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믿고 사는가

by 심지훈

서른일곱에 2번째 동학책을 쓸 때 도통 이해가 안가 여러 날 고민한 낱말이 있었다. ‘거향관(居鄕觀)’이라는 단어였다. 여러 논문을 검토해본 바 적어도 조선중후기 향반들뿐 아니라 토호들도 이 낱말을 아주 중히 여겼다.

동학교조 수운 최제우의 아비 최옥은 몰락양반이었는데, 아주 진보적 인사였다. 과부를 개가시키는가 하면, 그 자손을 차별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유독 “사또님 하는 일에는 간섭하면 안된다”고 수운에게 가르쳤다.

이 같은 처세를 일러 ‘거향관(居鄕觀)’이라 했는데, 18세기 실학자 안정복, 17세기 유학자 이유태 등은 후손들에게 남기는 정훈(庭訓)과 동 단위 자치 조직의 규칙인 동약(洞約)에 최옥과 같은 거향관을 새겨놓았다.

내가 이 낱말을 갖고 여러 날 고민한 것은 결국 불편부당한 일에도 입 꾹 다물고 있으라는 뜻으로 이해됐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면 이걸 뭐라고 이해할꼬.

나는 <우리 동학>에 거향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나서지 말라’고 꿈보다 해몽 식의 풀이를 달아놓았다. ‘허면 매천 황현 같은 지사적 양반은 무엇이 되는가’ 싶으면서도 ‘동학을 비적(匪賊)’이라 규탄한 이가 또 황현이라는 점에서 거향관을 비틀어 해석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거향관이 묘하게 이해되는 때가 왔으니 비교적 근자의 일이다. 나는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이 제 딸을 의전원에 넣기 위해 자신이 가진 정보와 지위 그리고 네트워크를 이용해 사문서를 위조한 사건과 또 제 아들을 명문대학에 넣어서는 대수롭지 않게 대리시험을 봐준 사건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곧잘 정치적인 글을 지어 날랐다.

내 변심은 대가리 피도 안 마른 이준석의 성접대 사건이 터지고 용열한 뱀의 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얼척’ 청년정치인을 보면서, 이건 정말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싶어, 그 길로 2년 넘게 정치에 관한 글은 일절 짓지 않았다. 사안이 간단명료한 것치고 너무 지저분하게 흘러간 데다, 뒤로는 비굴하기만 했던 이준석이란 놈이 언론 앞에서는 세 치 혀로 국민을 농락하는 게 역겨워 그쪽으로는 뒤도 돌아보기 싫어졌다.

그때 나는 7~8년 만에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거향관(居鄕觀)이 뛰어난 처세술이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더랬다.

그런 가닥도 잠시, 원체 황당한 일들이 하룻밤 사이에, 하루에 수 번 일어나니 또다시 거향관이 다 뭐냐, 한번 사는 거 황현처럼 꼿꼿하게 살다 가야지 싶었다.

나는 윤석열이나 이재명이나 똑같이 우라질 놈이라 생각한다. 삶의 과정이 틀려먹은 것들은 대명천지의 한국에선 싸거리(모조리) 제거돼야 한다. 대관절 애들한테 무얼 가르칠 것인가.

암, 나쁜 걸로 치면 이재명이 더 나쁜 놈이다. 이재명은 나쁜 게 아니라 사악한 거다. 비루비루한 12개 혐의에 대해 5개 재판이 진행 중인 놈이 대통령이 되자 성인군자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국민들은 그 모습을 보고 국정운영에 68점(%)이나 줬나.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국민간담회를 보고 나는 아연실색했다. 말로는 국민이 주인이라면서 대통령이란 자가 주인의 말머리와 말꼬리를 툭하면 뚝뚝 끊어먹는다. 버르장머리가 없다. 예의라고는 1도 없다. 나 같으면 말 잘라먹는 꼬라지를 본 순간 그 자리를 뜰 텐데, 이 나라 국민들은 배알도 없다. 배알이 없으니 개인 월급을 올려달라는 둥, 자기 집(동네) 앞 혐오 시설 계획을 철회해 달라는 둥, 심지어 예술인들을 국가가 월급을 주어 관리해 달라는 기상천외한 민원을 대수롭지 않게 뱉는다.

대통령 직속 기조위(국정기획위원회)에선 공직사회를 대놓고 개망신을 준다. 국정보고서가 50점도 안 되는 수준이란다. 이게 말인가 똥인가. 그 국정보고서를 최종 오케이 한 사람은 위치만 바꾸면 장관하고 대통령 해도 되는 사람들이다. 그런 자를 대놓고 3류국가 장관인 양 까댄다. 대한민국 공무원노조는 뭐하고 자빠졌나 모를 일이다.

이걸 두고 배알도 없는 국민들은 또 와~ 한다. 그 까인 당사자가 와~ 한 아들과 딸, 부모라면 그럴 수 있겠는가. 그들도 엘리트다. 도덕성에서라면 이재명에 비할 바 없이 높고, 능력 면에서도 뒤질 게 없다. 술수라면야 물론 이재명을 따라갈 수 있겠나. 현대사에서 전에도 없고 앞으로 마땅히 없어야 할 잡놈이 이재명이다.

또 대통령이란 자가 특정 회사를 조진다. 그러면 배알 없는 국민들은 또 와~하고 환호한다. 국민성이 틀려먹었다. 남의 집 불구경, 싸움구경 좋아하는 국민의 더러운 근성이 예서 보인다. 사기업을 대통령이 조지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가. 혼몽한 대통령이 미개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100일 가까이 지속됐다.

이 같잖은 대통령 노릇이 얼마나 갈 것 같은가. 8.15 특별사면에 제 자식 불법으로 대학원 보내고, 사모펀드로 사익을 챙긴 조국, 위안부 할머니들 돈으로 자기 딸 등록금까지 해결한 윤미향, 조국과 짬짜미로 사문서 위조한 최강욱 이런 자들이 8.15 특사에 포함이 됐단다.

평생 갖고 살아온 시정잡배 근성이 대통령 됐다고 하루아침에 사라지겠는가. 잡배는 천상 잡배다.

조국 사면을 대놓고 건의한 건 다름 아닌 현대사에서 가장 무능한 대통령 문재인이다. 문재인이는 임기 5년간 뒤에 숨어 나랏돈 갖고 마누라 해외여행이나 실컷 시키고, 친위그룹의 쇼만 즐기다 나랏빚만 잔뜩 늘려놓고 고향으로 튄 자다. 천하에 둘도 없는 잡배의 우두머리다. 구한말 고종 같은 놈이다.

“윤미향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어디 딴나라 사람처럼 말한 자는 자그마치 6선 의원의 추미애다.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 그 정신 나간 여자가 차명주식거래로 날아간 이춘석을 대신해 새 법사위원장이 됐다. 그걸 내정한 건 민주당 새 당대표 정청래다. 이재명이 막무가내인 것과 정청래가 막무가내인 것은 용호상박이다. 여기다가 추미애라. 트로이카의 막장 아주 볼만할 것이다.

최강욱이가 검찰총장 하마평에 오른다. 우리나라 검찰총장은 법을 안 지켜야 시켜주나 보다. 법기술자들이나 되는가 보다. 아, 우리 국민들은 그걸 즐기나 보다.

나는 우리 사회 태부족한 학습력을 느낀다. 태부족한 도덕성을 느낀다. 태부족한 배알을 느낀다. 공부를 안 해도 더럽게 안 한다. 막살아도 너무 막산다. 자존심은 없고 땡고집만 가득하다.

읽지 않는 사회는 이해정도가 떨어지는 사회가 된다. 사태파악이 적실히 안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읽지 않는 사회는 남의 아무말 대잔치에 좌고우면하게 된다. 읽지 않는 사회는 도덕성을 결여한다. 읽지 않는 사회는 땡깡사회가 된다. 읽기는 쉬운 게 아니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최소 20년은 꾸준히 읽어야 한다.

사회에 진입해 사회경험이 독서와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누구 아닌 자기 자신을 믿는 바탕이 생긴다.

그 길로부터 또 10년을 꾸준히 읽어야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이 생긴다.

자신의 생각을 똑바로 쓸 수 있는 자가 된다.

우리 사회는 스무 살에 거개가 단절점을 갖는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책과는 담을 쌓는다. 사회에 진출하면 책을 나 몰라라 한다. 월급이, 회사가 잘 사는 기준이 된다. 미몽사회로 빠져든다. 그리 20~30년 돈 벌고, 회사를 위해 헌신하면 남는 건 허무뿐이다. 그땐 때가 늦는다. 바보가 된다. 동력이 없다. 그리 노름하고, 등산하고, 술하고 친구가 돼 하세월이다.

한국은 절대 일류 국가가 될 수 없다.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러시아 어느 강대국도 책과 친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건 비리비리한 철학을 가졌다는 뜻이다.

지난 겨울 거리의 수많은 노인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많은 노인들이 일찍이 책읽기에 재미를 들였다면, 해서 적실한 지성을 가졌더라면, 이 나라는 좀 다른 모양새로 흘러갔지 않을까. 재주는 곰(노인들)이 넘고 재미는 엉뚱한 놈(유튜버들)이 본 시간은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그 숱한 노인들은 자신을 믿고 사는 능력이 없는 분들이다. 아무말 대잔치 유튜버들 말을 믿고, 헌법재판소가 판결도 하기 전에 댓바람부터 윤석열 탄핵 기각을 기정사실화한 분들이다. 해방 후 현대사의 비극은 윤석열의 탄핵에 있지 않고, 얼치기 유튜버들의 아무말 대잔치를 자기 철학인 양 철석같이 믿은 박복한 노인들에 있다.

이 땅의 젊은이들과 40~50대 허리층은 그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읽고 또 읽자, 편독하지 말고 다양하게 꾸준히 많이 읽자. 그게 이 땅에 애국하는 길이다. 애국하는 힘이다.(2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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