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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Dec 30. 2021

#3. 1과 6 사이의 간격

크지만 작은 차이

초등학교 교사로 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하게 되는 큰 착각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6학년 학생까지를 학생의 전부로 생각하는 것이다. 말이 어려운데 이런 느낌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정말 어린, 그러니까 말도 잘 안 통할 것 같은,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아기로 느껴지는 것.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은 마치 어른처럼 다 컸다고 여겨지는 그런 것. 우리가 마주하는 아이들의 유치원 시절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고, 졸업 후의 모습을 하루하루 관찰할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모두 모여있는 학교에 근무한다. 유-초-중이 모여있는 것뿐 아니라 통합운영을 하고 있다. 학교급은 다르지만 하나의 학교로 운영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정확할 것이다. 어쨌든, 여기에 와서 앞서 말한 착각이 상당히 깨져버렸다. 


유치원 선생님들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유치원에는 만 5세 반, 만 6세 반, 만 7세 반이 있는데 만 7세 반 아이들은 말도 잘 통하고 의젓하다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그분들은 그렇게 의젓한 모습으로 진학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말도 안 통하는 갓난아기처럼 대접받는 것이 속상하다고 하셨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학년 배정을 하다 보면 특정 학년을 맡기 싫어하는 선생님들이 꽤 많으시다. 초등학교 교사에게 1학년 자격증, 6학년 자격증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누군가는 절대 1학년을 맡지 않겠다는 강력한 어필을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기피 학년이 되는 셈이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대부분 '아이들이 말이 안 통해서', '똑같은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해 주어야 해서' 등의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사람들은 적당한 것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는데, 초등학교 여섯 개 학년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적용되는 것 같다. 1학년, 그리고 6학년을 맡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되도록 피하고자 하는, 아니 절대 못하겠다며 강하게 기피하는 분들도 꽤 계신다. 중간 학년 2, 3, 4, 5학년. 특히나 3, 4 학년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대부분의 지역 초등학교에 퍼져 있는 것 같다. 물론 모든 학교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사실 나도 잘은 모르겠다. 각자가 선호하는 학년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학년 배정이라는 것이 "절대 못해"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의 문제인가 하는 것 말이다. 더 어울리고, 잘 지낼 수 있는 학년, 더 잘 맞는 학년은 분명 있을 수 있다. 경험과 성향에 따라 각자 다를 수 있음을 물론 인정한다. 하지만 독불장군처럼 '굳건'하게 "절대 못해"를 고수하는 것은 전혀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오늘 나는 이틀에 걸쳐 이 글을 썼다. 처음 글을 쓸 때는 1학년의 아기 같은 모습 이전에는 의젓한 모습이 있었다는 것, 6학년의 어른스러움 뒤에는 초등교사인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귀여운 아이다움이 있다는 것을 놓치지 말자는 주제를 잡았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왜인지 주제가 학년에 대한 선호 문제로 바뀌어 버렸다. 곧 이맘때 다가올 상황을 예견한 것일까. 


올해만큼은 "저도 해 볼래요", "제가 해 볼게요"라는 말이 한 번이라도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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