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묘한 Aug 11. 2021

잘 쓰는 게 장땡이다

결국 좋은 콘텐츠가 정답이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트렌드라이트 구독자를 모으려고, 브런치 계정 운영을 시작했지만 좋은 날은 그리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2020년 2월 말에 첫 글을 올렸는데요. 12월이 될 때까지 느껴지는 변화는 솔직히 없었습니다. 사실 주변에서 뉴스레터 글이 괜찮다는 평이 많아서, 홍보를 시작하면 쭉쭉 구독자 수 그래프가 올라갈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혹시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열성 팬을 1,000명만 모으면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요. 그런데 저는 이러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 말에 적극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팬을 1,000명 모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실감했기 때입니다.


 여기에 브런치라는 매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마케팅을 다뤘던 글의 조회 수가 1,000을 넘겨서 그런 알았거든요. 근데 그건 정말 운 좋게도 다음에 해당 글이 노출되어서였다는 3달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하였습니다. 그다음 글부터는 조회 100을 넘기기도 어려워하는 겁니다. 그 이유가 뭘까 찾다 보니, 사실은 그게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던 거죠.


하지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인고의 시간을 보낸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구독자가 늘래야 늘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브런치를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글은 1달에 2-3개 쓰는데 그쳤고요. (지금은 10개 이상씩 발행하곤 합니다) 초기라 구독자도 적었으니, 제가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더라도 사람들이 접할 길이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노력도 부족했습니다. 콘텐츠 창작가와 비슷한 직업을 뽑자면 아마 야구 선수, 그중에서도 타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3할 타율만 기록해도 성공적인 타자라 평가합니다. 10번의 타순 중 3번만 안타를 쳐도 훌륭하다는 거죠. 콘텐츠 창작가도 이와 유사합니다. 창작하는 모든 콘텐츠가 성공적 일순 없습니다. 10개 중 3개가 아니라, 단 1개라도 성공한다면, 훌륭한 콘텐츠 창작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새 야구 타자들의 스탯 중 가장 중요시 여겨지는 건, 홈런도 타율도 아닌 출루율입니다. 꾸준히 득점 찬스를 낼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지요. 저에게 있어도 꾸준한 출루가 필요했습니다. 찬스를 만들기 위해선, 일단 나가야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글을 충분히 많이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과도 기대 이하일 수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그때는 제가 더 열정을 불태울 이유가 없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글을 열심히 써도, 봐주는 이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재미를 찾으니, 길이 보였습니다


 슬럼프 아닌 슬럼프에 빠져 있던, 저는 우선 다시 제가 만들던 콘텐츠를 피드백해보기 시작합니다. 왜 내 글을 사람들이 읽어야 할까? 다른 수많은 아티클과 어떤 다른 가치를 줄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 끝에 저는 당시 새로운 플롯을 실험하기로 결정합니다. 제가 회사에서 하던 일인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마케팅의 전문성을 살려, 데이터 기반으로 트렌드를 해석하는 글을 쓰기로 한 겁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처음으로 발행한 것이 쿠팡의 CRM 마케팅 액션을 다룬 '화려한 쿠폰이 쿠팡을 감쌀 때'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솔직히 기대한 만큼의 반응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제가 원래 티는 안내지만 늘 목표를 높게 세우기도 하고요. 당시만 해도 기생충 글의 성공에 여전히 메여 있었거든요. 


 근데 신기한 건, 이 글을 쓰면서 제 안의 열정이 조금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집 근처 볕 잘 드는 카페를 찾아가서 거의 5,6시간 머무르면서 썼던 글이었는데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지도 여러 개를 썼었고, 데이터를 엑셀로 정리하고 그래프까지 그렸어야 했으니까요. 근데 무엇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쓰는 과정 자체를 어느샌가 즐기고 있더라고요. 더욱이 나중에 제가 했던 가정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라는 걸 확인까지 했을 땐, 정말 짜릿했고요.


 결국 이 글은 개인적으로는 반환점이 되었습니다. 유명한 영화감독들도 보면, 명작을 남기기 전에 스타일을 확립하는 초기작들이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랄까요? 제가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콘텐츠 시리즈가 탄생하기도 했고요. 오랜 암흑기를 끝내고, 이제 고속성장의 시기로 접어들게 해 준 콘텐츠들이 바로 이 시리즈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텐트폴 영화가 결국 영화사를 먹여 살립니다


 그리고 운명의 12월. 저는 잘 만든 콘텐츠의 힘을 드디어 실감하게 됩니다. 혹시 텐트폴 영화라는 개념에 대해 아시나요? 텐트폴 영화란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가장 메인 영화를 의미하는데요. 성공 확률이 일정하지 않은 콘텐츠 사업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시켜 주는 주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어벤저스 시리즈나, 분노의 질주 시리즈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텐트폴 영화의 원리는 개인 콘텐츠 창작가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러한 원리는 저에게도 동일하게 작용했습니다. 콘텐츠 창작가의 성장은 파도를 치듯이 올라가는데요. 꾸준히 우상향 하는 게 아니라, 터지는 콘텐츠에 따라 성장하고요. 얼마나 터지냐에 따라 성장의 크기도 좌우됩니다. 결국 저에게도 핵심 라인업이 필요했고, 터지는 콘텐츠들은 앞서 소개해드렸던, 데이터로 다루는 트렌드 매거진에서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첫 성공을 안겨준 콘텐츠가 바로 '무신사 이런 성장은 처음이야!'였습니다. 무신사의 블랙프라이데이가 성공한 비결을 데이터 기반으로 해석한 요 글은 무려 무신사 내부에서도 돌려봤다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로 히트를 쳤습니다. 글이 그만큼 퀄리티가 있었다는 의미일 텐데요. 조회 수도 누적으로 2천이 넘을 정도로 잘 나왔으니 정말 효자 글이었지요.


 하지만 이 글이 정말 저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건, 이 글을 시작으로 외부 기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모비인사이드에서 처음으로 기고 제안이 왔었고요. 지금은 총 7개 채널에서 제 글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고를 하게 되면서, 저의 글은 더 많은 독자 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신사 글만 하더라도, 모비인사이드 채널을 통해 브런치 메인과 네이버 메인에 노출이 되었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던,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봐주는 사람을 찾기 어렵던 건 벗어난 셈입니다.


터지는 콘텐츠는 언젠가 터진다


 기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도 거의 8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감도 생겼습니다. 주제만 정해도 해당 글이 흥할지 안 흥할지 예측이 됩니다. 의외의 글이 히트를 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정말 대박이 날 거 같던 글이 주목을 못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말 저 스스로도 즐겁게 쓰고 재밌게 읽히는 글은 결국에는 터지더라고요. 


 이와 같은 원리를 결정적으로 느끼게 했던 글이 '오늘의집, TV광고 효과 있었을까?'입니다. 솔직히 이 글은 처음 주제를 떠올렸을 때부터 느낌이 강하게 오던 글이었습니다. TV광고 효과를 분석해보면, 모두가 관심을 가질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정말 제가 마치 오늘의집 담당자가 된 것처럼 신나게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처음에는 반응이 미적지근했습니다. 메인 노출에도 실패했고요. 외부 채널에 기고했을 때의 반응도 생각보단 소소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타 뉴스레터에 해당 글이 소개되면서 구독자 수의 엄청난 성장이 있었고요. 메인 노출 없이도 공유 만으로 조회 수 신기록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오늘의집 공식 블로그에서 비슷한 포스트를 올릴 정도로 파급력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저는 콘텐츠를 잘만 만들고, 일정 부분의 노출만 확보되면 결국 터진다는 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기고도 여러 군데 하고 있고, 구독자 수도 꽤 늘었기 때문에 결국 제가 글만 잘 쓰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글 잘 쓰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겠지요.





 이렇게 저는 감사하게도 상승기류에 올라타게 됩니다. 이후로는 창작가로서는 정말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잘만 쓰면 많은 분들이 봐주시니 말입니다. 때로는 제가 쓴 글들을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보신다는 거에 놀라기도 합니다. 심지어 요새는 가끔 글의 내용에 관해, 다룬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해서요.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이렇게 잘 풀리는 와중에서도 파도타기와 같은 콘텐츠 구독자 수 성장이 답답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타율을 더 끌어올리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제가 콘텐츠 적중도를 높이기 위해 했던 노력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다음 편도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오늘도 뉴레] - 뉴스레터 그 자체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지난편 보기 ▶ [오늘도 뉴레] 06 친하다고 봐주지 않아요-

다음편 보기 ▶ [오늘도 뉴레] 08 늘 잘 팔리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동안의 트렌드-라이트가 궁금하시다면 ▶ 지난 트렌드 복습하기

트렌드-라이트를 받아보실 분은 ▶ 매주 트렌드 받아보기

이전 06화 친하다고 봐주지 않아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