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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Mar 06. 2021

미술관에서 뉴스레터는 태어났다

전문가의 길은 멀고, 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매일 아침 검색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저에게는 루틴이 하나 생겼습니다. 하루에 일정 시간을 떼서, 시장의 트렌드와 소식들을 찾아보는 습관입니다. 주로 제가 몸담고 있는 커머스 업계가 메인이지만, IT나 다양한 스타트업들의 뉴스들도 찾아보는 편입니다. 해외 소식도 놓치지 않기 위해, 간혹 외국 매체도 뒤적거리기도 하지요.


 그러면 대체 언제 이런 소식들을 소화하냐고요? 회사 근처에서 자취할 때는 주로 출근하고 본격적인 업무 시작 전 자투리 시간을 많이 활용했고요. 최근에는 출퇴근 시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물론 바쁘면 가끔은 건너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이 시간만큼은 확보하려고 애씁니다 왜냐하면 정말 저에게는 필요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커머스라는 업계, 마케터라는 직무는 정말 트렌드에 민감해야 합니다. 뭐랄까, 앞서가기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느낌이랄까요. 어떨 때는 제가 진짜 트렌드 집착러가 된 거 같기도 해요. 업계 소식이나 레퍼런스 사례는 물론이고요. 떴다 하는 콘텐츠나 밈이 새로 생겼다고 들으면 꼭 체득하여야 직성이 풀립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적어도 제 일에 있어서는 전문가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문가를 키운 것은 8할은 트렌드 학습을 하는 그 자투리 시간이었고요.


습관을 바꾼 한 번의 인터뷰

 

 물론 저도 처음부터, 이러한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던 건 아닙니다. 다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수년간은 정신없잖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아 그리고 그때만 해도 제가 일하고 싶은 산업군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뚜렷한 목표가 없다 보니, 더 헤매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대격변의 시기가 도래합니다.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피쳐폰을 제치면서, 모바일 비즈니스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지요. 그때 저도 모바일에 확 꽂혔습니다. 아 나도 저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내가 갈 길이다, 확신이 들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방향은 정했는데, 막막하더라고요. 딱히 제가 그 분야에 경험도 없었고요. 당시 부서는 오프라인 쪽 비즈니스를 위주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뭘 배워야 하나? 뭘 준비해야 하나?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근데 그때 문득 제 대학생활 마지막을 불태웠던 해외탐방 활동이 떠올랐습니다. 정확히는 탐방 준비를 하면서, 했던 인터뷰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그때 인터뷰했던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탐방 계획서와 보고서에서 중요한 내용으로 다뤘는데도 말이에요. 웃긴 건, 근데 이상하게 그 딱 한마디는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겁니다.


 당시 저희 팀의 탐방 주제는 미술관이었습니다. 그래서 해외 미술관을 탐방하기 전에 국내 미술관 담당자분을 찾아뵈러 갔었습니다. 거기가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었습니다. 사실 저의 취미생활 중 하나가 전시 관람인데, 지금 저의 최애 미술관인 곳이기도 하지요.


 혹시 미술관이 개관하기 전에 방문해보신 경험 있으신가요?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아마 쉽게 경험해보지 못할 겁니다. 저는 운 좋게도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지요. 인터뷰하러 가던 당시는 막 미술관 개관을 위한 공사 막바지였던 때였고요. 저는 건물 내 위치한 임시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금도 그 자리를 지날 때면 뭔가 기분이 묘해지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막상 뵈었던 전문가 분은 미술 전시를 찾아보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씀하시는 거 아니겠습니까? IT 관련 담당자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리 미술 전공자 분이 아니셔도, 미술관 시설을 기획하시는데, 쫌 뜨악했었지요. 그때 그분이 이어서 하신 말씀이 바로 저의 뇌리에 깊이 박힌 그것이었습니다.


저는 미술관 담당자로 솔직히 미술 전시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늘 전시 관련 기술 트렌드는 놓치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그래서 매일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과 관련된 
주요한 키워드들을 검색하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최적의 관람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술적인 지원 부분을 완벽히 해내려 합니다.

 솔직히 정확한 워딩까지 생각나진 않습니다. 다만 아직 어렸던 저에게 그때 그분의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는 엄청 멋있어 보였습니다. 아 이번에 만나 뵌 분은 진짜 전문가구나. 그리고 전문가란 끊임없이 자기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죠. 학교를 졸업한다고 공부가 끝나는 게 아니구나. 


 그리고 이때 이 한 마디가 절 바꿨습니다. 저는 본격적으로 모바일 비즈니스와 관련된 트렌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일단 뭘 알아야 하고 싶은 일을 잘 해낼 수 있으니까요.


직접 찾지 마세요! 구글에게 양보하세요


 그러면 저도 예전 그 미술관 전문가 분처럼 매일매일 검색을 했을까요? 다행히 저도 쫌 요령이 있던 것 같습니다. 어디서 인지 모르겠는데, 구글에 키워드를 등록해 두면 관심 분야에 대한 새로운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죠. 저는 기특하게도 바로 그날 실행으로 옮깁니다. 


(구글 알리미는 매우 단순한 서비스지만, 동시에 강력합니다. 오늘 바로 키워드를 등록해보세요)


(키워드도 하나, 링크도 하나, 뭔가 귀엽기도 했고 벌써 5년이나 되었다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메일함을 뒤져보니, 2016년 5월 26일에 받은 메일이 가장 오래전 구글 알리미더라고요. 지금은 키워드도 쫌 더 붙었고요. 많게는 수십 개의 링크를 받아서 다 읽어보는 게 가끔은 고역인데, 첫 메일에 키워드도 하나, 링크도 하나인 걸 보니 쫌 귀엽더라고요.


 그리고 그 뒤로 5년 동안 저는 매일매일 구글 알리미가 보내주는 소식들을 하나하나 정독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뭐 당연히 변하는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그런 것들이 쌓여가자, 주변에서 관련 트렌드 전문가로 브랜딩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고, 꽤 경력을 쌓아 제 분야에서 만큼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두에게 이 방법이 어울리는 옷은 아닐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잡학다식을 지향하기도 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성향이기도 하거든요. 매일 기사를 읽고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콘텐츠 소비가 즐거워서 아마 5년째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은 저의 트렌드 수집의 기원을 찾아 떠나보았습니다. 미술관에서 커머스 트렌드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가 탄생했다니, 신기하지 않으셨나요? 그리고 저도 글을 쓰면서 놀란 점이 하나 있었는데, 제가 구글 알리미를 통해 키워드별 소식을 받아본지가 벌써 5년이나 되었다는 거였습니다. 꾸준히 해온 제 자신을 칭찬하고픈 기분이랄까? 그리고 바로 이 구글 알리미 메일에서 제 뉴스레터의 원형이 시작되는데요. 다음에는 진짜 메일을 통해 지식을 나누기 시작한 그때로 돌아가 다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의 트렌드-라이트가 궁금하시다면 ▶ 지난 트렌드 복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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