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먼저 해달라고 말해주는 게 정말 좋은 거더라고요!
얼마 전 화제가 된 토스의 다큐멘터리 혹시 보셨나요? 트렌드 수집러답게 저도 얼른 챙겨봤는데요. 토스의 창업 스토리는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다시 봐도 참으로 매력적이더라고요.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들이 무엇일지 엄청나게 찾아 헤맨 끝에 다다른 곳이 바로 계좌 송금. 불편 해결에서 출발하여, 유니콘이 된 토스는 철저한 고객 조사와 사전 준비에서 나온 비즈니스였습니다. 또 다른 차세대 유니콘 마켓컬리도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컨설턴트였던 마켓컬리 창업자가 자신이 썼던 사업 보고서 기반으로 시작한 플랫폼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시작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아 자체 물류 인력을 가지고 시작했던 걸로 유명합니다.
갑자기 왜 토스와 마켓컬리 이야기냐고요? 저는 대단히 체계적인 성향의 사람이라, 이와 같은 스토리에 뭔가 짜릿함을 느낍니다. 잘 정리된 계획 하에 실행하고, 무언가 성취를 얻었을 때 찐행복을 느낀 달까요? 그래서 뉴스레터도 언젠가부터 구독자 수 목표도 세우고, 매주 오픈율도 피드백하고 있습니다. 구독자 수 목표를 달성하면 그 한 주가 참 즐겁더라고요.
제가 뉴스레터를 시작하면서 별달리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주변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위와 같은 저의 성향을 주변 사람들은 잘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너 이걸로 뭐하려는 거야 였습니다. 아마 지인들은 당연히 제가 무언가 계획을 세우고 시작했겠지 지레짐작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뉴스레터의 시작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어떤 계획도 목표도 없이 즉흥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 트렌드 기사를 선별하여 보낸 날짜를 찾아보니, 2016년 9월 20일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기억하냐고요? 메일을 찾아보니 다 남아 있더라고요. 당시 저는 제가 열망하던 이커머스 관련 부서로 막 인사이동을 했던 때였습니다. 정식 발령일은 9월 1일 자였던 걸로 기억하네요. 그때 저에게 맡겨진 가장 주요한 업무 중 하나가 바로 매일매일 전날의 실적을 전체 부서 직원들에게 메일로 공유하는 거였습니다. 한 2주 정도 되니까 해당 업무가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매일 찾아보는 관련 기사들을 메일 하단에 붙여서 보내면 어떨까? 우리 부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전 부서 막내였지만, 상당히 과감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을 먹자마자, 바로 실천했거든요.
처음에는 하이퍼링크를 달 줄도 몰라서 링크 전체를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날이 거듭될수록 양식은 다듬어져 갔고요. 제가 추천하는 기사들의 질도 올라갔던 것 같습니다. 매일 구글 알리미로 오는 십여 개의 메일과 외부 전문 웹진들의 기사 중 추리고 추려서 보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저에게 개인적으로 뉴스 기사 잘 보고 있다는 말을 건네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겁니다. 또 어떤 분은 대체 기사들은 어떻게 찾아서 보내주는 거냐 방법이 궁금하다는 분들도 계셨고요. 특히 간혹 부서 이동하거나 퇴사하는 분들의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앞으로도 이렇게 기사를 보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달라는 분들을 뵐 때마다 아 내가 했던 행동들이 의미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회사에서 제 뉴스레터를 접하시고 퇴사한 후로도 꾸준히 받아보시는 분들이 꽤 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죠? 이런 긍정적 피드백이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저도 정말 신이 나고 더욱 기사 선별에 공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매일 기사를 찾고 링크를 보낸다는 게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요. 아마 누가 시켜서 한 일이었으면 저도 수년간 꾸준히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스스로 학습을 위해 시작한 것이었고, 주위 사람들도 같이 변화하는 걸 느끼면서 동기부여를 얻으니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렇게 링크 붙이기를 하면서 저의 정보 수집 채널도 조금씩 확대되어 갔습니다. 그때부터 아웃스탠딩, 모비인사이드, 바이라인네트워크 등의 뉴미디어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했고요. 유료 콘퍼런스들도 제 사비와 연차를 들여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들었던 것들을 사내 세션을 개최해서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이땐 진짜 배워나가는 게 즐거웠고요. 또한 그것을 나누고 가끔, 액션으로 이어질 때 정말 신이 났습니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것이 스타트업 위클리였습니다. 스타트업 위클리는 매주 월요일 새벽에 그 전주 동안의 스타트업 관련 이슈를 모아서 보내 주는 뉴스레터인데요. 아마 업계 관계자 분들은 이미 익히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뉴스레터 자체가 엄청난 인사이트를 주거나, 내용이 방대하진 않아요. 단지 여러 키워드 별로 뉴스 링크들을 모아 보내주고요. 스타트업 관련 행사 일정도 같이 보내 준다는 게 참으로 유용하더라고요.
(제 뉴스레터를 가장 우선으로 추천드리지만, 스타트업 위클리도 강추합니다)
어라, 뭔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제가 매일 보내는 메일과 유사하잖아요. 주요 기사 링크만 선별해서 보낸다는 게. 솔직히 처음에는 제가 메일 보낼 때 도움이 돼서 받아봤거든요. 그런데 점차 구독자가 늘어나는 듯하고, 어느 날부터인가 광고까지 붙기 시작하니, 저도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런 뉴스레터도 훌륭한 콘텐츠구나, 그리고 수익화까지 이어질 수 있구나라고 말입니다.
더욱이 지금은 아쉽게도 제공되지 않지만, 한 때는 스타트업 위클리 내용을 기반으로 유튜브 영상도 만들어서 같이 공유 주셨거든요. 이게 뭐 원소스 멀티유즈 아니겠습니까? 정말 간단한 링크 공유 만으로도 훌륭한 콘텐츠가 되고, 이게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확산도 되면서 심지어 돈도 벌 수 있다니 당시 저에겐 상당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이때부터 서서히 제 맘 속에 2가지 열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제가 매일 뉴스 기사를 추리다 보니, 정말 딱 아티클 하나를 읽었을 때 인사이트를 주는 것이 정말 드물더라고요. 그때마다 왜 이리 좋은 콘텐츠가 없지 답답했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스타트업 위클리를 보면서 저도 뭔가 저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었습니다. 특히 칭찬을 들을 때마다 신나던 저는 보다 본격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열망을 바탕으로 드디어 제 뉴스레터가 피어오르게 된 것이지요.
물론 제가 이런 깨달음을 얻고 바로 실천에 옮긴 건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던 게 살짝 후회되긴 하지만, 숙성(?) 기간을 충분히 거쳤기에 현재의 트렌드-라이트를 태어나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이제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현재와 같은 형태의 뉴스레터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오늘도 뉴레] - 뉴스레터 그 자체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지난편 보기 ▶ [오늘도 뉴레] 02 미술관에서 뉴스레터는 태어났다
다음편 보기 ▶ [오늘도 뉴레] 03 시작이 반이고, 꾸준함이 나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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