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의 중함에 대하여

by 심지훈

나는 요즘 축적(蓄積)의 중함을 새삼 알아가는 중이다. 초등 공부의 중요성을 역설한 책들을 보면, 하나같이 초3에 한 번, 초5에 또 한 번 학력 격차가 벌어진다고 한다. 모두 과목수가 전 학년에 비해 늘어나고, 새 교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초등 2학년 라온이를 보니, 학력 격차는 초3이 아니라 초 2학년 2학기부터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무엇을 부러 시키지 않아야 알아서 쑥쑥 자라는 게 아닐까도 싶다. 이 상반된 생각은 올여름 방학을 지내고 2학기를 시작하고 1달 만에 든 것들이다.


라온이는 올여름 방학 동안 저 좋아하는 유튜브를 원도 한도 없이 봤다. 지난 여름 얼마나 더웠던가. 라온이의 방학생활은 단조로웠다. 오전에 태권도 줄넘기 특강 1시간, 오후에 태권도 2시간. 아빠와 동화책 1권 읽기. 나머지 시간은 모두 자유시간이었다. 라온이에게 물었다. “라온이는 자유시간에 뭘 제일 하고 싶니?” “유튜브!” 그리 유튜브를 징하게 봤다.


‘그래, 너 좋아하는 유튜브 실컷 봐라. 이 더운데 뭘 하겠냐. 군에서도 35도가 넘으면 오침을 한다.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양껏 자유를 누려라. 덕분에 아빠도 자유를 누리련다.’


아빠가 보기엔 아홉 라온이가 오전 1시간, 오후 2시간 태권도장에서만 하루 3시간을 보내며 땀범벅이 되는 일상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은 것이 대단했다. 평소 하나를 지속할 수 있는 근기와 끈기를 가진 걸 보여준 것만으로도 라온이의 미래는 어느 정도 점쳐진다.


라온이는 토요일 방과후 로봇수업을 가면 3시간을 꼭 채우고 나온다. 여름방학 때 책은 1권씩 읽자고 했더니, 1학년 겨울방학 때 읽다만 글밥 많은 40권짜리 전집을 마저 읽겠다고 했다.


신나는 여름방학이 아쉽게 끝났다. 2학기가 시작되자 매일 아침 챙겨가는 동화책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7~8세 때 읽은 동화책은 아홉 라온이에게 너무 쉽고, 다른 동화책은 수업 시작 전 30분 동안 읽기에는 부담스러워 보였다. 그 숱한 동화책의 글밥 격차가 이리도 난다니 참으로 이상했다.


15년차 초등교사가 쓴 <초등 매일 공부의 힘>과 또 다른 초등교사의 <초3보다 중요한 학년은 없습니다>을 봤다. 여기엔 학년별 추천도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그 책들을 구하려다가 운 좋게도 라온이가 지금 시기에 읽을 적당한 다른 책 전집(20권)을 구했다.


<EBS 방영 꼬마 감성 동화>인데, 세계의 신화와 전설을 모티브로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들의 신체 부위가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들려준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따뜻하다. 맨 뒷장엔 집중해서 잘 읽었는지 단답형 문제가 4~5문항 제시돼 있고, 정답은 없지만 생각하고 상상해야 답할 수 있는 서술형 문제가 4~5문항 제시돼 있다. 라온이는 물론 바론이도 문제풀기를 좋아한다.


<EBS 방영 꼬마 감성 동화>는 내용도 훌륭하지만 아침 독서용으로 분량이 딱 좋았다. 독서시간이 30분이라지만 등교하면 이래저래 잡아먹는 시간이 있을 테고, 읽은 책은 독서록으로 남겨야 하니 너무 짧거나 너무 긴 글은 곤란하다는 게 아빠의 판단이다.


2학기부터 다시 시작되는 받아쓰기는 1학기에 이어 위태위태(?)했다. 100점을 꼭 맞을 이유도, 100점을 맞는대도 아직은 꼭 안다고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데도, 틀려 아는 게 더 오래 간다는 데도, 라온이는 100점을 못 맞으면 기분이 다운됐다.


한학기에 12번 받아쓰기를 하는데, 1학기 때는 8번 100점, 2번 90번, 2번 80점을 받았다. 아빠가 보기엔 대단히 훌륭한 점수다. 라온이는 이왕지사 ‘올백’을 받고 싶어 했다. 2학기 1회 받아쓰기 연습을 했는데, 왠지 1~2개를 틀릴 것 같았다. 요행히 100점을 받아왔다. 힘차게 하이파이브하는 라온이를 보고, 12회 모두 100점을 받도록 도와야겠다 싶었다.


“라온아, 아빠랑 내기 한번 할까?”

“무슨 내기?”

“너 받아쓰기 만날 100점 맞고 싶지?”

“응.”

“만약 라온이가 2학기 받아쓰기 12번 모두 100점을 맞으면, 총 몇 점이야?”

“1200점.”

“그렇지. 1200점을 맞으면 아빠가 10만원 상금을 줄거야. 만약 10번을 받으면 5만원 상금을 줄거고, 8번 맞으면 3만원 상금을 줄거야. 라온이가 원하는 걸 그 금액만큼 사줄 거야. 어때? 한번 해 볼래?”

“우와, 10만원. 해볼래!”

“대신 앞으로 받아쓰기는 일요일에 한 번, 수요일에 한 번 연습하는 거야. 일요일에는 문제를 보지 않고 순 네 실력대로 보는 거야. 그리고 틀린 걸 연습해서 다시 한번 볼 거야. 수요일에는 바로 보든, 네가 연습을 하고 보든 그건 네 마음이야. 어때?”

“응. 좋아.”


2회차 받아쓰기를 일요일에 했다. 문제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지 않고 곧바로 실력대로 봤다. 결과는 20점. 라온이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이야, 라온아, 이건 20점이 아니야. 너 정말 대단하다. 이건 100점이나 다름 없어. 자, 봐봐.”


라온이 얼굴이 다시 밝아진다.


“이건 띄어쓰기가 잘못인데, 이건 어른들도 많이 틀려. 네가 틀린 건 맞춤법 1개, 나머지는 모두 어른들도 잘 틀리는 띄어쓰기야. 그사이 우리 라온이 많이 컸네. 이제 어디에서 띄어야 할지 대충 감이 오지? 너 학교에서 받아쓰기 할 때 급수표를 몇 분이나 보니? 10분?”

“아니, 나는 그냥 한번 훑어만 보는데.”

“그래? 그럼 5분 줄테니까, 준비되면 말해.”

1분 38초, 2분이 채 흐르지 않았다.

“됐어.”

“벌써?”

‘20점은 그래도 20점인데,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닌가.’

“좋아. 시작한다.”


결과는 100점.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감각적으로 알아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1200점, 만점 고지가 얼핏 보인다.


2회차도 100점. 3회차 시험이 있는 오늘 아침 한글문서로 ‘라온이 10만원 상금 받아쓰기 도전기’라는 제목을 달고 그래프를 하나 만들어 프린트했다. 가로 12칸, 세로 13칸을 만들어 맨 아랫줄엔 회차를 넣고, 1~12회까지 계단식으로 누적 점수를 넣었다. 100점이 누적될 때마다 그래프는 높아지고, 칠도 다양해진다. 물론 라온이가 원색을 원한다면 단색의 기둥만 대나무처럼, 당간처럼 높이 설 것이다.


독서록도 단순 느낌이나 좋은 문장 쓰기, 궁금한 점 쓰기, 새로운 사실 쓰기에서 점점 책의 요점을 정리하고 자기 느낌을 적는 식으로 입체화돼가고 있다. 논리가 서는 중인 것이다.


영어는 노출이 적어 매일 아침 5분 유튜브로 간단한 생활회화 100문장을 들려주고 있다. 5분이면 20문장을 들을 수 있다. 다 듣고 나면 기억나는 한 문장을 입으로 뱉는다. 라온이에게는 그것도 대단한 일이다.


영어하면 우리 바론이를 빼놓을 수 없다. 바론이는 들으면 바로 뱉는다. 영어뿐 아니라 언어를 잘할 자질을 타고났다. 라온이를 위한 생활회화도 바론이는 비몽사몽간에도 곧잘 따라 한다. 바론이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걸 한글이든 연산이든 한자든 영어든 선생님 흉내를 그대로 내며 스스로 복습한다.


무엇보다 바론이 장기는 이야기 야마를 바로 잡아내는 것이다. 아빠가 쭉 설명하면 “아빠 그건 00이야기야?” 하면서 되묻는데, 100점짜리 한 줄 요약이다. 매번 경이를 안긴다. 절집 사람이 아닌데 “하산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라온이는 한글을 떼는 방식이 남달랐다. 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이름을 무진장 써가며 한글을 깨쳤다. 7세였으니 요즘 아이들에 비하면 조금 늦은 편이다. 바론이는 특별히 한글공부랄 것도 없이 어린이집에서 저 혼자 터득했다. 영어도 저 혼자 잘 따라 한다. 모두 라온이보다 6개월~1년이 빠르다. 여섯 바론이는 이제 형 옆에 붙어서 연산 문제집을 푼다. 형이 하는 걸 자기도 꼭 해야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문제집을 사주었다. 눈치로 다 맞춘다. 신의 경지가 따로 있단가.


“바론아, 넌 아직 놀 때야. 문제집 풀지 말고 그냥 놀아.”

“아니야. 나도 연산을 할 거야.”

“재밌냐?”

“응. 재밌지.”


최근 라온이는 수학 슬럼프에 빠졌다. 시간, 달력 챕터를 놓고 여러 날 엄마의 포효를 들었다. 엄마의 포효는 사자와 같아 라온이는 금세 서럽게 눈물을 흘린다. 아빠는 왜 엄마가 포효하는지, 라온이는 왜 만날 눈물바다인지 모를 일이다.


무슨 문제인지 문제집을 들여다봤다. 엄마는 2~3번 설명해주고 모르면 포효한다. 라온이는 난데없이 엄마가 소리를 질러 겁이나 눈물을 쏟는다. 현행도 아니고 선행을 하면서 현행처럼 대하는 건 엄마의 문제다.

아빠가 나선다.


“라온아, 아빠가 다시 알려 줄게. 하루에 한 쪽씩만 하자. 아빠가 체크해 놓은 것만 다시 풀어봐.”

“한 장이 아니고, 한 쪽?”

“응. 한 쪽. 아빠가 보니까 헷갈리는 게 좀 있네. 천천히 한 쪽씩만 하자. 급할 게 없잖아.”


요즘 아이들은 시계를 6세면 어림으로 알고, 7~8세면 볼 줄 안다. 아니 읽을 줄 알아야 학원생활이 가능하다. 라온이도 단순 시간은 읽을 줄 안다. 시간 읽기가 서술형 문제로 바뀌면 단어 몇 개를 몰라 못 푼다.


‘걸린 시간을 구하시오.’에서 ‘걸린 시간’은 라온이에게 허들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리송해 뒷발이 허들에 걸린다. 처음 만난 말이니 그럴 수 있다. 그럼 그 단어를 알아듣도록 설명해 주면 된다.


“라온아 걸린 시간은. 흘러간 시간, 보낸 시간이야. 영희가 독서하는데 걸린 시간은 영희가 독서하는데 얼마나 시간을 보냈느냐고 묻는 거야. 그럼 걸린 시간이 얼마니?”


이렇게 설명하면 라온이는 이해한다. 같은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이 경험의 축적으로 금세 맞춘다. 윽박지르기 전에 무엇을 못 알아듣는지 파악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된다.


시간 챕터에서 난제는 실은 너무 일찍 시계보기를 깨친 데서 온 게 아닐까 싶다. 우리가 접하는 시침 분침 초침이 있는 시계는 시간(1~12시)이 표시돼 있고, 시간 사이 작은 빗금으로 분이 표시돼 있을 뿐이다.


이게 문제집으로 들어가면 복잡해진다. 개념에는 12를 기준으로 1~12시가 두 번 잡아돈다. 오전 12시간, 오후 12시간. 하루 24시간 개념을 그리 설명한다. 라온이는 자기가 늘 보던 시계와 문제집 속 시계 모양이 왜 이렇게 다른지 선뜻 이해가 안 간다. 차라리 백지상태였다면 받아들이기 수월했을 수도 있다 싶다.


그리고 문제에선 늘 보던 시계가 다시 등장해서 걸린 시간을 칠하고, 구하라고 한다. 대체 어쩌라는 건지 라온이는 답답하다. 심화로 들어가면 12시간이 흐르면 밤낮이 바뀌는 걸 아는지를 묻고, 24시간이 지나면 날짜만 바뀌는 걸 아는지 묻는다. 또 오전, 오후 말고 새벽과 밤을, 아침과 낮을 구분할 수 있는지도 묻는다.


온통 시계로 채워진 시간문제를 3~4장 풀면 눈이 빙글빙글 돈다. 시계만 보아도 어지러운데 새 용어가 속속 등장하는 문제를 3~4번 설명해서 모른다고 포효하면, 온 우주가 유스풀 파도처럼 세차게 흔들린다 느낀다. 근데 괜스레 억울하다. 그건 포효하는 엄마의 문제지 라온이의 문제가 아니다 라고 라온이도 어렴풋이 아는 것이다. 라온이에게도 눈치는 있는 것이다.


아빠가 하루 24시간을 다시 설명한다.


“라온아, 일어나봐. 바론이방 시계를 구경가자. 몇 시라고 돼 있니?”

“9시 20분.”

“그럼 라온이방 시계는 몇 시니?”

“21시 22분.”

“그리고 거실 시계는 몇 시니?”

“9시 30분.”

“그리고 아빠 스마트폰 시계는 몇 시니?”

“9시 25분.”

“스마트폰 시계는 위성으로 받는 것이라 정확해. 나머지 시계는 수동으로 조절하는 거라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라온이, 바론이 방, 스마트폰 시계는 숫자 시계지? 거실 시계는 시침 분침 초침이 있는 시계지? 시계는 일단 2종류가 있다, 그치?”

“응.”

“근데 어떤 시계는 9시라고 돼 있는데, 어떤 시계는 21시라고 돼 있잖아?”

“이 차이가 뭘까? 이때 9와 21은 같을까 다를까?”

“음, (자신 없게) 같아.”

“응. 같아. 그런데 어떻게 같다고 알 수 있지?이건 네가 받아쓰기를 하는 것과 같아.”

“응?”

“아빠가 붙일지 띄울지 모를 때는 띄우는 게 열에 여덟은 맞다고 했잖아. 모를 때는 감으로 잡는 건데, 9시와 21시가 같다는 건 일종의 감이지. 밖을 봐봐. 어둡니? 밟니?”

“어둡지. 그럼 밤이야 낮이야?”

“밤이지.”

“그렇지. 우리는 느낌으로 낮과 밤을 알 수 있는 거야. 느낌, 그걸 감이라고 하는 거야. 하루가 24시간이라고 했잖아. 그럼 시계를 그릴 때 지금 아빠가 그린 것처럼 1~24시간을 표시해 주면 되는데, 너무 번거로운 거야. 그래서 우리가 보는 시계는 12까지만 표시돼 있는 거지. 너도 감으로 지금이 아침 9시가 아니라 밤 9시인 걸 알듯이 다른 사람들도 지금이 밤 9시인 걸 아는 거야. 그리고 낮과 밤을 한자로 오전과 오후라고 하는 거야. 낮은 다른 말로 오전, 밤은 다른 말로 오후. 그리고 밝은 것도 두 개, 어두운 것도 두 개야. 어두운 오전을 새벽, 밝은 오전을 아침, 어두운 오후를 밤, 밝은 오후를 낮이라고 하지. 그런데 문제집을 보면 헷갈리게 1~12가 두 번 돌지. 이걸 다르게 표시하면 오전 1~12까지 다음에 다시 시작되는 1은 오후 1시란 뜻이고 다르게는 13시란 뜻이야. 그러면 아빠가 그린 시계와 같아지지. 그러니까 우리가 시계를 본다고 할 때, 12까지만 표시된 시계에는 오전 오후로 나눠진 시계와 아빠가 그린 24시간이 표시된 시계가 다 들어있다는 거야. 이해했니?”

“응.”

“아빠가 보니까 우리 라온이가 시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시간을 읽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 그림이 낯설고, 또 하나는 24시간이 표시된 시계를 보여주지 않아서 그래. 이제부터 시계를 보면 오전/오후, 밤/낮, 새벽/밤, 아침/낮, 24시간 이게 다 보여야 돼.”

“아빠 근데 궁금한 게 있어. 그럼 이 9시라고 돼 있는 전자시계는 오전/오후를 어떻게 알아? 21시면은 밤 9시인 걸 알 수 있잖아.”

“오, 굿 퀘스천. 여길 봐봐. 작은 영어로 PM이라고 돼 있지. 이게 오후라는 뜻이야. 이게 우리가 잠들고 밤 12시가 되면 AM으로 바뀌지.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해봐. 여기가 AM으로 바뀌어 있을 거야. AM은 오전이지.”

“또 궁금한 게 있어. 밤인지 새벽인지는 어떻게 알아?”

“그건 신체리듬으로 알 수 있지. 라온이는 학교 갈 땐 몇 시에 일어나?”

“7시 20분.”

“그렇지. 주말에는 몇 시에 일어나?”

“6시 반, 7시?”

“근데 그때 일어났을 때 아침이란 걸 바로 알 수 있지?”

“응. 라온이 몸은 그렇게 맞춰져 있는 거야. 리듬을 타는 거지. 점심을 먹고, 태권도장을 다녀오고,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면 밖이 컴컴하지. 밤인 걸 알지. 어쩌다 새벽에 오줌을 누러 일어나잖아. 그땐 밤이 아니라 새벽인 걸 알 수 있지.”

“응.”

“정리하면 시간은 감각으로, 표시로, 리듬으로 아는 거야. 라온아, 아빠가 보니까 공부는 축적의 결과야. 축적은 쌓는다는 거야. 너가 들인 시간만큼 결과를 얻는 거지. 매일 5~10분만 집중해서 해도 그 시간이 쌓이면 엄청난 결과로 나타나는 거야. 또 하나 라온아, 공부는 숫자 1일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법을 아는 거야. 1을 하나, 영어로 원, 스페인어는 우노라고 해. 마찬가지로 1시간 20분은 60분 더하기 20분, 80분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이것이 모두 같은 말인지를 아는 거야.”


라온이는 시간 문제를 아빠와 대화하며 가볍게 넘어섰다. 이제 쉬운 도형 문제가 이어진다. 다시 엄마랑 이어가기로 했다.


이 글을 마칠 쯤 태권도를 마치고 땀범벅이 된 라온이가 돌아왔다. 표정이 좋지 않다.


“아, 받아쓰기 80점이야. 맞춤법, 띄어쓰기는 다 맞았는데, 마침표를 두 개 안 찍었어.”

여기서 10만원 상금 날아갔다고 하면 당장이라도 대성통곡할 기세다. 아빠는 엄마와는 다른 기술을 발휘한다. 정확 대신 믿음이란 기술이다.

“괜찮아. 라온아. 넌 100점이야.”

“응?”

“아빠가 너가 어떻게 했는지 잘 알잖아. 아빠가 처음부터 마침표는 무시하고 하자고 했잖아. 어떤 건 아빠가 봐도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고, 안 찍을 수도 있겠더라고. 그러면 100점이야. 자, 여기 아빠가 그래프를 만들어놨어. 300점까지 색칠해. 엄마한테는 100점이라고 할게.”

“라온아, 100점 못 맞아서 속상하지?”

“응. 근데 오늘은 100점이 거의 없었어.”

“그럼, 너가 100점을 못 맞았는데, 다른 친구들도 어려웠을 거야. 앞으로는 점점 더 어려워할 걸. 1200점, 정말 대단한 거다. 해봐. 넌 잘하고 있어. 오늘 힘들었으니 유튜브~.”

라온이가 웃는다. 씩 웃는다.


다시, 공부는 축적이, 하나의 표현을 얼마나 다채롭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공부뿐이랴.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대전글방 궁고재에서 지훈(芝薰) 지음. 202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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