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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Jun 11. 2021

뉴스레터, 너의 이름은...

트렌드라이트와 함께 트렌드를 가볍고 산뜻하게 즐겨요!

사실 일단 시작했습니다


 뉴스레터를 처음 만들어야지 결심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이름을 짓는 거였습니다. 은근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기 때문에, 멋들어진 이름을 지어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조금 더 네이밍에 매몰되었다면, 저의 뉴스레터는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제가 완벽주의자이긴 했지만, 대놓고 완벽 지향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적당히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 거죠. 더군다나 당시 당장 다음 주에 보내야지라고, 마감기한을 잡아둔 덕분에 저는 일단 떠오른 이름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든 이름이, 바로 New Trend Mate였습니다.


일단, 트렌드 뉴스레터니까 트렌드는 넣어야지.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으니, 트렌드를 전달해주는 친구가 어떨까?

아 왠지 새로운, 따끈따끈한 트렌드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


이러한 고심 끝에 나온 이름이지만,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뭔가 너무 길기도 하고, 어색한 이름이랄까? 조금 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이름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목표로 했던 멋들어진 이름을 다시 저는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뭔가 부족해 보이는 초창기 뉴스레터

 솔직히 뉴스레터 레이아웃 디자인도 급히 하느라, 엉망이었습니다. 가장 익숙한 파워포인트로 쓱쓱 그려서 만든 거였거든요. 더욱이 타이틀 빼곤 디자인 요소도 전무하였습니다. 흰 배경에 글씨를 쭉 쓰는 정도였습니다. 과거 PPT 템플릿 만들던 경험을 살려, 색상 기준을 정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당연히 내용 구성 또한 지금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주차별로 하나의 이슈를 다루거나, 주요 지표 혹은 아티클을 다루는 등 다양한 형태를 A/B테스트해보았습니다. 다만 재미있는 점은 이름도 레이아웃도 환골탈태했지만, 내용 구성은 맨 처음 발간호의 큰 틀을 유지했다는 겁니다. 발간호는 2개의 토픽과 5개의 뉴스 링크를 전달드리는 형태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요. 이러한 기본 구성은 지금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콘텐츠 형태가 최종적으로 자리 잡자, 네이밍과 레이아웃 리뉴얼을 고민하게 됩니다.



뉴스레터 발간호를 공개합니다



주관적 만족보다는 객관적 기준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는 건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고민하고, 주변에 물어봐도, 맘에 드는 것을 차지 못했거든요. 고민이 몇 주가 지나도 끝나지 않자, 저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만족하는 이름은 평생 떠올리지 못할 거라는 걸 말입니다. (물론 운이 좋다면, 바로 떠올릴 수 있지만, 그것은 거의 로또 당첨될 확률...)


 그래서 주관적 만족보다는 객관적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이름을 만들어 보자로 정했습니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이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도 저는 여러 뉴스레터들을 레퍼런스 삼아 받아보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던 스타트업 위클리와 뉴닉입니다. 둘의 이름은 명확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위클리 : 스타트업 소식을 매주 전한다는 아주 심플한 형태의 네이밍

뉴닉 : 새로운(New)과 특이한(Unique)이 합쳐진 영미권 신조어


 이처럼 스타트업 위클리는 정말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명확히 드러나는 반면, 뉴닉은 빈 도화지처럼 아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네이밍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었지만, 저는 사실 그 중간 지점을 위한 이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세운 기준이 다음과 같은 3가지였습니다.


트렌드라는 단어는 넣어서, 명확한 지향성을 보인다

직관적으로 뉴스레터가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낸다

다른 데서 사용한 적이 없되, 비문은 아니어야 한다


 제가 만드는 뉴스레터의 지향점은 트렌드에 인사이트를 얹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자입니다. 트렌드를 전달하는 측면에서 매주 발송해야 하는 당위성을 더하고요. 저만의 인사이트를 얹어, 타 콘텐츠와 차별성을 만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트렌드에 대해 알기 원하나, 잘 모르는 이들이 소화할 수 있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키워드가 '가볍다'였습니다.


[괜히 처음 만든 브런치의 매거진 명이 '가볍지 않게 다루는 트렌드'가 아닙니다. 애초에 브런치를 만든 목적 중 하나가 뉴스레터에서 깊게 다루지 못한 주제를 조금 더 딥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드디어, 이러한 기준에 맞는 네이밍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코카콜라 라이트였습니다. 무언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맛의 핵심은 유지하고, 거기에 건강하다는 이미지까지 저는 이거다 하고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트렌드라이트[trendlite]라는 현재의 이름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던 겁니다!



Light가 아닌 Lite인 이유


사실 Coca-Cola Lite도 존재하긴 합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는 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 코카콜라 라이트는 Lite가 아니라, Light 아니야? 왜 Lite라고 지은 거야 라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날카로운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저의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의 영문명은 trendlite입니다. Light가 아니란 거죠.


 제가 굳이 모두에게 익숙한 Light 대신 Lite를 선택한 이유는 Lite가 주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데모 버전이나 유료 기능을 제거한 프리 버전에 Lite를 붙이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저는 뉴스레터가 말 그대로 우선 가볍게 트렌드에 대해 알고 가게 해주는 역할을 했으면 했기에, Lite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코카콜라에서 Lite가 붙은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이러한 모티브를 얻자, '가볍다''산뜻하게 즐기는'으로 뜻이 확장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부담스러운 요소는 제거하여 산뜻하고, 청량한 코카콜라처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한다는 뜻입니다. 더욱이 트렌드 라이트를 검색해보니, 이러한 이름을 사용하는 매체가 없었고요. 과거 삼성전자에서 핸드폰 모델 명으로 활용한 적은 있더라고요. 아 모델 명으로 사용되었으면, 비문은 아니겠다 싶어 최종 확정하게 되었습니다.


컨셉이 생기면 디자인도 따라온다!


 이렇게 트렌드라이트(trendlite)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명확한 모티브를 가진 이름을 만들면서 좋았던 점은 레이아웃 디자인을 하기도 용이했다는 겁니다. 탄산음료에서 이름을 가져왔기 때문에, 이후로 메인 디자인은 모두 콜라 캔에서 따왔고요. 메인 컬러도 쉽게 정할 수 있었습니다.


파워포인트로 디자인하던 로고는 새로운 동료 분이 합류하며 포토샵 기반으로 바뀌었습니다


 처음 디자인은 포토샵이 아니라, 파워포인트로 한 땀 한 땀 도형 기능을 활용하여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디자인과 인스타그램 운영을 해주시는 분이 동료로 합류하셔서, 현재의 디자인이 탄생하였습니다. 또한 라이트만 다른 단어로 바꿔서 확장을 테스트해보고도 있는데요. 매월 첫날 보내 드리는 트렌드 딥은, 특정 주제에 관하여 가볍지 않게, 오히려 깊게 이야기를 다루는 걸 목표로 합니다. 디자인 모티브는 부담스럽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더티 커피에서 따왔고요.


트렌드 딥은 진한 더티 커피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부담스럽지만 그만큼 달달하죠




 지금까지 뉴스레터의 이름과 디자인을 구상하던 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마케터로 일하다 보니, 어설프더라도 하나의 브랜드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고요. 물론 아직 브랜드라 하기에는 갈 길이 멀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역시 구슬이 아무리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이름도 멋들어지게 만들고, 예쁘게 디자인을 하더라도 아무도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지요. 저도 뉴스레터를 나름 일찍 시작한 편이지만, 거의 1년 가까이 구독자 수는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반등시키기 위해 지금도 정말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초기 구독자 수를 어떻게 모으려 했었는지, 그 삽질의 역사에 대해 다음 편에서는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뉴레] - 뉴스레터 그 자체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지난편 보기 ▶ [오늘도 뉴레] 04 저는 오늘도 뉴레를 씁니다

다음편 보기 ▶ [오늘도 뉴레] 05 친하다고 봐주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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