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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Feb 27. 2022

20대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그로스 찾아보기

우리 정치권의 그로스 수준은 어디까지 왔을까요?

 대선의 계절입니다.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모두의 관심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모두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대선도 넓게 보면 마케팅의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 그들을 지지해줄 유권자 집단을 찾고, 그들의 마음에 드는 후보와 공약을 만들어서, 적절한 채널과 미디어로 이를 알려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선거전에서도 그로스 방법론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전략 중에 그로스 해킹이 있었다는 건 꽤나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출처: optimizely)


 그리고 놀랍게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미 2008년, 2021년에 그로스 방법론이 적용되었고 효과를 보았다고 하는데요. A/B 테스트를 통해, 최적화된 카피와 배너를 찾아 기부 모금을 극대화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선거 승리가 오로지 그로스 전략 만으로 해낸 건 아니었지만, 일반 기업들도 여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대단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미 국내 선거에서도 온라인 광고는 주요한 매체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후보들이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온라인 홈페이지도 자신의 공약을 알리는 주요한 창구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우리 정치권은 그로스 실력을 키우고 있을까요.



※ 이 글을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와 정치적 호불호, 성향과 관계없이 후보자 선거 운동에서 활용되고 있는 그로스 방법론에 대한 내용만 다루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01 퍼포먼스는 잘 내고 있을까요?


 광고를 운영하다 보면, 은근 규제를 확인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배너에 사용하는 이미지 컷부터, 카피에 들어가는 할인율까지 위반하면 칼 같이 광고가 잘리지요. 중앙선거관리 위원회에 의하면, 그래도 후보자가 포털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광고가 많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상보다 세련된 카피와 배너 디자인. 여기에 더해 영상까지 활용한 광고가 있을 정도로 나름 수준이 높았습니다. 당연히 외부 광고 대행사도 활용하고, 전문가들을 통해 뽑아낸 소재일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출처: 네이버)
(출처: 다음 캡처)


 하지만 결국 이와 같은 광고 소재 최적화를 하기 위해선 데이터 수집이 필요합니다. 광고 데이터는 구글 애널리틱스의 UTM을 활용하여 얻은 뒤, 매체사에서 제공해주는 것을 이중으로 비교 분석한 다음 활용하는 것일 일반적입니다.

 


 위의 두 URL은 각각 위의 이미지에 있던 광고를 클릭해서 이동한 랜딩 페이지에 해당되는데요. 윤석열 후보의 광고는 아쉽게도 UTM 코드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반면 이재명 후보 캠프는 UTM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고요. 소스, 매체, 캠페인 항목을 각기 목적에 맞게 입력한 것은 물론, 캠페인 이름도 직관적으로 실제 소재와 연결되게 지은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UTM 코드 삽입 유무 만으로 광고 캠페인의 퍼포먼스 최적화 여부를 온전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윤석열 캠프 홈페이지 자체에서는 구글 애널리틱스를 활용하고 있었기에, UTM을 누락시킨 점은 확실히 아쉬운 포인트였습니다.



 또한 서로 의식이나 한 듯 두 후보의 광고 모두,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서브 홈페이지로 랜딩 시키고 있다는 점과 영상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였습니다. 이러한 액션들은 과연 어떤 의도롤 이루어진 것일까 솔직히 의문이 들었습니다.


 선거 운동이라는 것이 대단히 단기간 내에 진행되는 만큼 트래픽이 여러 채널로 분산시키는 의사결정은 솔직히 쉽게 이해가 되진 않았습니다. 물론 연령대 별로 별도 페이지를 만들어서 접근을 했을 수도 있지만요. 그런 전략이었으면,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만든 소재와 재밍 페이지를 굳이 4050 세대 비중이 높은 다음 PC 매체에서 노출을 시키지 않았겠지요?


 또한 광고는 기본적으로 이탈이 높고, 영상을 보기 쉬운 환경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단기간 내에 정보 전달량이 많고, 주변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텍스트를 활용하고, 비주얼적인 측면은 이미지로 보완하는 랜딩 페이지가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영상이 최근 트렌드이지만, 트렌드라고 무작정 어디에나 넣는 건 전혀 그로스적이지 않은 선택으로 보이네요.



02 모두 키워드 광고는 활용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가 있지 않으신가요? 도대체 왜 1번 이재명 후보와 2번 윤석열 후보만을 다루는지 말입니다. 아쉽게도 제 서치 과정에서 다른 후보의 광고는 접할 수 없었습니다. 널리 알려지기로, 온라인 광고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매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특정 키워드에 광고비를 태우는 검색 광고(SA)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선관위 가이드에 따르면 키워드 광고는 합법입니다.


키워드 광고는 합법이라 하는데 찾아보기가 너무 힘듭니다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튜브)


 하지만 놀랍게도 서치 과정에서 디스플레이(DA) 광고는 종종 접할 수 있었지만, 검색 광고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온라인 선거 홍보 판도 자본에 의해 좌우되게 됩니다. 타 캠프 대비 압도적으로 자본력이 좋은 집권당과 제1야당 후보 광고 만을 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걸까요? 주변 마케터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표 분들 중에 검색 광고에 돈을 쓰기 아까워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검색을 할 정도면 이미 잡은 고기인데 굳이 더 힘을 쏟을 필요가 있냐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입니다. 검색을 하면 분명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겠지만, 그 관심이 꼭 호감과 전환으로 이어지란 법은 없으니까요.


 물론 CPC 형태로 운영되는 광고를 운영하면, 문자, 전화 테러 등을 걱정될 수도 있겠지만, 네이버 브랜드 검색 광고처럼 이를 우회하는 형태의 광고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군소후보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해보았으면 어땠을까 아쉬울 따름입니다.



03 홈페이지 내 유권자 행동은 보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들어온 유권자들의 행동을 보고 최적화를 하고 있을까요? 앞서 서두에서 소개해 드린 오바마 선거캠프는 기부를 늘리기 위해, 이미지와 카피, 버튼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이를 위해선 역시나 방문한 유권자의 행동 데이터 수집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다시 등장하는 것은 구글 애널리틱스. 앞서서는 UTM 활용 유무가 중요했다면 여기서 포인트는 이벤트 세팅 여부인데요. 이벤트가 정의되어 있어야 클릭이나 페이지 이동 흐름을 손쉽게 확인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UTM은 아주 세세하게 활용하고 있던 이재명 후보 캠프는 이벤트도 꼼꼼히 세팅해두었을까요?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인 WASP를 통해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전혀 흔적이 없었습니다. 광고를 유입되는 숫자와 캠페인 별 성과는 측정하겠지만, 결국 이렇게 되면 전환은 알 수 없게 됩니다. 더군다나 커머스의 구매 같이 정해진 성과가 없기에 더욱 목표를 정의해야 하는데, 이벤트가 없다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UTM을 활용하지 않아서 아쉬웠던 윤석열 캠프는 이벤트 태깅은 적극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윤석열 후보 홈페이지)


 반면 UTM은 활용하지 않던, 윤석열 후보 캠프의 홍보 페이지는 신기하게도 이벤트 태깅은 또 꼼꼼하게 세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UTM을 활용하지 않아서 획득 관점의 분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또다시 의문입니다.


신박한 컨셉에 비해 그로스 활용 측면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출처: 안철수 후보 홈페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철수 후보의 홈페이지는 특히나 아쉬웠습니다. 사실 그 어느 후보보다 홈페이지의 UI/UX 퀄리티가 훌륭했거든요. 넷플릭스의 컨셉을 그대로 가져와 패러디한 신박함이라니, IT 기업의 파운더 출신이라는 점이 처음으로 와닿았습니다.


 하지만 그로스 측면에서는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넷플릭스 홈페이지의 UI/UX는 디자인 자체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큐레이션으로 유명합니다. 하나의 영화나 드라마에도 수백 개가 넘는 이미지를 만들어서 바꿔가며 클릭률을 최적화시키고요. 수많은 태그들을 달아서 추천을 하는 것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의 홈페이지는 겉모습만 비슷하게 따왔을 뿐, 그 안에 담긴 큐레이션이라는 가치를 가져오지 못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따로 이벤트 태깅 등을 통해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요.



04 옴니 채널을 활용을 한 경우도 있나요?


 지금까지는 주로 온라인 활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요. 아무래도 그로스 방법론을 하려면 데이터가 필수이고, 이를 오프라인에서 적용하기엔 여러모로 제약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고객에게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옴니 채널을 구축하여 경험을 증진시켜, 전환을 유도하는 겁니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국민이 QR코드 사용에 익숙해지면서, 이를 활용한 온-오프 통합의 바람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에 QR코드를 넣으면 효과적일까요? 저는 모든 유권자가 받아보는 종이 매체, 선거 공보물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선거 공보물은 법적으로 모두가 거주지에서 받아보게 됩니다. 더욱이 종이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비용도 꽤나 만만치 않은데요. 그래서 자본이 풍부한 후보 캠프의 공보물은 두툼한 반면, 군소 후보들은 심지어 1장이 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따라서 QR코드를 활용하기에 무엇보다 적합한 매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비용적으로 한계가 있어 전하지 못한 내용을 온라인으로 이동시켜 전달할 수 있고요. 더욱이 인쇄할 때 이를 슬쩍 끼워 넣는 건 추가 비용이 들지도 않으니까요. 또한 이론상으론 모든 유권자에게 도달하기도 하고,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보는 적극적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쉽고 효과적인 방법을 활용하는 후보들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우선 원내 정당 후보라 할 수 있는 5번까지 중엔 오준호 후보가 유일했고요. 이외 원외 정당 후보분 들 중에 3분이 더 있어서, 총 4분에 불과하였습니다.


원내 정당 후보 중에선 QR코드를 사용한 후보가 1명밖에 없었습니다 (출처: 오준호 후보 공보물)


  꼭 온-오프 채널의 연계 활용은 아니더라도, 뭔가 채널 포트폴리오 전략은 대부분의 후보들이 아쉬웠습니다. 유튜브 영상 콘텐츠 내에서 더보기를 통해 홈페이지로 이동시킨다거나, 혹은 연관된 다른 영상을 추천한다던가 하는 형태도 찾아보기 힘들었고요. 이러지 말고, 다양한 매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활용했다면 조금 더 효과적으로 선거운동이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요즘 우리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대선. 이처럼 중요한 선거 운동 과정에서 그로스 방법론은 잘 활용되고 있을까 살펴본 결과. 솔직히 누구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글을 처음 구상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한 결론이기 했는데요. 일반 기업들조차 IT업계를 제외하면, 잘 사용하지 않는 개념이니 정치권이 이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점차 광고의 헤게모니가 전통 매체에서 온라인 매체로 넘어가는 시대에 언제까지 정치권도 뒤쳐진 채로 남아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지금이야 거리 유세가 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시대는 계속 변하고 있으니까요. 과연 5년 후의 선거 운동 모습은 또 얼마나 달라질지 앞으로가 궁금해지네요.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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