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횡단과 여행
켄터키를 지나며 경마장에 들어가 보았다.
우리나라 옛말에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을 제주도로 보내라고 했는데 미국에서는 켄터키다. 우리가 살던 집에 맡아 기르던 말들이 있어 더욱 관심이 갔다.
루이빌에서는 해마다 켄터키 더비가 열린다.
켄터키 더비가 열리는 경마장은 시즌만 끝나면 문을 닫고 일반인은 들어가 볼 수가 없는데 이 킨랜드 레이스 코스( Keeneland Race Course)는 아무나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여행정보를 보고 찾아가 보았다.
브리더스 컵이 10월에 여기서 열릴 예정이라 새 단장을 하고 있었다.
우승한 말의 타이틀을 들고 기수들이 서 있다.
그런데 기수들 얼굴이 왜 저 모양이지?
내 눈에만 그런가? 전부 울상이다.
돈 뽑아서 베팅하라고 현금 인출기가 곳곳에 있다. 표 사는 창구도 엄청나게 많이 있다.
베팅하는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더 이상 게임이 아니게 되면, 여기 도움이 있습니다.""도박에 문제가 있습니까?"
완전히 병 주고 약 주는 경우다.
텅 빈 경마장,
저 아래 말이 달리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점찍은 말이 이기기를 바라며 앉아 있다가
미친 듯 환호도 하고 땅이 꺼지도록 실망의 한숨도 내 쉴 것이다.
Keeneland Race Course는 국가가 지정한 역사적 랜드마크이다.
근처의 켄터키 말 공원(Kentucky Horse Park)도 가 보았다.
여기 말들은 귀족처럼 호강한다.
야생말 보호협회에서 우리 캘리포니아 집에 맡겨 두었던 말들이다.
이 말들은 주인 없이 벌판에서 야생하는 말들을 협회에서 잡아다 입양될 때까지 보호해준다.
의심이 많고 거칠었다. 우리가 주는 당근도 거부하고 새끼도 아무도 안 보는 밤중에 나무 밑에서 혼자 낳았다. 모성애는 눈물겹도록 지극했다.
몇 달 후 커다란 트럭이 와서 이 친구들을 싣고 떠났다.
트럭에 실려 떠나는 저 친구의 눈빛이 오래오래 내 마음에 남았다.
야생에서 그냥 제멋대로 사는 것이 더 좋은지 잘 다듬어진 경마장에서 훈련받으며 사는 게 더 행복할지는 이 말들과 대화가 되지 않아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