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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May 19. 2023

크루즈 17일째 지구의 한가운데 적도를 지났다

태평양횡단 크루즈 

 

날마다 바다에서 해가 뜨고 바다로 해가 졌다. 바다는 크다. 모든 것을 받아 주어 바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

아침에 폴리 네이션 화가와 미술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고갱 말고는 내가 아는 이가 없었다  

 

강의 후 11시 적도를 지나기 위해 특별한 세리머니를 한다고 해서 9층 수영장 가에 모였다.  적도를 지나가려면 죄를 지은 사람을 찾아내어 그 죄를 묻고 죗값을 치러야 한단다. 바다의 신이 죄를 묻는다.

"너희는 주방에서 일하며 스테이크 소스에다 비아그라를 넣었다면서?"   

다음에는 스포츠센터에서 일하는 트레이너들이다.

"너희는 살 빼기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설사약을 주었다지?" 그 죄로 아이스크림 세례를 받고 배심원의 심판을 받는다. 배심원들의 엄지가 아래를 향하고 유죄가 선고되었다.  벌을 주는 사람은 즐거워한다.  

마지막에는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듯 전원 입수... 뭐 이런 낭비적인 행사를 하나 싶었는데 

며칠째 항해만 하는 승객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하지만 수영장 청소를 하는 날이 아니었나 싶다.

행사가 끝나고 수영장 물을 다 빼고 대 청소를 했다. 

 

행사 후 호기심에 양고기로 점심을 먹어 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점심 먹은 것이 부담스러워 저녁은 치즈 한 조각과 과일을 방에 가져와 간단히 먹었다. 




오후 8시 10분 북위 0.03 도 



8시 11분 남위 0.01도,  8시 10분과 11분 사이 적도를 지났다.



 지구의 한가운데 보이지 않는 줄을 그어 놓고 북쪽은 북위, 남쪽은 남위로 구분하는 선이다. 적도는 0도이다. 적도를 지난다고 빨간 줄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선장이 지나간다고 하니 믿는 거다. TV화면에서 계속해 항로를 보여준다. 남위 2도 서경 168도.. 수심 5240미터.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지구를 보여주는데 내가 지금 지나는 지점을 작은 동그라미로 표시해 놓았다. 

그런데 그 표시는 배를 타던 날부터 지금까지 어딜 지나던 언제나 한가운데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배운 중요한 것 하나, 세상이 아무리 크고 내가 아무리 작아도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던 내가 있는 곳이 세상의 한가운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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