갈 궁리하기 바쁘다. 내 주변 누구를 봐도, 운동이 너무 재밌어서 꼭 하고 싶다는 사람 별로 못 봤다. 특히 트레이너들은 더 그렇다. 원래 취미가 직업이 되면 결국 노동이 된다는 말이 옳다는 것을 그들이 몸소 보여준다.
운동하고 싶은 날 따위는 없다. 그런 날이 많았다면 누가 비만일 것이고, 체력이 떨어졌다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운동은 해야 하니까, 해야 비만도 안 되고, 체력관리도 할 테니까 우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단 운동을 가는 데에는 운동 가방을 싸는 것부터가 일이다. 그래서 나는 미리 운동 가방을 싸서 현관 앞에 둔다. 휴일에는 소파 위나 TV 선반 앞에 두기도 한다. 그곳이 어딘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반드시 지나가는 곳, 오래 머무는 곳 바로 옆에 두고 계속 시야에 걸리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학창 시절 시험 기간에 공부하나 안 하나 감시하는 엄마의 눈 같은 역할을 한다. 또, 가방만 들고나가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먹기도 쉽고, 부담감도 줄어든다.
다른 어떤 회원의 해결책으로는 매트를 미리 깔아 두고 잔다고 한다. 이 역시 가방을 싸 두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매트를 깔아 두면 깔아 둔 것이 아까워서, 어차피 다시 정리하려면 매트를 만져야 하니까 슬쩍 그 위에 올라가게 된다. 뭐라도 한다. 막상 시작하면 탄력이 붙어서 갑자기 스쿼트도 한번 해보고, 플랭크도 괜히 해보게 된다. 우리가 시작이 힘들지 운동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기에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효과가 좋고,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보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빵을 좋아하면 운동을 이틀하고 하루는 쉬면서 빵을 마음껏 먹는 다던지, 술을 좋아하면 술 약속이 있는 날은 운동을 반드시 하고 나가는 식이다. 보상이 있으면 운동이 그나마 즐거워진다.
우리는 목표가 있기에 운동한다. 사실 현대인들은 원시인처럼 생활하지 않기에 해야만 한다. 하지만 운동하고 싶은 날 따위는 없고, 운동선수나 트레이너처럼 직업이 아니기에 의무도 아니다. 그러니 운동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소소한 방법을 찾아서 천천히 하면 된다. 운동이 주는 이로움과 정말 어쩌다 얻어걸리는 즐거움의 포인트를 알게 된다면 운동하고 싶은 날이 일 년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쯤은 생기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