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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렌드버터 Jan 21. 2021

나만의 트렌드북 - 영국에서 패션마케팅 공부하기

Part 4. 마지막 해, 남은 열정까지 더하기

드디어 졸업반이 되었다.


3학년 동안 학생들은 스스로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고 리서치 플랜을 짜서 작업하게 된다. 졸업 프로젝트는 1단계와 2단계로 나뉘서 진행되는데 1단계는 리서치에 초점을 맞추고, 2단계는 1단계에서 했던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정기적으로 튜터와 만나 진행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받게 된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은 하나둘씩 파이널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기 시작했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겠다는 친구도 있었고 기존의 브랜드를 리브랜딩하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겠다는 이도 있었다.


나는 어떤 주제를 선택해야 할까?


이번 졸업 프로젝트가 학생으로서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로 나가 취업을 하게 되면 개인의 뜻과 상관없이 상업적인 면에 치우친 일을 하게 될 거라는 건 뻔한 사실이었다. 이제까지 패션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어느 분야에 가장 흥미를 느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난 항상 트렌드에 관심이 있었고 WGSN, 트렌드 유니온 같은 트렌드 정보 회사의 기사를 즐겨 읽곤 했었다. ‘그러면 직접 트렌드를 예측해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한 끝에 트렌드 예측(Trend Forecasting)을 프로젝트 주제로 정하기로 했다.


트렌드 예측은 보통 4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 트렌드를 생산하는 트렌드 이노베이터(Trend Innovators)를 찾는다. 두 번째, 트렌드 드라이버(Trend Drivers)를 분석한다. 이는 새로운 트렌드를 생성하는데 영향을 미친 사회학적인 외부 요소들을 의미한다. 세 번째, 트렌드 임팩트(Trend Impacts) 단계에서는 해당 트렌드가 패션, 디자인, 서비스, 리테일, 마케팅 등 다양한 인더스트리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사례를 찾는다. 마지막 단계는 트렌드 퓨처(Trend Future)로 트렌드가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여 나타날지 예측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트렌드 예측에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트렌드 이노베이터를 찾는 것이다. 누구를 트렌드 생산자로 정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영국 방송국인 채널 4에서 방영했던 ‘My Daughter the Teenage Nudist’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젊은 네이처리스트(naturists)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네이처리즘(naturim)은 문명화와 산업화로 인해 잃어버린 인간의 순수함과 본성을 회복하려면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에서 시작되었다. 나름 새로운 문화와 가치관에 꽤 열려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에게 네이처리즘은 쇼킹한 주제였다. 프로그램 인터뷰에 응한 젊은이들은 네이처리즘을 통해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존감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리서치를 하고 튜터와 미팅을 한끝에 젊은 네이처리스트들을 트렌드 생산자로 간주하여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리서치 플랜을 시작으로 네이처리스트들을 인터뷰하는 것 외에도 수많은 책과 저널을 읽고 전시와 박람회를 다니며 트렌드 북 작업에 열을 올렸다.


트렌드 북이 거의 완성이 될 즈음, 튜터가 의견을 냈다. 내가 예측한 트렌드가 패션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튜터가 제안한 대로 패션 브랜드를 하나 선택한 뒤, 내가 예측한 트렌드를 적용하여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는 섹션을 트렌드 북에 추가하였다. 이렇게 나의 졸업 프로젝트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아래는 제가 제작했던 트렌드북 일부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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