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

by 신정훈




생전 모르는 남의 말이 내 인생에 박힐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억울하다.


살면서

언뜻 언뜻 스치는 과거의 기억들이 있지.

기억의 조각이란 식상한 표현이 어울리는, 건빵들 사이 별사탕 같은 그런 작은 기억들.

누구에게 시간을 내어 풀어낼 꺼리도 못되는 그저 모습, 소리, 냄새, 그리고

빛으로 이루어진 그 무엇.


낙엽이 깔린 길을 걷다, 밀린 설겆이를 하다, 칫솔을 물고 밤 화장실 거울앞에 서면,

그 장소, 그 행동과 이어지는 작은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의미도 없고 앞뒤 사정도 기억나지 않는 뚝.뚝. 끊긴 그런 토막들이.


어느 밤 한적한 길 모퉁이에 서서 행인들에 연기가 갈까 조바심을 내며 도둑담배를 태우는데

뜬금없이 예전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달린 얼굴도 모르는 이의 댓글 하나가.


"오늘 와이프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길 했거든요. 이제 우리에겐 로또말곤 희망이 없다고요. 허허.."


그 댓글을 읽었을 때가 십여 년 전이고 그는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을 것이다.

이제 내가 그의 나이가 되고 보니


아...

그렇구나.

이래서,


그랬구나.




물론 그의 잘못은 없다.

있으면 내 마음이 조금은 좋겠는데

없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당신이 그런 댓글을 달아 십년 뒤 내 인생이 이리 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니 잘못이 있다면 오롯이 내 것일 것이다.


모른다.

머릿속엔 작은 캐비넷이 무수히 들어선 커다란 방이 있고

살면서 작은 돌부리를 만나면 캐비넛의 서랍이 열려 "팅.." 같은 하찮은 소리를 내며 튀어 오르는걸

기억이라 여기는 지도.


어찌되었든

누군가에게라도 간절히 책임을 돌리고픈 볼품없는 인생의 중년에겐 뭔가,

뭔가 억울하다.


이렇게나 아픈데

억울할 게 없어 더 억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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