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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아일랜드, 하와이 볼캐노스
국립공원

태평양횡단 크루즈

by 질경이

배에 오른 지 14일째 아침, 하와이 빅 아일랜드의 힐로 항에 도착했다. 이 여행을 하는 목적 중 하나인 하와이 볼캐닉 국립공원을 가는 날이다.

볼캐닉 국립공원을 가는 Excursion은 한 달 전 크루즈를 예약할 때 해 놓았다.


밖으로 나가니 예약한 여행사 로버트 하와이안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국립공원을 가기 전 시내에서 볼만한 곳들을 돌며 설명해 준다. 힐로는 호놀룰루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식 정원이 있다. 잘 정돈되어 있고 좀 차가운 느낌이 든다.


쭉쭉 뻗은 야자수들이 여기는 하와이입니다..라고 말해 준다.

플로리다의 야자수와는 좀 다르다.


힐로 주립도서관 앞에 커다란 돌이 있다. 하와이에 원주민들만 살던 시절 왕이 되려면 저 돌을 들어 올려야 했다. 아서왕 같은 이야기다. 카메하메아 왕은 열네 살 때 저 돌을 들어 올려 왕이 되었다고 했다.

힘만 가지고 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던 시절은 지금처럼 복잡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와이에는 키 큰 나무가 없어 얼마 전 외래종을 수입해서 심었다고 한다. 따뜻하고 비가 잘 와서 나무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쑥쑥 자랐다. 너무 빨리 자란 나무들은 바람이 불면 넘어지기 시작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주 정부에서 이제는 이 나무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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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특산물 마카다미아 공장에 갔다. 나도 하와이에 다녀온 사람들이 선물로 갖다 주는 것 몇 번 얻어먹어 보았다. 여기서 바로 집으로 돌아간다면 몇 개 사겠는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 눈으로 만 보았다.

참 예쁘게도 포장해 놓았다. 샘플을 몇 개 집어먹었다. 오징어포에 초콜릿을 입힌 것도 있다. 맛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값이 비싸서인지 샘플이 없다.


대신 공장 마당에 피어있는 하와이의 꽃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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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꽃마다 꽃을 집 삼아 살고 있는 작은 주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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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친구는 자기 몸 보다 몇 배나 긴 더듬이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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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의 이름은 "방울뱀"이다. 방울뱀의 꼬리와 정말 똑 같이 생겼다.

귀를 대고 들으면 쯔르르르.. 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하와이 볼케노스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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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자가 뮤지엄은 화산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있어 꼭 보아야 할 곳이다.

가까이 갈 수는 없지만 여기가 화산이라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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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림은 많이 보았지만 이날처럼 현실적으로 느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 발밑 60~170 미터 아래 이런 불덩어리가 있다. 언제 더 세게 터져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살던 캘리포니아, 내가 갔던 알래스카, 일본, 내가 지금 가고 있는 뉴질랜드.. 그리고 바로 여기 하와이.

모두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다. 국립공원 안내원의 말에 의하면 자기 숙소에서 밤에 보면 어느 날은 불꽃이 더 높게 올라와 정말 무서울 때가 있다고 했다. 간헐적으로 한가운데 불이 조금씩 보인다.

사람들은 불길이 좀 높이 올라오면 환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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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천년 전, 먼 섬나라에서 배를 타고 새 땅을 찾던 사람들이 하와이에 도착했다. 더 넓은 세상을 찾아 별을 보고, 달을 보고, 해를 보고, 파도와 새들의 움직임을 보며 도착한 곳이 하와이 섬이다. 그들은 땅에서 솟아 나오는 불덩어리를 보며 그 안에 신과 여신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여기서 살게 해 달라고 신께 허락을 얻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감사하며 대대손손 살아왔다고 한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땅속에 불의 여신 펠레가 살고 있다고 믿는다. 펠레의 마음에 따라 용암이 솟구쳐 올라오기를 8천만 년 동안 지속되어 오며 하와이 섬들이 생겨났다.


자연재해를 많이 겪을수록 믿는 마음도 다양하고 전설도 많이 내려온다. 우리나라에 박에서 태어나 왕이 된 박혁거세가 있듯이 하와이에는 조롱박에서 태어난 마을 족장이 있다.

어느 마을에 처녀 총각이 사랑을 했다 양가 부모가 반대를 하자 둘은 멀리 다른 마을로 도망가 살림을 차렸다. 마을 사람들이 이 젊은 부부를 따르고 좋아해 족장이 되었다. 아내가 만삭으로 출산하기 직전 사망한다. 남자는 아내의 시신을 곱게 싸서 동굴에 매장하고 담을 쌓았다. 그 돌담사이로 덩굴이 나와 멀리멀리 일곱 마을을 지나 어느 어부의 집까지 가더니 거기서 예쁜 조롱박이 열렸다. 어부는 박이 영글면 따서 가지려고 기다렸다. 아내를 잃은 남자는 동굴무덤에서 덩굴이 멀리멀리 갔다는 소식을 듣고 어부를 찾아가 아내의 무덤으로 가서 보여주고 그 조롱박은 자신의 것이라고 설득했다. 남자는 조롱박을 하얀 천에 싸서 집으로 가져갔다. 다음날 조롱박에서 두 개의 씨가 나오고 씨는 금방 자라 쌍둥이 여자아이가 되었다. 그 아이들이 자라 일곱 마을을 다스리는 족장이 되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조롱박의 후손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시신을 태우는 화장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거대한 고사리과 식물들이 있는 열대림 한가운데를 걸어가니 동굴입구가 나온다.


터스톤 라바 튜브(Thurston Lava Tube)라는 동굴이다. 묽은 상태의 용암이 빠르게 흘러 나간 흔적이라고 한다.


공원 안에는 길이 있다가 용암이 흘러내려 막힌 곳도 있다. 1969년 흘러내린 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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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1972년 흘러내린 곳..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바위에서도 꽃이 피었다.

좀 더 돌아다녔으면 좋겠는데 배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나를 부른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섰다.

다음에 한번 더 올 수 있다면 차를 렌트해서 더 자세히 보고 밤에 흘러내리는 용암도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다.

배가 기다리고 있다.

덥고 지치고 배가 고팠는데 이 잘 생기고 친절한 친구가 배 입구에서 시원한 레모네이드와 얼음 물수건을 건네준다. 이렇게 호강을 해도 되는 건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진심 고마웠다.

시간이 되자 배는 천천히 힐로 항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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