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어른 같지 않은 어른으로 키우겠습니다

by Trey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자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거나, 너무 멋있어서 모두에게 뽐내고 싶다고 여기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남과 나를 비교하여 위축되고 속상해하는 시간이 훨씬 많을 것이다. 나만 하더라도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날들보다는 위축되는 그런 속상한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조금은 더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줄 안다. 아이들은 스스로에 대해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본인이 어떤 점에서 뛰어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표현하기도 한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 모두 어린 시절 그런 자신감을 뽐내며 살았을 것이다. 그런 우리가 어째서 커가면서 나를 깎아내리게 되었을까.


이건 어른들의 문제다. 그리고 지금 어른들을 길러낸 더 어른들의 문제다. 그리고 그런 어른들을 길러낸 ‘어른들의 어른들’ 그 사람들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그냥 어른인 모든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항상 누군가와 비교한다. 물론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항상 자신의 또래들과 비교하고 경쟁한다. 그런데 어른들은 비교의 결과를 좋은 뜻으로 환류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잘난 점을 발견하면 조건반사처럼 삐딱하게 눈을 뜨기 시작한다. ‘쟤는 어떻게 저런 걸 잘하지?’, ‘쟤는 벌써 저걸 다 한단 말이야? 나는? 우리 아이는?’, ‘와.. 나는 왜 저러지 못할까’ 라며 혼자 생각한다. 아니 같은 처지에 있는 속상한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비교를 하여 점점 마이너스가 되어간다.


아이들은 그런 비슷한 상황에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전혀 다른 대화를 이어나간다. “우와, 이거 뭐야? 나도 알려주면 안 돼?”, “너 이거 진짜 잘하네! 이것도 해봐 줄 수 있어?”, “다음에 나 저거 해서 친구들 보여주고 싶은데 그때 네가 이걸로 같이 할래?” 이런 말들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더 짧고 간결한 말로 진심을 담아 누군가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칭찬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곤 한다. “와 대박.” 이렇게 아이들은 비교를 하면서 점점 플러스가 되어간다.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얻기도 하고, 무언가를 잘하는 좋은 친구를 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여겨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과 생활하면서 배워나간다. 어른들이 ‘저 친구와 비교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거라’고 대놓고 말하거나 가르치거나 표현하지는 않는다. 절대로. 대놓고 그렇게 표현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말보다는 행동과 표정과 느낌과 분위기에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배운다. 친구에게 진심으로 인정받는 것보다, 지나가는 말일지언정 어른에게 인정받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몸소 느낀 아이들은 그렇게 서서히 어른들을 닮아간다.


철이 없고 순진무구한, 아직 어리다고 우리가 쉽게들 표현하는 그런 아이들이야말로 옳은 자기 존중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철이 일찍 들어서 착한 아이라며, 생각이 깊다며, 어른스럽다며 여러 칭찬을 어른들에게 받는 아이들은 사실은 어른의 세계에 들어가기 직전 단계에 서 있는, 어찌 보면 너무 일찍 비교와 속상함을 알아버린.. 그래서 어른들이 미안함을 느껴야 할 대상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항상 아이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이답다고 하는 말들의 의미를 여러 상황 속에서 곱씹어보면 그다지 좋은 의미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 같다. 정말 8~9살까지는 아이다움을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딱 거기까지다. 3학년인데 아이 같다. 6학년인데 아이 같다는 말. 너무나도 빨리 어른처럼 사고하고, 어른처럼 행동하기만을 바라는 우리 어른들의 이기적인 속마음이 담겨있는 생각은 아닐까.


이 생각이 정말 맞는지 아닌지도 헷갈리곤 한다. 이는 나 또한 어른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우리 교실에서 나와 일 년을 지내는 아이들이 학교에서나마, 아니 우리 교실 공간 안에서나마 아이답게 행동하고, 아이답게 스스로를 자신 있어하고, 자기가 잘하는 그 사소한 어떤 행동 하나에도 당당할 수 있도록 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보려 한다. 나는 당당하게 자라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만큼은 나와는 조금 생각이 다른 어른으로 자라길. 내 또래를 비롯한 기존 어른들에게 ‘쟤들은 아직도 철이 없어. 어른이 되어도 어른답지가 못해’라는 꾸짖음을 들을지언정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고 남들과의 비교에서 한없이 지기만 하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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