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구독자 모으기 여정, 하지만 그래도 버티다 보면 좋은 날 옵니다-
뉴스레터를 처음 시작할 때 신기하게도 홍보에 대해선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당장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에 급급했던 것도 있고요. 아예 제로에서 시작하지도 않았거든요. 사내 메일링을 위해 만들었던 거라, 만들자마자 구독자가 50명까지는 바로 모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드 구독자가 모이면, 자연 바이럴을 통해 꾸준히 성장할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순진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거 있잖아요. 괜히 잘 나가는 사람들이랑 똑같이 하고 싶은 심리 말입니다. 신기하게도 저보다 앞서 성공한 뉴스레터들은 모두 특별한 광고 없이, 입소문 만으로 구독자가 왕창 늘었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그럼 내 글만 좋다면, 뭐 자연히 구독자 수야 우상향 하지 않겠어? 이렇게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인 추천으로 구독자 수가 일부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효과가 미미했을 뿐이지요. 당시 저와 같은 부서이던 분이 이동하면서, 새로운 동료 분들께 뉴스레터를 소개하기도 했고요. 이직한 분들이 잊지 않고, 새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계속 구독해주실 때 나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그래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그래도 의미가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50명 내외에서 반년 가까이 구독자 수가 정체되자 저도 모르게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제 사비로 유료 계정을 구매해서 보내는 뉴스레터인데... 무언가 성취감이 있어야 지속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뉴스레터는 물론이고, 브런치, 블로그, 유튜브 등의 개인 콘텐츠를 운영해보신 경험이 있으신 분은 다 공감하실 겁니다. 구독자의 반응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요. 괜히 모든 유튜버가 구독과 좋아요를 외치는 게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드디어 뉴스레터를 제대로 홍보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때마침 뉴스레터 이름도 트렌드라이트로 확정 짓고, 구성도 안정화되었던 시점이기도 했고요. 이제 때가 되었다 싶었습니다. 그럼 어디에 홍보를 했냐고요? 당연히 지인 채널이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제 인맥이 예전 같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도 과거에는 제가 페이스북 계정을 꽤나 열심히 관리했었거든요. 1,000명에 가까운 페이스북 친구들이 있었기도 했고요. 여기에 더해 카카오톡 단톡방도 활발히 돌아가던 게 많았습니다. 다 저의 홍보채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모두 과거의 일이었다는 것. 오랜 회사 생활로 지친 저의 SNS 계정은 휴면 계정에 가까웠고, 그렇게 많던 단톡방들은 모두 어디에 갔는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할 순 없는 일 아닙니까? 전 번거롭지만 친한 친구와 가족에게 먼저 뉴스레터를 일일이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대일 홍보는 나름의 A/B 테스트이기도 했습니다. 과연 어떤 집단에게 홍보해야 과연 효과적일지 말일지 판가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가장 먼저 친분도에 따라 선별한 몇몇의 지인들에게 뉴스레터 링크를 뿌려봤습니다.
"00아, 내가 요새 뉴스레터 하나 만들어봤는데 어때? 한번 봐줄래? 구독도 하고, 주변에도 알려줘 봐!"
"어, 너 이런 것도 해? 오 신기하다 한번 봐볼게. 이야 응원해!"
친한 지인이다 보니 오히려 거침없었습니다. 철면피를 깔고, 그냥 링크부터 들이밀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그 친구들은 몰랐지만, 저는 바로 구독 유무를 알 수 있었거든요. 근데 정작 구독하는 친구가 거의 없는 겁니다. 말로는 알겠다고 했지만, 실제 구독 전환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절친들인데도 처참했습니다. 테스트는커녕 힘 빠지는 결과만 얻고 말았습니다.
근데 인사이트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2차로 그럼 누가 반응할까 궁금해서 개인 SNS 계정에 한번 뉴스레터 홍보글을 올려봤는데요. 예전만큼 폭발적인 반응은 당연히 없었지만, 그래도 소수의 댓글과 좋아요가 있었고, 무엇보다 구독자가 늘었습니다! 한 2,3명에 불과했지만 정말 늘어나다니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구독해준 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다루는 뉴스레터라는 매체 혹은 커머스 트렌드 자체에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라는 거였죠. 그랬습니다. 친분보다는 콘텐츠에 대한 적합도가 구독 전환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주변 지인 중에서도,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을 정조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화하다가, 요새 트렌드에 조금 관심이 있구나 싶으면 바로 뉴스레터를 권했습니다. 또한 그들의 SNS 피드에 제 뉴스레터 홍보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체되었던 구독자 수는 다시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희망을 발견한 겁니다.
하지만 곧 다시 저는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모아서는 50명이 6,70명이 될지는 몰라도, 그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 순 없었거든요. 당시 제 목표는 그래도 100명만 넘겨보자였습니다. 근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고요. 구독자 100명의 길은 너무나 멀게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구독자를 어디서 모아야 할까? 저는 자연 바이럴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대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제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인 뉴스레터에 유료 광고를 붙일 수도 없으니, 남는 답은 하나였습니다.
보통 디지털 마케팅에는 3가지 성격의 채널이 있다고 하는데요. Owned Media, Earned Media, Paid Media가 그것인데요. 각각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Owned Media : 광고주가 직접 소유한 채널로 보통 블로그, 홈페이지 등이 해당
Earned Media : 제3자가 스스로 정보를 확산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SNS, 커뮤니티, 기사 등이 해당
Paid Media : 흔히 말하는 광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통 디스플레이 광고와 검색광고로 나뉨
제가 처음 믿었던 것이 바로 Earned Media였습니다. 하지만 순진했던 저의 기대는 무참히 배신당했죠. 그래서 저는 저의 채널을 키우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지인 홍보 테스트에서 확인한 것처럼 트렌드 정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서, 제가 바로 활용 가능한 매체가 바로 브런치였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자주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브런치를 통해 유용한 배움들을 얻기도 했었고요. 오로지 글쓰기 만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론 제 책을 출간하고 싶기도 했고요. 더욱이 뉴스레터를 반년 가까이 쓰면서 글을 쓰는 습관 자체는 어느 정도 기른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하였고, 여기서도 제 포트폴리오는 지금껏 발행했던 뉴스레터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저는 바로 작가 승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작가가 된 날이 2020년 2월 17일. 제가 첫 글을 올린 게 2월 24일이니 일주일이 걸린 셈이네요. 저는 여기서도 한번 더 행운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첫 글이 다음 어딘가에 노출되어, 조회 수가 1천을 넘겼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봐도, 첫 브런치 글이 시의성도 좋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팟캐스트를 듣다가, 뭔가 이건 글로 쓰지 않고 못 배기겠다 싶어서 쓴 거였거든요. 다만 나중에 깨닫게 된 건,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노출 없이는 누구도 읽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좋은 글은 언젠가는 널리 퍼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첫 글이 다음의 선택을 받았다는 건, 정말 저에겐 큰 축복이었습니다. 그 덕에 브런치 활동을 꾸준히 하게 되었거든요. 늘어나는 조회 수는 정말 마약과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브런치를 통한 홍보에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브런치 계정도 만들고, 첫 글도 나름 대박이 났는데, 제 살림살이는 이제 좋아졌을까요? 아쉽지만 아니었습니다. 브런치 구독자 수도 천천히 늘어나고, 뉴스레터 구독자 수도 조금씩 늘어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극적이진 않았습니다. 100명을 모으는 데, 반년 정도 더 기다려야 했고요. 그해 연말이 되어서야 200명을 겨우 모았을 정도였습니다. 브런치도 첫 글만큼 조회 수가 나오는 글을 만나기까지 몇 달이 걸렸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사이 뉴스레터가 개인 미디어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여러 성공 사례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발행 첫 달부터 구독자 1,000명으로 시작했다는 인터뷰 내용들을 접하면서, 정말 부러웠습니다. 뭔가 구독자 수를 바라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 맘이 그렇진 않으니까요. 그래도 꾸준히 버티면서 저는 묵묵히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소소하게나마 구독자 수가 계속 늘어나기도 했고, 중간중간 좋은 피드백을 주시는 주변 분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버티면서 꾸준히 하다 보니,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실 엄청난 구독자 수를 모았다거나, 정말 유명해졌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구독자 수는 정말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선 농담으로 저보고 주식차트 대신 구독자 수 대시보드를 본다고 놀릴 정도였습니다. 100명, 1,000명, 구독자 수가 늘 때마다 콘텐츠에 대한 책임감도 늘어나고, 더 열정을 쏟을 원동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구독자 수가 늘어나자,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도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뉴스레터로 광고도 해봤고요.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목표로 했던 책 출간도 앞두고 있는 등 정말 처음에는 꿈이었던 것들이 현실화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존버 만이 살 길이었던 겁니다. 물론 꾸준히 하는 모두에게 길이 열리지 않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꾸준히 하는 이들에게만 이러한 길이 열린다는 걸 저는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뉴스레터 구독자를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약 1년 간의 일들을 압축하여 나눠봤습니다. 현시점에서 트렌드라이트는 개인이 운영하는 뉴스레터 중에선 그래도 의미 있는 구독자 수를 모은 편이긴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구독자 수를 모으는 팁에 대해 말할 기회가 종종 생기기도 하는데요. 1년 이상의 삽질과 존버의 시간이 있었다는 걸 들으시면 놀라시는 분이 많습니다.
일례로 저는 스티비 크리에이터 트랙에 참여 중인데요. 온라인 온보딩에서 담당자분이 제가 2019년부터 뉴스레터를 써왔다고 하니 놀라시더라고요. 겉만 봤을 때는 단기간에 구독자를 성공적으로 모은 줄 알았다고 말입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구독자를 모으는 과정은 정말 험난했습니다. 그랬기에 때로는 뉴스레터를 그만 쓸까 고민했던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는 돌이켜보면, 스스로 왜 뉴스레터를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들여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과정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정도 답을 찾았습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제 글을 봐주시고, 좋은 피드백을 주실 때 보람을 얻습니다. 또한 뉴스레터를 가지고 여러 마케팅이나 비즈니스들을 테스트해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람도 얻고, 재미도 느끼려면 결국 구독자 수가 늘어야 하더라더고요. 사실 '오늘도 뉴레'라는 시리즈도 넓게 보면 구독자 수를 모으기 위해 시작한 거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존버 하던 제가 결국 상승곡선을 만나게 된 계기가 이제 슬슬 궁금해지지 않으시나요? 다음 편부터는 본격적으로 트렌드라이트가 성장하게 된 과정과, 그 과정에서 힘을 얻었던 에피소드들을 중점적으로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뉴레] - 뉴스레터 그 자체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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