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건주의 아스토리아까지

태평양 횡단 크루즈여행

by 질경이



하룻밤을 흔들리는 배에서 자고 밖을 내다보니 바다다. 이제는 이 배에서 한 달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현실로 느껴진다. 발코니에 나가니 아침햇살을 받은 바다가 반짝반짝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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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과 3층은 정식 식당(Formal Dining)이고 9층은 뷔페식 식당이다. 9층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캠핑여행에서 내가 해 먹는 음식이나 호텔에서 공짜로 주는 컨티넨탈 브랙퍼스트 하고는 많이 다르다.


10시에 컴퓨터강의가 있다고 해서 2층으로 내려갔다. 디지털 강의실 앞에 사람들이 잔뜩 서있어 웬일인가 했더니 하루에 12,000명분의 식사를 만들어 내는 배의 주방을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이다. 직원이 보는 데서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들어갈 수 있다. 만일 배 안에서 식중독이 일어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들 사이를 비집고 컴퓨터 룸에 들어가니 거기도 사람이 가득하다. 강의 내용은 초급이었고 수강생들은 노인들이다. 수강생의 열기는 대단했다. 집에서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못해 궁금했던 것들을 젊은 선생에게 열심히 배우고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정오 12시, 배가 오래건주의 아스토리아 항구에 정박했다. 콜럼비아 강이 흘러와 태평양을 만나는 곳이다. 왼쪽 멀리 포트 스티븐스 주립공원도 보인다. 거기서 캠핑을 한 적이 있다. 멀리 아스토리아-메글러 다리가 보인다. 6.6Km나 되는 저 다리를 건너면 워싱턴 주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갔다. 이 근처에서 볼 만한 곳은 틸라묵 치즈공장과 와이너리다.

점심은 아시안 키친에 스시바가 있어 스시와 수프를 가져왔는데 수프는 시큼하고 달고 초밥은 돌덩어리처럼 단단하다. 김치가 있어서 먹어보니 김치가 아니다. 시간이 좀 지나야 이곳에서 음식 선택하는 법을 터득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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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8층이다. 이 작은 방에서 한 달을 보내야 한다. 바다 위에 떠있는 이 거대한 배가 내게는 화려하고 호강스러운 유배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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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층만 올라가면 9층 전체에 먹고 마실 것이 널려있다. 아침저녁으로 밥 먹으러 다녀온 사이 방청소도 해 놓는다. 저녁이면 다음날 행사 시간표를 방문에 꽂아놓는다. 그걸 보고 관심 있는 강의에 참석하거나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에 참석하면 된다. 방에 와서 잠시 쉬고 책도 읽고 TV도 보니 벌써 저녁때다. 6시에 9층에 가서 생선 한 토막, 그린 빈, 옥수수를 먹고 스파에 갔다. 스파는 따로 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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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30분 예정대로 배가 뿡~~~ 소리를 울리며 아스토리아 항을 떠난다.

배가 떠날 때면 사람들이 갑판에 나와 멀어지는 항구를 바라본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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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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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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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배는 벌써 바다 한가운데 나가 있다.

알래스카여행에서 날마다 텐트 치고 밥하고 운전하며 다니던 것과 너무나 대조되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캠핑여행만큼 깜짝 놀랄 일도 없고 비가 올까 걱정하며 캠핑 장에 자리가 없을까 가슴 조이는 일도 없다. 그 대신 모든 일들이 계획대로 이어져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한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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