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묘한 Apr 25. 2021

시작이 반이고, 꾸준함이 나머지다

뉴닉에서 깨우치고, 데이터홀릭으로 자극받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행동할 수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뉴스레터를 만든다고 하면, 저부터도 의문을 표하곤 했습니다. 뉴스레터는 흘러간 매체, 옛날 매체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재밌는 거는 이미 그때부터 전 받아보는 뉴스레터가 몇 개 있었다는 겁니다. 뉴스레터에서 만큼은 저도 얼리어답터였던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뉴스레터의 시대가 올 거라곤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저는 뉴닉이란 뉴스레터 서비스를 접하게 됩니다. 정확히는 2019년 3월 25일 아웃스탠딩에서 주최한 마케팅 콘퍼런스였습니다. 당시 세션의 제목은 "3개월 차 뉴스레터가 1.5만 명의 구독을 이끌어내기까지"였습니다. 2021년 4월 시점으로 뉴닉의 구독자 수가 무려 30만 명이라고 하니, 정말 초기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뉴닉은 자라나는 청소년과 같은 느낌인데, 정말 그때 뉴닉은 신선 그 자체였습니다. 



 뉴스레터가 미국에서 먼저 뜨긴 했다지만, 국내에선 정말 생소하던 그때, 철 지난 매체 같았던 이메일로 힙스터 느낌을 자아내는 스타트업이라니, 감명을 많이 받았습니다. 뉴닉의 모토가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 뉴스레터였는데, 그날 바로 강의를 듣던 중 구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트렌드 수집가를 자처하던 저로써는 당시나 지금이나 뉴닉이 만든 콘텐츠의 깊이에 대해서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심층적인 내용을 다뤘으면 했던 겁니다.


 그리고 더욱이 매일매일 공유할 커머스 뉴스 링크를 고르는 일도 점차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구글 알리미는 하루에도 십여 개의 기사를 물어다 주었지만, 막상 공유할만한 기사는 늘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단순 사실을 전하는 게 아니고, 인사이트가 담겨 있는, 읽는 사람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아티클을 공유하고 싶었지만, 그 기준에 부합하는 기사를 찾는다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웃스탠딩, 모비인사이드, 바이라인네트워크 같은 전문 매체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지만, 커머스라는 키워드 만을 다루진 않았기에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저는 맡은 업무가 변경되면서 실적 메일 공유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가 반가울 수도 있구나


 메일을 보내지 않게 되자,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원래는 일로 하기 전에도 전 늘 기사나 아티클들을 확인하는 게 루틴이었는데, 바뀐 업무에 적응하면서 바빠지자 점차 기사 읽기를 미루게 된 겁니다. 메일함에 안 읽은 메일들이 쌓여가기 시작하고, 몰아서 읽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저는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메일을 보냈던 건, 남들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저를 위한 행동이었다는 걸 말입니다.


 그렇게 무뎌지던 어느 날, 새로운 상사 분이 오시면서 넌지시 저에게 업무 하나를 맡기셨습니다. 직장인들은 알겠지만, 보통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는 건 대단히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더욱이 상사가 갑자기 던지는 일은, 스트레스 유발자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지시가 너무 반가웠습니다. 부서원들이 다시 뉴스 링크를 공유해주었음 하니, 메일로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지시였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나태해져 가던 제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저에겐 너무나도 반가운 제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뉴닉의 세션이 문득 생각나는 겁니다. 실적을 제외하고, 어차피 링크만 공유하기도 애매하니 뉴스레터를 만들어볼까? 내가 늘 목말라하던 그런 콘텐츠를 직접 써보는 건 어떨까? 평소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길 때까지 느리던 전데, 그날따라 유독 실행력이 뿜뿜했습니다. 뉴닉이 쓴다던 플랫폼 스티비를 찾아가, 가입하고 결제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첫 뉴스레터는 일주일도 안되어 발행합니다. 그날은 2019년 7월 17일이었습니다. 뉴닉의 세션을 듣고 약 4개월 만에 실행에 옮긴 겁니다.




뉴스레터는 쉽지 않아- 


 시작은 순조로웠습니다. 새로운 스티비라는 솔루션이 너무 신기했고, 파워포인트로 디자인도 하고, 구성도 짜고 글을 쓴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의욕도 과다한 편이었는데요. 한때 주 3회 발송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주 1회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당시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힘든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저도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기대와 다르게 구독자가 전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부서원들이 구독하면서 4~50명까지는 금방 늘어났는데, 그 후로는 감감무소식인 겁니다. 뉴닉처럼 만 명 단위는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면서 몇백 명까진 늘어나겠지 했는데, 전혀 퍼지지 않더라고요. 물론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은 제 잘못도 컸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매주 규칙적으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한때 주 3회 발송을 다시 주 1회로 줄였지만, 그조차도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발송 시간도 제멋대로였습니다. 어떤 때는 아침에 보냈다가, 당일 오후에 보내기도 하고, 바쁘면 건너뛰기도 했습니다. 정말 엉망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저는 반전의 기회를 다시 맞이합니다. 이번에도 정말 우연한 계기로 말입니다. 사실 저는 팟캐스트를 듣는 게 취미 중 하나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운동을 할 때마다 늘 팟캐스트 방송을 청취하곤 하는데요. 특히 저의 최애 방송 중 하나가 데이터 분석을 주제로 한 데이터 홀릭이란 방송입니다.


데이터 분석은 저의 주요한 과업 중 하나였기 때문에, 늘 방송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터 홀릭이 공개방송을 한다는 겁니다. 전 정말 팬의 마음으로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갔습니다. 그때가 2019년 10월이니 뉴스레터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딱 되던 시기였고, 앞서 고백했던 것처럼 마치 사춘기 학생처럼 방황하던 때였습니다.


 저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본업이 있으신 방송 진행자 네 분이 일찌감치 모여 방송을 준비하시던 모습들. 돈을 받기는커녕 사비를 들여 마련한 샌드위치와 음료를 주시던 따스한 마음까지 말입니다. 그냥 저는 거기서 콘텐츠 창작자의 열정을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순간 뭔가 저의 마음속에서 뭔가 간지러운 게 생기더라고요. 아 진짜 열심히 해봐야겠다! 제대로 한번 정말 열심히 만들어 보자! 열정이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선 결심한 게 2가지 큰 결심을 합니다.


1] 뉴스레터는 앞으로 빠지지 말고 발행한다.

2] 뉴스레터를 정해진 시간에 맞춰 발행한다.


 제 자신이 대견스럽게도 그 뒤로 뉴스레터를 건너뛴 적은 없습니다. 밤을 새워서라도 쓰거나, 점심을 굶어가며 썼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발행해야지 목표로 잡았지만, 사실 몇 번 오후에 보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아침 5시 50분이라는 발행 시간을 정한 후에는 그것도 1년 이상 지각 없이 잘 지켜내고 있습니다. 




 정말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주기를 정해 놓고 한다는 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운 좋게도 일찌감치 좋은 레퍼런스를 알게 되었고, 상사 분 덕분에 첫 시작도 큰 망설임 없이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감사하게 좋은 콘텐츠를 얻어 듣는 입장이었기에, 은혜를 갚자는 마음으로 지금껏 포기하지 않고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다시 조금 더 실제적인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뉴스레터 네이밍과 디자인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어떻게 트렌드 라이트라는 이름이 정해지고, 현재의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는지 그 히스토리를 나눠 볼게요!


 

[오늘도 뉴레] - 뉴스레터 그 자체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지난편 보기 ▶ [오늘도 뉴레] 03 칭찬은 뉴레도 써지게 한다

다음편 보기 ▶ [오늘도 뉴레] 04 뉴스레터, 너의 이름은...



그동안의 트렌드-라이트가 궁금하시다면 ▶ 지난 트렌드 복습하기

트렌드-라이트를 받아보실 분은 ▶ 매주 트렌드 받아보기

이전 03화 칭찬은 뉴레도 써지게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