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자신감엔 근거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꽃길만 남은 건 아닙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일 쿠팡의 2021년 실적이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어닝 쇼크였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지만, 사실 오히려 그간 쿠팡이 보여온 모습이 그대로 이어졌다는 게 더 맞는 평가가 아닐까 싶은데요. 높은 성장과 매출 신기록, 여기에 역대급 적자까지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은 20년 대비 54% 증가한 184억 달러, 원화로는 약 22조 원에 달했는데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자, 그간 매출액 기준 국내 1위 유통기업이었던 이마트를 넘어섰다는 상징적 의미까지 가진 성과였습니다. (이마트의 전년도 매출은 16조 원이고, 이베이 코리아를 품은 SSG의 실적까지 더해도 18조 원 남짓에 그쳤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적자도 역대급이었는데요. 무려 영업손실이 14억 9천만 달러, 원화로 약 1조 8천억 원을 기록하며, 이 또한 기네스를 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일들은 상장 직전이던 2020년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적자 규모를 대폭 줄였을 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매분기 반복해오던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쿠팡의 이번 공시 자료를 보면 참 재미있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우선 매출이나 활성 고객 수 성장률은 당당하게 표시했는데요. 일례로 2021년 4분기 쿠팡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성장하고, 활성 고객 수는 21% 증가하였습니다. 하지만 본인들에게 불리한 지표에는 'NM'을 달아 두었습니다. 'NM'은 'Non Meaningful'의 약자인데, 즉 의미 없다는 거지요.
적자 기업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쿠팡은 여전히 자신들의 현재 성적은 계획된 적자 아래 차근차근 진행 중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든 맘만 먹으면 흑자로 전환 가능하기 때문에, 증가율 따위 의미가 없다는 뜻일 텐데요.
다만 작년 연말부터 쿠팡은 무언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재작년부터 마케팅 비용 등을 줄이고 있다는 건 잘 알려져 있고요. 신사업이라고, 돈을 쏟아붓던 쿠팡이츠 요금제도 정상화를 선언하고, 퍼주기 멤버십이라는 평가를 받던 로켓와우의 구독료도 올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쿠팡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이유에는 공모가 이하로 추락한 주가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이제 손익에도 신경 쓰겠다는 시그널들을 보냄에도 불구하고, 아직 쿠팡의 주가는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아무리 쿠팡이 계획된 적자라 외치고, 흑자 전환 액션을 취해도, 과연 실적이 반등할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정말 쿠팡은 맘만 먹으면 흑자 전환 가능한 상태일까요? 만약 전환이 가능하다면, 도대체 언제쯤 쿠팡도 영업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까요? 오늘 데이터로 살펴볼 주제는 쿠팡의 흑자 전환 시나리오입니다.
빠르면 내년이면 흑자 전환 가능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의 기조를 쿠팡이 이어가고, 작년 덕평 물류센터 화재와 같은 부정적 이슈만 없다면, 분기 기준 전환은 올해도 충분히 가능하고, 잘하면 연간 흑자 전환도 노려볼만합니다. 다만 안정적으로 추정해보면, 아마 2023년이 연간으로 흑자 전환하는 첫 해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물론 주식 시장이 다시 호황으로 돌아서거나 한다면, 다시 공격적 투자에 나설 수도 있긴 하지만요. 다만 일부 증권가의 예상인 2024년보다는 확실히 더 빠르게 가능할 겁니다.
그렇다면 쿠팡의 흑자 전환 시나리오는 어떨까요? 총 5가지의 레버리지가 쿠팡의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아직 실체가 불분명한 신사업을 제외하고도, 나머지 4개만 구상대로 잘 돌아간다면, 적자 규모는 4천억 원 이내로 축소될 전망입니다. 운영 효율화로 로켓배송 건당 공헌이익이 조금 더 더해지고, 신사업이 힘을 낸다면, 코로나 방역 비용을 제외하고는 BEP에 가까웠다는 2020년 연간 실적에 근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실적 전환을 이끌 레버리지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쿠팡은 적자의 원인을 로켓프레시,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에 투자한 것에서 찾곤 했습니다. 실제 로켓프레시는 마진이 좋지 않은 신선 식품 비중을 늘려 전체 손익에 악영향을 끼쳤고요. 쿠팡플레이 콘텐츠 확보에 쏟아부은 돈은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질적으로 100% 손실에 가까운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쿠팡의 매출 총이익률은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래 손익 구조가 가장 건실했다는 2020년 대비해서 거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손실을 제외하고 보면 더 좋아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출 총이익 변화 비교 (직매입 매출 기준)
2020년 : 18.0%
2021년 : 17.9% (화재로 인한 손실 제외 시 18.9%)
이는 로켓프레시 투자가 신선식품 물류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양산하여, 순손실에 악영향을 끼쳤을 망정, 최소한 영업 활동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쿠팡플레이 투자 금액은 전체 매출이 20조 원을 넘어 버린 쿠팡 실적에 영향을 끼치기엔 아직 규모가 작습니다. 그렇다면, 영업 손실을 악화시킨, 바로 그 주범은 쿠팡이츠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쿠팡이츠가 비용구조에 치명적인 이유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공헌이익 적자가 발생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공헌이익은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을 뜻하는데요. 공헌이익 마이너스면,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그렇기에 공헌이익 플러스는 영업흑자를 위한 최소 조건이라 할 수 있고요. 공헌이익이 쌓여, 고정비 총액과 같아졌을 때를 손익 분기점, 혹은 BEP라 부르며, 여기서부터 우리는 영업 흑자라고 칭합니다.
그런데 쿠팡이츠는 이른바 프로모션 요금제를 오픈 이래부터 적용해왔습니다. 배달비를 건당 5,000원을 받고, 중개 수수료로 1,000원을 추가로 받던 구조였는데요. 건당 6,000원이면 적어 보이지 않지만, 알고 보면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조차 건질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견디다 못한 쿠팡은 작년 연말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요금을 정상화하는 대신, 정상 요금을 인하해 받겠다는 중재안을 발표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쿠팡은 쿠팡이츠로 얼마나 손실을 보고 있었을까요?
쿠팡이츠 요금 정상화가 가져올 효과를 추정해보려면, 우선 작년 쿠팡이츠의 건당 공헌이익 손실과 전체 주문 수를 구해야 합니다. 둘을 곱하면 연간 영업 손실 규모가 나올 테니까요. 일단 쿠팡이츠의 연간 주문 수를 추정해보았습니다. 여기서 지난 8월 배달의민족이 월간 주문 수 1억 건을 돌파했다는 발표 내용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HD 자료를 데이터 소스로 활용하였는데요.
쿠팡이츠의 주문 수를 추정한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둘 다 앱 기반의 비즈니스고, 같은 서비스라는 점에서 착안하여 전체 주문 수가 앱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와 비례한다는 가정을 세웠습니다. 8월 1억 건이라는 주문 수를 가지고 구해보니, 배달앱의 활성 이용자 수 1명은 0.54건의 주문에 해당된다는 일종의 공식을 세울 수 있었고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온 쿠팡이츠의 2021년 연간 주문 건수는 1.5억 건 정도 되었습니다.
자 그럼 이제 공헌이익을 구해봐야 할 차례입니다. 공헌이익은 가장 단순히 생각하면, 건당 받는 6,000원 금액에서 배달비를 빼고, 기타 비용을 제하면 나올 텐데요. 당연히 쿠팡이츠가 지불하는 배달비를 먼저 구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블로그나 유튜브 등을 찾아보면 쿠팡이츠 라이더 수익을 인증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통상적인 평균 수준은 약 6~7,000원 내외로 추정되었습니다. 특히 엄청난 비용을 태우던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는 이보다 조금 더 나왔을 것 같고요. 라이더가 받는 배달비 수입이 건당 만원을 넘어간다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나오던 때였으니 말입니다.
더욱이 비용 이슈로 폐지한 쿠팡이츠의 라이더 리워드 프로그램을 보면, 이러한 추론의 신빙성이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쿠팡이츠는 대략 평균적으로 6,000원 초반대에서 라이더 배달비를 묶어 두려고 시도했는데요. 이는 곧 평균적인 라이더 배달비가 이 이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돈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쓰고자 시작한 프로그램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다만 최근 기사로 공유되는 내용도 그렇고, 쿠팡이츠가 라이더 리워드 프로그램을 폐지한 것으로 미뤄보아, 최근 배달비는 확실히 예전 대비 낮아졌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굳이 리워드를 주지 않아도, 평균적으로 6,000원 수준 혹은 그 이하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리워드 프로그램을 폐지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정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오래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재료들을 다 모았으니, 쿠팡이츠로 인한 작년의 손실 금액을 추정해볼까요? 배달비 최소 7,000원 수준을 연간으로 기록했다고 가정하고, 기타 비용 버퍼를 더한다면, 쿠팡이츠의 평균적인 공헌이익은 건당 -2,000원 수준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아까 구한 주문 수를 곱하면 3,000억 원이라는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2022년에 손실이 3,000억 원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여기에 배달비는 6,000원 수준으로 안정되고, 요금제 정상화로 수입은 늘어나니 적어도 평균적으로 건당 1,000원 정도의 공헌이익은 기대 가능할 텐데요. 작년만큼은 아니더라도 주문 수도 20% 정도 성장한다고 가정을 추가하면 약 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손실은 3,000억 원 줄이고, 이익은 2,000억 원 늘렸으니 당연히 5,000억 원 정도의 플러스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 정도면 작년 영업적자 1.8조 원 중 화재로 인한 걸 제외한 금액의 무려 1/3이 절감하는 효과를 쿠팡이츠 요금 정상화 하나 만으로 거두게 되는 셈인데요.
올해 실적부터는 쿠팡이츠를 비롯한 신사업 부문을 따로 떼서 공유해준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하면 위와 같은 효과가 실적 발표 때 더 극적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커머스 부문의 실적은 확 좋아지고, 신사업 쪽도 이익을 내고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으니까요. 요런 부분에선 참으로 영리한 쿠팡입니다.
어떤 기업이 무엇에 관심이 있느냐를 외부인이 가장 빠르게 캐치할 수 있는 방법을 혹시 아시나요? 채용 페이지 혹은 홍보 페이지를 보면, 그들의 내심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쿠팡 뉴스룸을 보면, 쿠팡이 참으로 셀러 확보에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하루가 멀다 하고, 셀러들과 입점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가 올라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이 이렇게 셀러 확보에 총력인 건, 셀러들에게서 얻는 수수료 매출은 공헌이익을 계산할 필요도 없이 바로 이익으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유지하는 고정비야 엄청나겠지만, 사실 셀러들을 확보하고 케어하는데 변동비는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시장에서 예측하는 작년 쿠팡의 거래액 34조 원 내외입니다. 여기서 실적 발표 때 공개된 약 20조 원의 직매입 매출액을 제외하면 14조 원 정도가 셀러들을 통해 발생시키는 거래액이라 볼 수 있고요. 또한 이는 교차 검증도 가능한데요. 앞서 구한 쿠팡이츠의 주문 건 수에 6,000원을 곱한 매출액과 로켓와우 등으로 인한 수입을 제외하면, 약 1.4조 원 정도의 매출액이 오픈마켓 수입이라고 볼 수 있고요. 여기에 쿠팡의 평균 수수료율이라는 10%를 역산해서 곱하면 역시나 14조 원 정도가 셀러 거래액이라고 나옵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상당히 둔화되고 있다는 건데요. 네이버는 아예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성장률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쿠팡은 그나마 여기서 자유롭긴 합니다. 물론 쿠팡의 매출 성장률도 15분기 연속 50% 이상 해오던 기세를 잃어버리고, 작년 3분기 48%, 4분기 34%로 주저앉고 있긴 합니다. 다만 직매입과 달리 기타 매출 부문은 여전히 4분기에도 68%나 성장했고, 아직 동력이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더욱이 셀러들이라면 쿠팡의 900만에 달하는 와우 멤버십 고객들과 전체 이커머스 고객의 절반이 쿠팡에서 최소한 분기에 1번 이상 구매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셀러들의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쿠팡은 여기서 얼마나 추가 수입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작년 쿠팡의 직매입 이외 매출은 108%나 증가하였는데요. 성장 둔화 트렌드를 반영하여, 30% 성장에 그친다고만 봐도 약 4,000억 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츠 5,000억에 오픈마켓 확대로 4,000억 원을 더하면 9,000억 원입니다. 자 이제 적자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 보이시지요?
코로나 팬데믹은 쿠팡에게 정말 양날의 검 같은 존재였습니다. 쿠팡이 팬데믹을 통해 엄청난 성장 모멘텀을 발견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방역으로 인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지요. 특히 물류센터와 배송기사를 모두 직고용하는 쿠팡에겐 상당한 타격이었습니다.
2021년 쿠팡이 상장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순손실이 5,500억 원에 이르렀는데요. 여기서 무려 5,000억 원이 방역을 위해 지출한 비용이라고 하였습니다. 사실상 코로나로 인한 추가 지출이 아니었다면, BEP를 맞췄을지도 모른다는 건데요. 물론 매출 규모가 확대된 것도 따지긴 해야겠지만요.
특히 쿠팡에게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물류센터 폐쇄는 치명적이었습니다. 덕평 화재도 그 자체의 재산 손실보다 물류 흐름이 끊겨서 얻은 무형의 영업 손실이 컸다는 평가가 있었는데요. 이러한 모든 비용이 포함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작년 4분기만 해도, 쿠팡이 방역으로 지출한 비용이 무려 1,5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매분기 모두 금액이 공개된 건 아니지만, 작년에도 대략 4~5,000억 원 정도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추가 지출이 되었다고 추론 가능합니다.
그리고 확진자 수는 사상 최대로 향하고 있지만 동시에 코로나 팬데믹의 끝이 보인다는 평가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이 코로나의 공세 종말점이라는 거지요. 만약 이러한 예상이 맞다면 늦어도 올해 하반기는 코로나로 인한 제약에서 상당수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시장 성장 둔화에서는 분명 악재이지만요. 동시에 비용 절감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방역 비용의 절반 정도만 아껴도 무려 2,000억 원의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 말입니다.
서두에서 쿠팡이 손익구조 개선을 위해 보내는 시그널 중 하나로, 로켓와우 구독료 인상이 있었다는 점 기억하시나요? 사실 로켓와우로 인한 추가 수익 확보는 제한적일 거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일단 가격을 올린다는 게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고, 2020년 기준 멤버십 가입자 수인 470만 명을 고려했을 때, 연간 기준으로 1,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NL과 손흥민 프리미어리그 경기 등을 앞세운 쿠팡 플레이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들려왔고요. 드디어 이번 실적 발표 때 공개된 멤버십 가입자 수는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무려 900만 명으로 2배나 늘어났으니 말입니다.
900만 명이 모두 인상된 요금제에도 이탈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무려 쿠팡은 2,000억 원의 가외 수입을 올리게 됩니다. 물론 아직까진 신규 가입자 대상 가격만 올렸을 뿐 기존 고객 인상 계획은 발표된 바가 없긴 한데요. 일단 칼을 뽑아 든 이상 올해 내에는 기존 고객 대상으로도 인상을 하지 않을까 싶고요. 하반기에만 이를 적용하더라도, 쿠팡은 약 1,000억 원의 손익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자 지금까지 정리한 이익 개선 액션들의 효과를 모두 더해 볼까요? 그러면 올해 기준의 비즈니스를 유지한다고 했을 때, 약 4천억 원 수준까지 적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운영 효율화를 조금 더 한다면, 아마 더 낮은 수준도 유지 가능할 겁니다. 마치 2020년 때 그랬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이를 넘어서, 올해 혹은 내년에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느냐는 이제 신사업의 성패에 달리게 됩니다. 쿠팡은 여러 신사업들을 준비 중에 있는데요. 우선 광고 비즈니스를 강화시켜 나갈 예정이고요. 이번 택배 파업으로 기회 요소를 확인한, 택배 시장 진출도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아마존의 사례로 볼 때, 올해는 몰라도 내년 정도면 흑자 전환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출 정도까진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러한 이유들을 종합해 보면 2023년 쿠팡의 연간 BEP 달성,
충분히 합리적인 추론 아닌가요?
그렇다면 쿠팡이 흑자 전환을 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쿠팡이 내년 연간 BEP를 돌파하고, 설혹 올해 이를 이루더라도, 여전히 쿠팡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 둔화는 쿠팡에게 큰 위기 요소입니다. 쿠팡이 그간 쌓아온 누적 적자가 너무나 거대하기에, 쿠팡은 수익을 내는 걸 넘어서, 그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쿠팡이 선택한 아마존식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높은 이익률을 거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체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경제 규모상 국내 시장으로만은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데요. 시장 성장성마저 떨어진다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한계점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아마존 역시 북미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며 동일한 문제에 대처한 바 있는데요. 쿠팡 역시 성장기가 끝나간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제 막 삽을 뜬 해외 사업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보여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쿠팡이 해외 진출 시에는 초기 인프라 투자가 엄청나게 요구되는 기존 사업이 아니라, 퀵커머스를 택했다는 건데요. 이는 곧 기존처럼 막대한 자본이 아니더라도, 사업을 키우고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쿠팡에게 AWS가 없다는 건 여전히 치명적입니다. 아마존이 해외 진출을 비롯하여 여러 신사업들을 꾸준히 벌여올 수 있었던 건 캐시카우 역할을 충실히 해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아마존 웹 서비스(AWS)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AWS가 수익구조를 잡아주었기에 아마존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우직하게 밀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쿠팡이 AWS가 없다고, 흑자 전환을 못하는 건 아니겠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분명 돈 주머니가 필요합니다. 과연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향후 장기적인 쿠팡의 미래를 좌우할 것 같네요. 과연 당장의 적자 이슈에는 자신감을 가질 만큼 잘 해왔던 쿠팡이, 구조적인 한계점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마저 찾아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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