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말을 많이 한다. 말하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성격임에도 출근하고부터는 거의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듣고 나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내가 나누는 대화의 상대가 주로 학생들이다 보니 주제도 다양하고, 반응도 정말 각양각색으로 빈 틈 없이 이어진다. 아침부터 아이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생각이 들어 오늘을 기록한다.
모든 학년을 다 맡아본 것은 아니지만, 학년에 따라 정말 아이들의 말하는 대화 주제나, 반응하는 방법과 정도가 참 다르다. 그런 차이를 하나하나 깨닫게 될 때 뭔가 재미를 느끼곤 한다. 올해는 저학년에 해당하는 3학년 학생들과 지내고 있다 보니 그런 사소한 재미들을 마주할 기회가 더 많은 것 같다.
쉬는 시간에 잠시 앉아서 쉬고 있을 때, 아이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올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땐 정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거나, 내가 챙겨야 할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싶어서 말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다가와서는 본인들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이야기한다. “오늘 급식에 뭐 나와요?”, “왜 상추쌈은 나오는데 깻잎은 안 줘요? 지난번에는 줬던 것 같은데?”, “저 어제 엄마가 필통 새로 사주셨어요.” 갑작스러운 긴장 끝에 약간은 허무할 만큼 예상치 못한 대화가 등장하니 허탈함을 넘어 재미있기까지 하다. 매일 이런 식으로 나를 조였다 풀었다 하니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아이들은 선생님에 대해서 정말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알고 싶어 한다. 선생님의 집은 어디인지, 선생님은 어느 초등학교를 나왔는지, 선생님은 어제저녁에 뭘 먹었는지, 선생님은 포도맛 젤리를 좋아하는지 사과맛 젤리를 좋아하는지, 선생님은 결혼을 했는지, 선생님은 나이가 몇인지, 선생님은 형제자매가 있는지, 우리가 체육시간에 수업을 하러 나가면 선생님은 혼자 무엇을 하는지. 대화하는 상대만 달랐더라면 취조나 추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아이들과의 대화이기에 귀엽게 받아들여지곤 한다. 물론 답변은 약간의 과장과 웃음 코드를 섞어 전해주곤 한다.
사실 바람직한 태도은 아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내 컨디션에 따라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정도에 차이가 나게 된다. 정말 몸이 힘들고 지친 날에는 평소 나누던 사소한 대화들마저도 이어가기가 힘들 때가 있다. “좀 이따가 얘기하자!”며 아이들을 돌려보내면 아이들은 정말 아무런 미련 없이 돌아서서는 친구랑 놀러 간다. 서운함이나 아쉬움의 표현 없이 돌아서는 아이들을 보며 괜찮겠지 싶으면서도 마음속 한편에 괜한 미안함이 조금씩 쌓인다.
컨디션이라는 게 내 몸 상태도 영향을 주지만 사실 그 날 주고받은 이전 대화들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대화의 내용보다는 대화의 방향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대화가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에 큰 영향을 받는다. 좋은 얘기를 주고받은 날은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져도 말이 술술 나온다. 마음속에도 대화를 이어나갈 나만의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부정적인 대화가 오고 가는 경우가 있다.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제지해야 할 때 라던지 바로잡아야 하는 경우다. 그런 경우에 최대한 간결하게 내용만을 전달하려고 하지만, 항상 그런 대화는 더 길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대화를 한 두 번 주고받은 날에는 모든 기운이 싹 빠지는 기분이다.
말을 이어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좋은 일이다. 누군가를 생각해서 말할 거리를 찾아내고, 상대의 답을 귀 기울여 들으며, 그에 대한 반응까지도 공유하는 완벽한 상호작용이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대화를 다양하게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하여 아이들도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또 친근한 관계를 쌓으려는 욕구가 풀리는 것 같다. 나 또한 대화하면서 이런저런 생각 할 거리나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지점을 인지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이들은 체육 수업을 위하여 운동장에 나갔다. 말을 이어나간다는 것의 소중함을 글로 쓰고는 있지만, 조용한 지금 이 교실이 너무나도 평화롭다. 일주일에 몇 시간 없는 교과전담 시간이 이렇게나 고마울 수가 없다. 이 조용함을 충분히 즐겨야겠다. 10분 후면 또다시 끊임없는 대화의 장에 들어가야 하니 말이다. 앞으로의 대화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오늘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