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커머스 2021] 09 디바이스X커머스
코로나로 인해 빅딜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지난 6월 오랜만에 큰 M&A 소식이 들려왔다. 요가복의 샤넬이라 불리는 룰루레몬이 미러라는 스타트업을 무려 6천억 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었다. 룰루레몬은 국내에도 진출해 있어서 많이 들어본 기업이겠지만, 미러는 사실 낯선 이름이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였다.
미러는 홈 트레이닝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정확히는 스마트 거울 기기를 1,895 달러에 판매하며, 월에 39 달러를 내면 거울을 통해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형태의 사업을 하고 있다. 왜 하필 거울이냐고? 단순히 거울로 자신의 운동 자세를 보는 것을 넘어서 거울 너머에 있는 강사와 쌍방향 소통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1대1 원격 코칭도 추가 비용만 지불하면 받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서비스라고 한다.
이러한 미러를 룰루레몬이 인수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러를 통해 자사의 제품을 노출하여 판매하기 위함이다. 반대로 룰루레몬의 고객들을 미러로 유도하여 아예 락인 시키는 전략도 사용 가능하다. 특히 오랜 기간 구독 서비스를 테스트 중인 룰루레몬은 의류 브랜드 최초로 이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가지고 있던 걸로 보인다.
이번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기기와 커머스가 결합될 때 그 파괴력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룰루레몬도 인수 이전에 이미 투자를 한 상황이었고, 자체적인 테스트 결과 효과를 보았기에 엄청난 투자를 한 것이었다. 이와 같이 기기와 결합하여 움직이는 대표적인 시장이 전자책 시장이다. 전자책 시장은 리더기와 전자책을 공급하는 업체가 연결된 경우가 많은데, 한번 리더기를 판매하면 자연스레 그 고객은 전자책 업체의 충성고객으로 남게 된다. 이탈을 하고 싶어도 아예 새로운 기기를 구매해야 하니 웬만하면 그냥 그대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하드웨어 기기는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할 때도 큰 힘이 된다. 이번 애플 구독 서비스만 하더라도 그 파워를 알 수 있다. 애플의 생태계의 핵심은 바로 아이폰이다. 아이폰이라는 기기가 있기 때문에 애플의 생태계는 존재할 수 있고,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덧붙일 수 있었다. 그래서 구글도 그렇게 스마트폰 제조업에 진출하려 했던 것이다. 물론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에 가장 끈질기게 도전한 것은 바로 아마존일 것이다. 아마존은 킨들부터 시작해서 자신들만의 하드웨어를 가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그러던 와중에 파이어폰과 같은 대형 실패를 맛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아마존 에코를 성공시켰고, 그로 인해 얻는 부가이익은 정말 컸다.
아마존 에코를 통해 수집된 수많은 음성 데이터들은 미래형 스마트 매장들을 구현할 때 큰 힘이 되었고, 에코를 통해 로열티 고객들을 더욱 늘릴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분야에서 아직 앞서가는 국내 업체는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나 네이버가 AI 스피커를 활용한 비즈니스 확장을 시도하긴 하였으나, 에코만큼의 대중화에는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룰루레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핏이 맞는 기기와 커머스가 결합될 때의 파괴력은 정말 엄청날 수 있다. 다가올 내일에는 새롭게 혁신적인 도전을 하는 업체가 생겨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