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태평양으로 지는 해를 보여줄게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가 서울에서 왔을 때 1번 길에서 태평양으로 지는 해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살리나에서 죤 스타인벡의 생가를 보고 카멜에서부터 남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캠브리아라는 작은 마을로 향했다. 1번 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다. 캠브리아에는 작고 예쁜 모텔들이 바닷가에 한 줄로 이어지고 보드워크가 있어 아침에 산책을 하기에도 좋았다. 사람들도 친절해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천천히 운전하며 전망대마다 차를 세우고 사진도 찍고 바다를 즐겼다.
여러 곳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즐긴 건 좋았는데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갈길은 아직 남아있는데 차를 세울 곳이 나타나지 않았다.
바닷가에 차 세울만한 곳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
지는 해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우리 말고도 또 있었다.
수평선을 넘어가는 해를 겨우 잡았다.
캠브리아까지 가서 편안하게 지는 해를 바라보지는 못했지만 지는 해를 보여주겠다는 친구와의 약속은 지켰다.
이름 없는 바닷가에서 지는 해를 보고 예약을 하려니 전화가 안되었다. 1번 길은 거의 모든 구간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다. 날은 어두워지고 전화가 안되니 내 기억만으로 전에 갔던 모텔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캠브리아를 한참 지나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 가서야 전화가 되어 호텔을 찾아들어갔다. 여행도 인생처럼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