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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Feb 07. 2020

#34.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와 낙지볶음

[6일차_샌프란시스코]

리프트를 타고 유니언 스퀘어로 향했다. 사실 유니언 스퀘어 쪽에 볼 것도 많고, 맛있는 식당들도 많다고 해서 숙소를 이 쪽에 잡을까 고민도 한참 했었다. 그런데 치안이 너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홈리스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고, 관광객처럼 보이면 해코지를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차피 시내에서는 리프트나 우버를 타고 이동하면 되니까 마음 편히 다른 곳에 예약하기로 해서 정한 곳이 바로 피셔맨스 워프 쪽의 숙소였다.

생기 넘치는 곳이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굉장히 작은 크기의 광장이었다. 그럼에도 확실히 이 주변의 중심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수많은 백화점들, 가게들, 빌딩들이 이 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주변의 곳곳으로 이동하기에는 굉장히 편리할 것 같았지만 사실 솔직히 숙소를 이 근처에 잡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이 곳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한적하고 조용하고 조금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피셔맨스 워프 쪽 숙소가 내 취향에는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낙지볶음을 먹겠다는 다짐 하나로 지도 앱의 안내를 따라 두 블록 정도를 걸었다. 그리고 한식 식당 '코코방'에 도착했다.

550 Taylor St  San Francisco, CA  94102  United States

젊은 한국인 사장님 두 분이 운영하는 듯했다. 가게에는 한국 사람들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듯했다. 메뉴가 퓨전 한식인가 싶어 살펴보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메뉴에는 정통 한국음식들이 한가득 적혀있었다.


먹고 싶다고 요세미티를 내려오면서부터 이야기했던 낙지볶음과 된장찌개를 시켰다. 메뉴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둘이나 셋 이상의 외국인 손님들이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한국인 손님은 다른 외국인 손님들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대접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한 한국인 손님은 혼자 가게에 와서 음식을 먹으며 흐뭇해하기도 했다. 이 곳을 찾는 모두에게 나름의 만족을 주는 모습이었다.

나도 이 식당을 찾으면서 만족을 느낀 사람 중에 하나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피식하는 웃음과 함께 '여긴 진짜다'하는 만족을 느꼈다. 바로 파란 뚜껑의 플라스틱 물통이다. 한국에서도 대부분의 식당을 가면 술 광고가 붙어진 투명한 플라스틱 물통을 보게 된다. 물론 파란색 뚜껑에 구멍을 막아주는 부분은 떨어져 나간채로 말이다. 이 곳도 똑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마주했다.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릴뻔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세팅에 시작부터 만족하고 들어갔다.

드디어 만나게 된 낙지볶음, 그리고 된장찌개. 낙지볶음은 정말 기대했던 그 낙지볶음 맛과 같았다. 더군다나 소면을 함께 주다니 만족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옆 테이블에서 한 외국인 가족이 낙지볶음이 서빙되는 모습을 보면서 매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보통 낙지볶음 전문점의 순한 맛 정도로 매콤한 맛이었는데 아무래도 외국인들에게는 많이 맵게 느껴지겠다 싶은 마음이 문득 들었다. 아무튼 정말 맛있었다.


LA에서 먹은 순두부찌개 이후로 5일 만에 만난 한국음식이다. 한국 음식, 한국 물병, 한국 사장님, 한국 술, 그리고 한국어까지 참 반가웠다. 사실 배가 부르기는 했지만, 숙소에 돌아가 술 한잔을 더 하기로 하며 한국의 대표 안주, 두부김치를 주문했다.


두부김치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기대하며 다시 유니언스퀘어로 터벅터벅 걸어내려 갔다. 오늘 밤을 보내고 나면 이제 정말 마지막 날이다. 그 아쉬움 때문이라도 오늘 밤은 일찍 잠들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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