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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Aug 10. 2020

바보야, 문제는 고객 락인이야!

오픈서베이 모바일 쇼핑 트렌드 리포트 2020에 찾은 인사이트

 단언컨대, 오픈 서베이의 트렌드 리포트는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시장 조사 자료 중 하나이다. 특히 같은 형태의 질문을 매년 패널들에게 반복적으로 묻기 때문에, 해가 지날수록 그 가치는 더욱 귀중해지고 있다. 단지 올해의 트렌드뿐 아니라 그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난 8월 3일 공개된 모바일 쇼핑 트렌드 리포트 2020은 메일로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열어서 정독하였다. 다른 주제의 리포트도 웬만하면 챙겨보는 편인데, 더욱이 모바일 쇼핑 트렌드라니! 이커머스 업계 종사자로 당연히 지나칠 수 없는 주제였다. 혹시 아직 못 본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꼭 전체 리포트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오픈서베이 모바일 쇼핑 트렌드 리포트 2020 보러 가기)


 그렇다면 오픈서베이의 리포트가 보여주는 모바일 쇼핑 트렌드는 어떠할까? 고객들은 어떤 행태를 보이고 있을까? 전체 리포트를 볼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면 아래 장표만 봐도 이커머스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다. 2018년에서 2020년, 고작 3년이 자났을 뿐이지만, 이번 리포트에 나오는 숫자가 말해주는 메시지는 매우 명확했다.


(출처 : 오픈서베이)


01 굳어진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


 작년부터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는 크게 2가지 주류 의견이 존재했다. 바로 쿠팡 대세론과 네이버 대망론. 쿠팡이 업계 1위를 굳혔다는 대세론과 네이버가 결국 시장을 잡아먹을 거라는 대망론 2가지는 끊임없이 언론들이 재생산하고 있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근데 실제 숫자도 그러했다. 쿠팡과 네이버는 유이하게 3개월 내 이용률이 50%를 넘긴 서비스인 동시에, 3년 연속으로 이용률이 성장 중이다. 2018년만 하더라도 비슷한 이용률을 보인 경쟁자였던 G마켓이나 11번가는 이미 멀찌감치 따돌렸다. 다른 경쟁자들이 제자리걸음 혹은 쇠퇴하는 동안, 둘은 꾸준히 성장하였다.


 향후에도 이 둘을 위협할 제3의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다. 한 때 국내 1위 이커머스 플랫폼 자리를 넘보던 11번가는 3년 연속 이용률이 하락세이다. 오랜 기간 쿠팡과 경쟁을 해온 소셜커머스 3 총사 중 나머지 둘, 위메프와 티몬도 힘이 빠지는 모양새. 전통의 강자 G마켓이 그나마 저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미 이용률은 더블스코어에 가깝게 차이가 나고 있다. 업계 추정 거래액도 네이버와 쿠팡은 10조 원 대를 넘긴 걸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적어도 종합몰 카테고리에서 이 둘을 대적할 상대는 없어 보인다.


02 할인의 몰락, 멤버십의 승리


 그렇다면 왜 쿠팡과 네이버는 승승장구하는 사이, 경쟁자들은 몰락했을까? 쿠팡과 네이버의 질주는 멤버십 진영이 할인 진영을 상대로 거둔 승리의 결과물이다. 정확히는 차별적인 고객 경험이라는 본질에 기반한 멤버십이 할인이라는 고객 가치를 이겨낸 것이다. 즉 고객락인에 집중한 플랫폼이 살아남은 것이다.


(출처 : 오픈서베이)


 쿠팡의 성장 배경엔 로켓배송이라는 물류혁신이 있었다. 그리고 쿠팡이 다시 한번 점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로켓와우였다. 쿠팡의 빠른 배송과 새벽 배송을 무제한으로 누리게 해주는 유료 멤버십은 쇼핑 멤버십 중 이용률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들어서야 네이버플러스를 내놓긴 했지만, 사실 이전부터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한 결제 편의성과 포인트를 축으로 고객락인을 시키고 있었다. 네이버 플러스는 론칭하자마자 이용률 3위로 올라섰는데, 결국 쿠팡과의 1위 경쟁에서 네이버플러스의 성공 여부가 주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클럽은 비록 이용률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이용률을 보였는데, 이는 G마켓이 11번가와 달리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베이는 스마일클럽 고객들에게 스마일페이와 스마일배송이라는 특화된 고객 경험을 꾸준히 주고 있고, 현대카드와의 협업을 통한 전용 카드 출시 등 여러 방면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왕좌를 되찾긴 어렵지만 적어도 현재 수준의 입지는 견고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몰락한 플랫폼들의 공통점은 할인을 주 무기로 삼았다는 점이었다. 11번가는 출시 초기부터 최저가 상품을 확보하는데 주력한 곳이었고, 위메프는 특가데이, 티몬은 타임커머스를 중심으로 특가 행사에 집중했다. 특가 행사를 통해 셀러들의 재고를 대량으로 판매해주고, 협상력을 올려 다시 좋은 상품을 확보, 특가 행사를 만든다는 선순환 구조는 분명 강력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멤버십 중심의 고객락인을 중시하는 쪽에 밀리는 모양새이다. 할인 행사는 일시적인 고객 방문은 이끌 수 있지만, 고정적으로 방문하는 로열티 고객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로켓와우에 자극받아 만든 위메프의 특가클럽이나, 티몬의 슈퍼세이브도 결국 혜택의 핵심이 할인이었기에, 초기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이용률이 급전직하하였다. 그나마 SK라는 강력한 대기업을 배경으로 둔 11번가와 달리 위메프와 티몬은 이제 정말 생존의 기로에 선 것으로 보인다.


03 식료품을 잡아라


  이렇게 극명하게 명암이 갈리는 와중에 알짜 성장을 거둔 서비스도 있었다. 바로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이용률이 3년 연속 성장한 SSG이다. SSG는 특히 올해 조사에서 이용률 10%를 넘어서며, 이키머스 시장 내에서 유력 플레이어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대대적인 마케팅과 함께 오픈한 롯데온이 오히려 전년대비 이용률이 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 신세계/이마트와 롯데의 명암을 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앞서 전략의 차이가 네이버와 쿠팡의 질주를 만들었다면, SSG와 롯데온은 카테고리가 결정적인 차이로 작용하였다. SSG의 전략은 우직하면서도 단순했다. 가장 큰 경쟁력이 있다고 여긴 이마트를 중심으로 식료품/생필품 카테고리를 집중 공략하였다. 이를 위해, 물류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해서 쓱배송을 론칭하였고, 가격의 끝 프로모션을 통해 쿠팡과 최저가 경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코로나 19 사태로 식품 카테고리 온라인 소비가 폭증하면서 빛을 발한 것이다.


(출처 : 오픈 서베이)


 이에 반해 롯데온은 전방위적으로 모든 카테고리를 다루는 종합몰 이미지로 초반 브랜딩을 진행하였다. 백화점, 마트, 양판점 등 거의 모든 유통 업태를 다 가진 롯데이고, 그 모든 계열사들을 다 만족시키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론 적으로 롯데온은 시장에 충격을 전혀 주지 못한 채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식료품 카테고리는 단지 SSG만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원래도 생필품 카테고리를 공략해 왔다. 더욱이 최근 생수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마켓컬리 같은 카테고리 킬러들도 조 단위 거래액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고, 배달의 민족이 B마트를 론칭하는 등 앞으로도 주요 전장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이처럼 최근 3년 모바일 쇼핑 트렌드를 움직인 것은 멤버십과 식료품, 즉 고객 락인이었다. 누가 더 내 플랫폼에 고객을 락인시키는 가가 3년의 경쟁을 좌지우지해왔고, 앞으로 3년 후의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번 리포트가 주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바보야, 이커머스의 핵심은 할인이 아니야, 문제는 바로 고객 락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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