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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May 16. 2023

밤에 본 하와이 볼케노스 국립공원

태평양횡단 크루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속이 불덩어리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옐로스톤에 갔을 때도 일본의 아소산에 갔을 때도 그렇게 들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땅속에 불의 여신 펠레가 살고 있다고 믿는다. 펠레의 마음에 따라 용암이 솟구쳐 올라오기를 8천만 년 동안 지속되어 오며 하와이 섬들이 생겨났다. 

2023년 화산폭발 장면 미국국립공원사이트에서 퍼옴 

2023년 1월에 땅이 흔들리더니 용암이 50미터나 솟아올랐다. 용암은 미식축구장 240개만큼을 순식간에 채우고 바다로 흘러내렸다. 45일 동안 뿜어 내고 조금씩 줄어들다 61일 만에 멈추었다. 



 자연재해를 많이 겪을수록 믿는 마음도 다양하고 전설도 많이 내려온다. 우리나라에 박에서 태어나 왕이 된 박혁거세가 있듯이 하와이에는 조롱박에서 태어난 마을 족장이 있다. 어느 마을에 처녀 총각이 사랑을 했다 양가 부모가 반대를 하자 둘은 멀리 다른 마을로 도망가 살림을 차렸다. 마을 사람들이 이 젊은 부부를 따르고 좋아해 족장이 되었다. 아내가 만삭이 되어 출산하기 직전 사망한다. 남자는 아내의 시신을 곱게 싸서 동굴에 매장하고 담을 쌓았다. 그 돌담사이로 덩굴이 나와 멀리멀리 일곱 마을을 지나 어느 어부의 집까지 가자 예쁜 조롱박이 열렸다. 어부는 박이 영글면 따서 가지려고 기다렸다. 아내를 잃은 남자는 동굴무덤에서 덩굴이 멀리멀리 갔다는 소식을 듣고 어부를 찾아가  동굴로 데리고 가서 아내의 무덤을 보여주고 그 조롱박은 자신의 것이라고 설득했다. 

남자는 조롱박을 하얀 천에 싸서 집으로 가져갔다. 다음날 조롱박에서 두 개의 씨가 나오고 씨는 금방 자라 쌍둥이 여자아이가  되었다. 그 아이들이 자라 일곱 마을을 다스리는 족장이 되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조롱박의 후손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시신을 태우는 화장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한다.

 

20년 전쯤 내가 키운 조롱박. 




일찍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방 청소를 마치고 나오는 루리와 마주쳤다.

인도네시아 사람인데 아주 어려 보여도 집에 여섯 살짜리 아들과 아내가 있다고 했다.

아침저녁 방 청소를 해 주는데 항상 웃는 얼굴로 일을 했다.

"오늘 저녁 이 배가 화산 국립공원을 지나가는 거 알죠?" 한다.

아니 몰랐는데..

저녁 청소를 마친 후에는 두꺼운 커튼을 쳐 놓아 일부러 나가기 전에는 밖에 무엇이 지나가는지 알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알려 준 루리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그리고 일부러 남쪽으로 가야 하는 항로를 서쪽으로 돌아서 화산의 야경을 보여 준 선장도 고마웠다.  

배가 가는 방향으로 보아 우리 방 베란다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베란다에 나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멀리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용암이 바닷속으로 흘러들어 가며  불바다를 만드는 광경이다.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마그마가 압력에 의해 흘러나와 식으면서 바위가 되는 게 내 눈앞에서 전개되고있다.  땅속에 정말 불덩어리가 있다는걸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낮에 보면 이런 곳이다.   



한참 서있다가 선장이 배를 돌렸다.  

배의 뒷 갑판으로 나갔다.      화산이 점점 멀어졌다.   


사람들은 멀어지는 화산에서 아직도 눈을 떼지 못한다.    

사람들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인지 쉽게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로의 감동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속이 불덩어리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옐로스톤에 갔을 때도 일본의 아소산에 갔을 때도 그렇게 들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이 국립공원은,191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낮에 시간이 짧아 아쉬웠던 마음이 풀렸다.

이 세상은, 자연은 참 대단하고 신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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