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건강한 성장이 그 어느 때보다 컬리에게 필요합니다
아래 글은 2023년 05월 31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컬리가 처음으로 분기 실적을 공시했습니다. 주주가 500명을 넘어서면서, 분기 보고 의무가 생겼기 때문인데요. 작년 상장 철회 이후, 여러 논란에 시달려온 터라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리고 공개된 결과는 매출 0.6% 감소 및 적자 규모 40.8% 개선이었습니다. 적자는 크게 줄이는 데 성공하였지만 매출 성장이 정체되면서 여전히 과제를 남겼습니다.
이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생각보다 호의적이었습니다. 일단 적자 규모 축소에 의미를 부여한 결과로 보이는데요. 이미 이전에 공유드린 아티클에서 컬리의 공헌이익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전해드렸던 것 기억하시나요? 그렇기에 이러한 손익 개선 자체는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거의 확실시되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오히려 매출이 감소했다는 부분에 눈길이 갔는데요. 컬리의 궁극적인 목표인 흑자 전환까지 이루려면, 결국 어느 정도의 매출 성장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론 이번 컬리의 실적 발표는 조금은 부정적 시그널을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작년까지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트렌드가 1등 플랫폼을 향한 치킨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중순 이후론 생존 경쟁으로 전면 전환되었습니다. 특히 쿠팡의 흑자 전환 이후, 1,2등 플랫폼인 쿠팡과 네이버는 시장 평균 이상의 성장률과 안정적인 영업 이익을 달성하고 있지만요. 이들을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들은 시장 평균보다 낮거나, 혹은 역성장 중인 동시에 적자의 늪에서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높은 영업 손실을 각오하면, 어느 정도의 성장은 가능하지만, 불경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고요.
컬리는 다행히도 그간 시장 평균 대비 2배 이상의 성장은 꾸준히 이뤄왔습니다. 그 덕에 작년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달 초에 1,200억 원이라는 대규모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면, 컬리는 결코 상장이라는 최종 목표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투자 시 메겨진 기업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으려면 미래 전망이 밝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컬리는 무조건 적자를 줄이는 동시에 높은 매출 성장성도 유지해야 합니다. 현재 유리한 위치에 올라선 쿠팡의 주가도, 성장률이 둔화되었다는 점 때문에 갈지자 횡보를 보이고 있을 정도로 시장의 평가는 냉혹합니다. 따라서 SSG처럼 아예 조기 상장을 완전히 포기하든가, 11번가처럼 무리해서라도 매출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다만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컬리는 후자를 강제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이번 실적 개선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이 인건비 감소라는 점입니다. 혁신의숲에서 제공한 데이터 기준으로, 작년 1분기를 고점을 찍은 컬리의 조직 규모는 정체되거나 소폭 축소된 걸로 확인되는데요. 추가 투자 유치가 어느 정도 가시화된 이후 다시 조금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요. 당분간은 과거처럼 급격히 늘어날 이슈가 없기 때문에, 거래액 규모가 늘어난다면 추가 손익 개선까지 기대 가능합니다.
다만 두 번째 요인이던 광고 선전비가 다시 증가하고, 쿠폰비 지출이 늘어나서 매출 총이익률도 다시 하락하면요. 매출 성장이 다시 가속화되더라도 손익 개선 속도가 둔화되면서, 그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컬리에게는 건강한 성장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우선 컬리는 8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며 성장 부스팅을 위한 시동을 걸었는데요. 아마 뒤이어서 올초 테스트한 멤버십 개편처럼 조금 더 긴 호흡의 액션들이 이어져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컬리의 골든타임은 짧으면 올해, 길어야 내년까지 인데요. 과연 그 안에 성장과 손익이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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