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주의 라모일계곡
전날 인요 국유림(Inyo national forest)에서 캠핑했다. 비쇼프로 나와 에릭 샤트 베이커리에서 사 온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
미국에서 가장 외로운 길을 달려 라모일 캐년을 향했다.
이 길은 정말 외롭게 느껴지는 길이다. 전화도 안되고 먹을 곳은 물론 인가도 없다.
이 길이 끝나고 나오는 마을 호텔에는
'나는 미국에서 가장 외로운 길에서 살아 돌아왔다'라는 글이 붙어있다.
287번 길로 가다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곳에서 66번 길로 우회전하면 루비 마운튼이 바로 앞에 보이는 길을 올라간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출판한 아름다운 길에 소개된 곳이다.
1850년대 미 연방정부에서 서쪽으로 탐험대를 보냈다.
동부에 사는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자기네 미국 땅이 얼마큼 되는지 알지 못했다.
그 부대의 한 사람이 우연히 이 산에서 반짝이는 루비를 발견하고 군대에서 빠져나와 혼자 보석을 독차지해 보려 했는데 인디언의 습격을 받고 무서워서 다시 부대로 복귀해 이 산의 이름이 루비 마운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여긴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얘나 지금이나 네바다는 일확천금을 찾고자 하는 사람의 땅인가 보다.
27만 년 전 이곳에 300미터 깊이의 빙하가 둘 있었다.
7천 년 전 빙하가 한번 녹았다 다시 얼었다.
그 빙하가 다시 녹으며 브이(V) 자 형태로 흘러내렸다.
여기가 정말 네바다주 인가? 할 만큼 다른 풍경이다.
가을색은 위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오고
전날 하루 종일 보았던 네바다와는 다른 세상 같다.
해가 구름 사이로 나오며 계곡의 색깔은 빛이 난다.
66번 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갔다
찻길이 끝나는 곳에서 트레일이 시작된다.
작은 길을 따라갈 수 있는 만큼 가 보기로 했다.
조금 올라가니 눈이 쌓여있다. 눈은 전날 밤 내렸는지 촉촉하다.
잠시 싸라기눈이 흩뿌리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커다란 총을 어깨에 맨 사람이 산에서 내려왔다.
순간 무서웠다. Hi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그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갔다.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에 총은 왜 가지고 왔을까? 사냥꾼이라면 수확은 없어 보인다.
바로 이날 60살이 넘은 한 남자가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호텔에서 음악회장을 향해 총을 난사해 60명이 사망하고 867명이 다치는 일이 일어났다.
만달레이 베이 호텔은 2년 전 묵었던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만달레이 호텔의 내가 머물렀던 방 보다 몇 층 더 높은 32층 방에서 오른쪽 공터를 향해 총을 쏘아 수많은 사람들을 죽고 다치게 한 후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사람들이 편의상 라스베이거스라고 부르지만 이 마을의 실제 이름은 라스베이거스가 아니고 '파라다이스'다.
2017년 10월 1일 나는 네바다주의 라모일(Lamoille)이라는 천국처럼 아름다운 곳에 있었고
파라다이스에서는 지옥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내앞에서 무슨일이 벌어질지, 어떤 사람이 나를 스쳐가는지 모른다. 그래서 여행은 모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