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렌드버터 Jan 21. 2021

나만의 비주얼 라이브러리- 영국에서 패션마케팅 공부하기

Part 3. 두 번째 해, 끊임없이 부딪히며 배우기

영국에서 패션마케팅을 공부하는 동안 학교 도서관은 나에게 아지트나 다름없었다. 한국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수많은 예술 서적과 잡지를 보고 새로운 영감을 선사하는 작품을 책에서 발견할 때마다 행복감을 느꼈다. 초반엔 손에 잡히는 대로 무작정 읽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분류하고 활용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노하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1학년 때 튜터였던 팀이었다. 팀은 매 강의마다 비주얼 자료가 가득 담긴 슬라이드를 가져왔는데 수업을 듣다 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강의를 준비했는지 상상이 갈 정도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과거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전혀  다른 듯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낸 사례들을 다루었을 때였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새로운 창조는 없다’라는 말처럼 아무 리 새로워 보이는 창작물도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이후로 패션 화보나 디자인을 볼 때마다 과거의 어떤 작 품에서 영감을 받아 지금의 결과물이 탄생하였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전설적인 패션 아이콘이거나 예술 작품, 혹은 유 명한 영화의 한 장면 일 수도 있다. 모델, 장소, 스타일링, 소품, 텍스트, 조명, 구도, 포즈, 컬러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과거에 나온 작품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었다.


Louis Vuitton Spring/Summer 2012 campaign
Vogue 1954

나는 팀에게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거의 매번 강의가 끝나 면 그에게 가서 질문했고 지겨워할 정도로 미팅을 잡아서 만 났다. 한 번은 팀에게 비주얼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법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영화를 많이 보렴.”


영화는 시대별 스타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테마를 연출하는  법을 배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또한, 같은 주제라도 감독과 제작 연도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지므로 그런 차이점도 유심히 보라고 조언해주었다. 이런 방법으로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너만의 비주얼 라이브러리가 만들어질 거라면서.


팀의 조언에 따라 학교 도서관에 있는 DVD 컬렉션에서 영화를 빌려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이 말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퓨처리즘을 테마로 하는 대표적인 영화로 프리츠 랑이 감독한 메트로폴리스 (1927),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1982), 우디 앨런의 슬리퍼 (1973)를 꼽을 수 있다. 세 영화 모두 퓨처리즘이라는 같은 테마를 가지고 있지만, 제작 당시 기술 발달 수준과 영화의 스토리라인에 따라 코스튬, 배경, 컬러 등 표현 방식이 모두 다르다. 가벼운 오락 거리로만 여겨지던 영화가 비로소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비주얼을 보는 안목, 즉 좋은 비주얼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이 왜 중요할까?


패션 인더스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심미안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글보다 이미지 하나로 브랜드를 나타낼 수 있는 곳이 바로 패션업계이다. 브랜드 메시지를 멋지게 표현한 패션 화보 하나가 회사 매출을 좌지우지한다. 소비자들이 옷을 구매할 땐, 패션 화보에 표현된 브랜드의 이미지를 사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비주얼을 만들어 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를 골라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요구된다.


심미안을 키우려면 좋은 작품을 많이 접해봐야 한다. 미술 전시에 가거나 영화와 예술 서적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각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일이나 특정 테마를 기준으로 영화나 책을 골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전 12화 유용한 해외 트렌드 웹사이트 및 매거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