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도 GA 할 수 있어 ⑨
오늘은 GA에 대해 다뤘던 시리즈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GA를 써야 하는 이유부터 기본 구조, 고급 기능까지 쉼 없이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GA를 열심히 배워왔던 분들께 이번 주제는 약간 충격으로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지금껏 내가 쌓아온 GA 역량이 쓸모없을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니 말입니다.
우리가 다뤄온 GA는 버전 3.0에 해당됩니다. 정식 명칭은 Universal Analytics이고, 이를 줄여 UA라고 많이 칭하며, 3번째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GA3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0년 GA의 최신 버전인 GA4가 새롭게 등장합니다. 아니 새로운 업데이트라니 당황스럽긴 하지만, 마음을 가라 앉히고 보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Google Analytics도 일종의 소프트웨어이니 말입니다.
우리에게 낯선 것은 UA가 그간 우리와 매우 오랜 시간 함께해왔기 때문입니다. 무려 2013년에 등장했으니 말입니다. 더욱이 GA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 자체도 불과 수년 동안의 일이니 아마 처음 GA를 접할 때부터 쭉 UA를 쓰신 분들이 대부분일 거고요. 이처럼 너무나 익숙해진 UA지만, 이별의 때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구글이 괜히 새로운 버전을 선보인 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시점에 GA4가 나온 것일까요? UA의 어떤 점이 문제였을까요? 그리고 GA4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우리는 당장이라도 UA를 버리고 GA4로 갈아타야 하는 걸까요? 아마 혼란 속에 빠진 분들도 꽤나 있을 것 같은데요. 오늘은 GA4가 나온 배경과, UA보다 발전된 지점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한번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GA3가 등장한 2013년은 웹의 전성시대이자, 슬슬 새로운 도전자가 모습을 드러내던 때였습니다. PC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웹 시장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더불어 모바일 웹으로 영역이 확장되며 제2의 도약을 하게 됩니다. 접근성이 좋은 모바일 웹은 정말 시장의 파이를 크게 늘렸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등장한 앱은 웹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합니다. 과거에는 브라우저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서 웹사이트를 오고 가는 것이 인터넷 접속 도구의 가장 주요한 쓰임새였다고 할 수 있었지만요. 요즘은 가장 메이저 한 도구인 스마트폰 사용 시간의 대부분을 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웹 분석만큼이나 앱 분석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어 버린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웹 분석 도구로는 앱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거였습니다. 이것이 GA4가 등장하게 된 1번째 이유이기도 합니다. 웹 분석과 앱 분석을 동시에 커버하기 어려웠던 건, 앱은 분석 대상이 웹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웹의 경우 페이지라는 단위가 존재하고, 따라서 페이비 뷰가 모든 분석의 최소 단위로 작동합니다. 더욱이 UA에서는 페이비 뷰를 기본으로 하고, 추가로 정의된 이벤트를 합쳐 히트라는 단위를 만들었고요. 이러한 히트가 합쳐진 세션을 기본으로 분석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앱을 온전히 포괄할 수 없었습니다. 앱은 페이지가 아닌 화면(Screen) 단위로 이루어져 있어서 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UA 버전의 GA로도 앱 분석이 전혀 불가능했던 건 아닙니다. 앱의 각 화면에 가짜 페이지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우회하여 분석이 가능했습니다. 2016년에는 구글이 새로이 인수한 firebase라는 툴이 등장하였고, GA와 이를 함께 쓰면서 보완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웠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넘기 어려웠던 허들이, GA로는 앱 설치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거였습니다. GA는 기본적으로 UTM을 활용하여, 고객의 유입 경로를 추적합니다. UTM은 URL단위로 부여하고, 중간 과정에서 유실되면 안 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앱 설치를 할 때면 보통 마켓 스토어를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과정에서 UTM은 유실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GA는 앱 설치 추적에 있어서는 먹통일 수밖에요. 근데 문제는 앱 설치가 너무나도 중요한 이벤트였다는 겁니다.
그래서 보통 앱 마케팅을 하는 경우, 앱 트래킹 툴을 별도로 사용해야 했습니다. 앱 트래킹 툴은 딥링크라는 기능을 활용하여 앱 설치 경로를 추적합니다. 즉 UTM이 유실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링크를 만든 거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firebase에선 이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GA에서 잡히지 않는다는 건 여전히 똑같았습니다. 결국 새로운 업데이트가 필요했던 겁니다.
마지막으로 GA가 쿠키 기반 분석 도구인데, 쿠키 자체에 대한 신뢰도나 활용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흔히 우리가 GA의 정확도가 80% 내외라고 하는 건 쿠키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쿠키는 일단 사용자가 지우면, 인식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고요. 기기는 물론 사용하는 브라우저 별로 따로 쌓인다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더욱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쿠키를 지속적으로 지우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기기 수나 브라우저 수도 계속 증가세라는 것도 쿠키의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북미나 유럽에 비해 쿠키를 삭제하는 비중이 높지 않았는데요. 이제는 아예 쿠키 데이터 자체가 규제의 대상이 되면서, 점차 활용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구글이 크롬에서 쿠키 데이터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일을 들 수 있는데요. 앞으로 쿠키는 의미 있는 데이터 소스로서의 위치를 더욱 잃어가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GA3 - UA가 한계를 드러내게 된 이유들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개인적으로는 GA4의 등장이 조금 늦은 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여러 한계들에 빠져 있는 동안 앰플리튜드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GA4는 상당히 매력적인 도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GA4를 사용해야 할까요?
우선 GA4는 이제 히트와 세션에서 벗어나 이벤트라는 단위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특히 페이지 뷰에서 해당되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인데요. 드디어 앱도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기에 더해 이벤트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면 정확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히트와 히트가 결합된 세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면 데이터 간 위계가 복잡해지게 됩니다. 세션으로 묶어서 봐야 하기에 가공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요. 사용자의 행동을 측정하는 데도 제약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두 동일하게 이벤트로 최소 단위로 통일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면, 종류는 더 다양해지면서 정확도도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이제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웹과 앱을 통합하여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유입과 전환의 기준도 세션이 아닌 사용자가 되면서 기준도 명확해집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사용자를 더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이왕이면 쿠키를 쓰지 않고 분석한다면 더 좋을 거고요.
그렇기에 GA4에서는 구글 시그널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고 합니다. 기존 GA3에서는 CID, 즉 Cookie ID로 사용자를 구분했습니다. 앞서도 여러 번 설명드린 것처럼 매우 부정확한 방법이었고요. 오차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에 GA4는 더 다양한 측정 기준을 활용합니다. 쿠키는 물론이고, 광고 ID도 적극 활용합니다. 광고 ID는 안드로이드의 ADID, iOS의 IDFA처럼 기기에 부여되는 고유한 식별 값입니다. 문제는 쿠키는 물론이고, 광고 ID도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자발적인 규제 강화로 활용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바로 구글의 진정한 힘이 발휘됩니다. 구글은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이자,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동영상 1위 플랫폼 유튜브 등 여러 서비스를 거느린 공룡기업입니다. 그리고 구글은 이러한 생태계에서 당연히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을 텐데요. 이 중에서 동의한 사용자에 한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구글 시그널입니다. GA4에서는 사용자 식별을 할 때 구글 시그널을 추가로 활용한다고 하는데요. 당연히 정확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웹과 앱의 통합 분석도 가능해지고 정확도도 높아진 데이터 맘껏 쓸 수 있을까요? UA는 로데이터 사용이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그래서 로데이터를 다운로드하기 위한 팁이 별도로 존재할 정도였고요. 조금이라도 고도화된 분석을 하려고 하면 샘플링이 걸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GA4에선 샘플링이 없습니다. 비록 이벤트 종류의 한계는 있지만 그 안에서는 데이터 샘플링이 없어진 건데요. 매우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빅쿼리와 연동이 무료로 가능해졌다는 점일 텐데요. 기존에는 빅쿼리 연동이 유료 버진인 GA360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빅쿼리는 매우 강력한 데이터 도구입니다. 대량의 데이터를 손쉽게 다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분석도 가능하고요. 더욱이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강력한 기능들을 연결하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무료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건 매우 큰 메리트입니다. 다만 문제는 일반적인 마케터가 사용하기에는 허들이 높다는 것 정도일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GA4는 매우 자비롭게 이러한 마케터들을 위한 내용도 포괄하고 있습니다. 바로 머신러닝을 가미한 고급 분석 기능을 추가로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이뿐 아니라, 별도의 개발 혹은 유료 툴을 사용해야 했던 다양한 리포트들도 기본으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사실 GA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분석 기능이었습니다. 경쟁하던 수많은 툴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무료 제공이라는 파격적인 한 수도 큰 역할을 했지만, 본질적으로 분석 기능 자체로 압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앱 분석이 안될 때부터 어떻게든 편법을 써서라도 활용을 하려 했던 거고요. 이 정도면 GA4 안 쓸 이유가 없지 않나요?
그렇기에 GA를 활용하시고 계시고, 아직 GA4를 활용 안 하신다면 바로 세팅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익숙해진 UA에서 벗어나, GA4를 배우기가 쉽지 않으시겠지만, 그런 수고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GA3와 GA4는 동시에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고요. 더욱이 GA3의 데이터 이전은 어렵기 때문에, 빠르게 듀얼로 적용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왜 완전히 넘어가지 않고 듀얼로 활용해야 하냐고요? 우선 GA4의 안정성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직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성급하게 갈아타기보다는 페이드 아웃되듯이 서서히 넘어가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GA3에 머물러만 있어도 안됩니다. 기능이 안정화되더라도 상당한 기간은 GA3와 GA4과 공존하는 시기가 이어질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금 GA2를 쓰는 이들이 거의 멸종되었듯이, 어느 순간이 되면 GA4 만이 쓰이는 시기는 분명히 올 겁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는 이들만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GA4도 같이 열심히 공부해보자고요.
*위 글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IT 이야기를 전하는 요즘IT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