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계획된 적자라 하더라도, 너무 무모했습니다
지난 9월 1일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초신선 커머스의 선두 주자 중 하나였던, 오늘회가 전체 직원에게 권고사직 통보를 하고 서비스 또한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완전히 사업을 종료하는 것은 아니고, 재정비 후 이달 14일 다시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공지가 다시 올라오긴 했는데요. 정확한 사실 확인은 어렵지만, 추석 대목인데도 불구하고 주문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인 데다가, 적어도 대규모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을 하는 건 맞는 듯합니다.
사실 오늘회는 이미 지난 8월 초, 업체 대금이 미지급되고 있다는 등의 위기 시그널을 미리 보냈었는데요. 최근 왓챠, 메쉬코리아 등에서도 유동성 위기의 전조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 이와 같은 오늘회의 위기가 플랫폼 기업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회가 왜 이렇게 코너로 내몰리게 되었나를 살펴보는 건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를 반면교사 삼으면, 현재처럼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오늘회의 위기는 지나친 조급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17년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오늘회는 2020년까지는 정말 빠르게 성장합니다. 수익성 또한 2020년 12월 기준으로 영업 적자율이 -10% 수준까지 개선되었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고요. 하지만 2021년으로 넘어오면서 성장은 다소 둔화되기 시작합니다. 이때 아마 내부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후속 투자를 유치하려면 반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거죠.
당시 오늘회가 선택한 성장 전략은 크게 3가지였습니다. 우선 배송 시간을 일 1회에서 3회까지 확대하였고요. 상품군도 회 단일 품목에서 농축산 전체로 확장했습니다. 또한 서비스 지역도 올해 들어서만 경남권과 충청권으로 연이어 확장하였습니다.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올해 4월까지, 불과 4개월 만에 131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거든요. 당시 추세로는 연 500억 원까지 가능했던 속도였습니다.
다만 문제는 수익성이었습니다. 한자릿수 가까이 개선되었던 영업 적자율은 -40%까지 악화되었습니다. 오늘회의 누적 투자액이 170억 원이었는데, 매월 20억 원에 가까운 적자가 나오는 상황이니, 추가 투자 없이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겁니다. 애초에 오늘회가 택한 3가지 전략 모두가 수익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었는데요. 배송 시간 확대는 물류 운영의 비효율화를 낳았고요. 상품군 확장은 건단가 하락을 불러와, 개별 주문의 손익을 악화시켰을 겁니다. 지역 확장은 고정비의 증가로 이어졌고요.
조심스레 예측해보면, 올해 들어 오늘회의 공헌이익 자체가 적자였을 가능성이 큰데요. 주문이 늘어날수록 적자 역시 커지는 구조면 그 누구도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도 투자를 지속했지만, 그래도 공헌이익 흑자만큼은 지키던 쿠팡과 컬리가 괜히 그랬던 게 아닌 겁니다. 오늘회는 적어도 공헌이익 흑자가 유지될 수 있도록, 3가지 성장 전략을 동시다발적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했습니다.
새벽 배송 혹은 당일배송의 수익구조와 흑자 전환 레버리지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단 아웃스탠딩 기고글이라 유료 회원이 아니시면 전문을 읽는데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추가 투자 없이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오늘회이지만, 아예 폐업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거란 전망도 많습니다. 우선 기존 투자자들이 어떻게든 후속 투자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요. 일단 9월 14일이라는 명확한 시점까지 밝히면서 서비스 재개를 공지하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시 오늘회가 정상화된다면, 배송 시간, 상품군, 서비스 지역 등을 조정하여 손익을 최소화한 상태로 당분간은 버틸 가능성이 크고요.
다만 이렇게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을 것 같습니다. 이번 운영 중단 이후로 여러 잡음들이 같이 들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권고사직 통보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일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기업이라도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인원 구조조정이나 극단적인 경우 서비스 종료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이후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타다 역시 법적인 이슈로 서비스 중단이라는 위기에 처하자, 인력 감축까지 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 피보팅을 통해 부활하는 데 성공하였지요. 오늘회가 그간 보여온 혁신을 기억하기에, 이번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길 바라고, 내부에 혹여나 문제들이 있었다면 이 기회에 이 또한 모두 고치고 새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