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ey Jan 28. 2020

#11. 한국보다 더 한국스러운 맛, 미국 순두부

[2일차_LA]

새벽에 일어나서 공항으로 이동하고,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거의 잠도 못 잔 채 보내고, 다시 하루를 꽉 채워 돌아다닌 탓일까. 첫날 숙소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몸살이 올 것 같은 상태였다. 목도 칼칼하고 몸도 찌뿌둥한 것이 딱 몸살감기가 오기 전의 그 상태였다. 사실 일어나자마자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간단하게 먹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일찍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몸 상태를 보아하니 아침 일찍 움직이기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였다.


목이 칼칼할 때는 뭐니 뭐니 해도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나는 역시 한국 사람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잠시 몇 시간 뒤로 미루고는 바로 한인타운에 있는 유명한 순두부 집으로 향했다. 바로 BCD Tofu House, 즉 북창동 순두부다.

3575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10  United States

굉장히 큰 주차장을 가진, 마치 패밀리 레스토랑과 흡사하게 생긴 건물의 순두부 가게였다.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가게 입구에는 대기인원을 등록할 수 있는 명부가 있었다. 한창 식사 시간에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순두부집에 가면 정말 다양한 메뉴에 놀라곤 한다. 해물 순두부, 조개 순두부, 돼지고기 순두부, 굴 순두부, 곱창 순두부 등 정말 다양한 메뉴가 있는데 이 곳 또한 마찬가지다. 해물, 김치, 곱창, 만두, 된장, 햄, 섞어 순두부 등의 다양한 순두부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거기에 다양한 한식 메뉴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콤보 메뉴도 여러 가지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햄버거를 먹으며 사이드 메뉴로 감자튀김과 콜라를 함께 먹는 느낌이었다.


나는 해물 순두부를 단품으로 주문했다. 아침이고 몸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함께 간 친구 또한 해물 순두부를 주문했고, 조금씩 나누어 먹을 해물 파전을 사이드 메뉴로 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종류의 밑반찬을 가져다주었다. 오징어젓, 감자 샐러드, 김치, 나물, 피클 등의 기본 반찬을 듬뿍 가져다주고 심지어는 얼마든지 리필도 해 주었다.


가장 놀랐던 것은 미국에서 돌솥밥을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펄펄 끓는 돌솥을 가져다주고 뜸이 들 때까지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그리고 돌솥밥이 적당히 익었을 때 와서 각각의 밥그릇에 밥을 모두 퍼 덜어주었다. 물론 돌솥밥에는 물을 부어 식사 후에 먹을 숭늉도 만들어 주었다. 이 모든 과정을 손님을 위해 해 준다는 것이 상당히 놀라웠다. 역시 팁 문화가 정착된 나라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달궈진 뚝배기에 담아져 나오는 보글보글 끓는 순두부. 사진만 보면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궁금한 것은 맛이다. 정말 한국에서 먹는 그 맛일지, 아니면 외국 사람들까지도 사로잡기 위한 조금은 미국화된 맛일지 궁금했다. 한 숟가락 국물을 떠먹은 뒤에 나는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한국 사람을 위한 한국의 그 맛이었다.

사이드로 시킨 해물파전이 나왔다. 사이드 메뉴로 간단하게 곁들여 먹기 위해 시킨 것인데 웬만한 메인 메뉴만큼 양이 많았다. 해물도 정말 다양한 종류가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양이 들어있다. 미국에 와서 음식을 먹으면서 놀라는 점이 두 가지 있는데 어디를 가나 항상 똑같다. 첫 째, 양이 엄청 많다는 것. 둘째, 재료를 아까지 않고 푸짐하게 넣는다는 것.


뜨끈한 국물 때문이었는지, 푸짐하게 식사를 한 탓인지 칼칼하던 목은 가라앉았다. 몸살 기운도 누그러진 듯하고 몸 상태도 나름 괜찮아진 것 같았다. 미국에서 한국 음식을 예상보다 빠르게 만나긴 했지만, 대만족이었다. 기운을 내서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기대하고 기대하던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로!

매거진의 이전글 #10. 미국 숙박, 깔끔한 Inn도 나쁘지 않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