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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May 17. 2023

바다 위에서 열심히 먹다

태평양횡단 크루즈 


하와이를 떠난 배는 아메리칸 사모아에 도착할 때까지 5박 6일 동안 바다 위를 항해할 예정이다.

인터넷도 안되고 전화도 안된다.

할 일이라고는  먹는 일과 오전 오후 한차례 씩 강의,

영화관에서  날마다 영화도 보여준다. 팝콘과 음료수도 그냥 준다.



해가 뜨면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는다.

9층에 있는 리도식당은 가볍게 먹는 곳이다.

많이 먹으면 결코 가볍지 않다.




아침식사다.

뉴욕타임스를 발췌해서 식당문 앞에 놓아둔다. 아침을 먹으며 간단한 주요 뉴스는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나온 크로스 퍼즐과 수도쿠도 인쇄해서 군데군데 놓아둔다.

크로스워드는 내게 너무 어렵고 수도쿠는 너무 쉽다. 하루에 세 개는 심심해서 풀어본다.


바다 위에만 있는 날은 데크에 나가 걷는다.

네 바퀴를 돌면 상당한 운동이 된다. 운동을 좀 하고 나면 좀 화려한 저녁을 먹어도 덜 미안하다.



2층과 3층에 있는 식당은 정식을 준다.



자리에 앉을 때는 의자를 밀어주고 



앉으면 냅킨을 무릎에 놓아준다.

그런 대접을 받는데 익숙하지 못한 나는 좀 불편하지만 하지 말라고 거부할 수도 없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렇게 풀코스로 먹으려면 항상 미안했다.

그럼에도 여행에서 돌아와 가끔 그리운 건 배 안에서의 훌륭한 식사 시간이다. 

음식도 좋고 친절한데 날마다 가지는 않았다.

9층의 간이식당이 마음이 더 편했다.







육지에서  국립공원을 돌아다니며 캠핑을 하고  내 손으로 밥을 해 먹던 여행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크루즈 여행이다.

딱히 내 취향의  여행은 아니지만 대단히 좋은 점도 있다.

자주 할 수는 없는 일이니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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